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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투자 '박차' KAI, 최대 5000억 회사채 찍는다

하반기 양산 앞둔 KF-21 개발 막바지 자금조달...양산 이후 재무개선 기대

백승룡 기자  2026-01-12 15:56:03
국내 유일 항공기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연초 회사채 시장을 찾아 최대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KAI는 대형 국책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21) 개발사업을 연내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양산에 나설 예정으로, 새해 벽두부터 투자자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 올해 만기도래 차환자금 선제 확보…CAPEX 자금도 최대 2000억 염두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달 27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만기는 3년물(2000억원)과 5년물(500억원)로 구성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오는 19일이다. KAI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액을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KAI가 연초부터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은 차입금 상환자금과 투자자금을 선제적으로 비축해두기 위한 목적이다. 우선 KAI는 올해 4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조달을 통해 연내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에 대한 상환 부담을 일찌감치 덜 수 있을 전망이다. 나머지 최대 2000억원 가량은 설비투자 목적으로 풀이된다.

KAI는 국내 군용 항공기 시장에서 독점적인 사업지위를 갖고 있는 곳으로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을 맡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최초 양산에 나서 2028년까지 KF-21 40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추가 무장시험을 거쳐 KF-21 총 120대를 대한민국 공군에 납품할 계획이다.

KF-21 단계적 양산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 2029년까지 약 3800억원 규모로 항공기 종합동 투자가 예정돼 있다. 브라질 이브의 전기수직이착륙항공기(eVTOL) 구조물 공급을 위한 공장 투자에도 올해와 내년에 걸쳐 1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고려하면 KAI의 연간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3000억원 안팎에 달해 연초부터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히 연초 첫 회사채 주자로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원 이상의 매수주문을 받는 등 방산업체에 대한 우호적인 투자수요가 확인되자 KAI도 자금조달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방산업종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져 시장성 조달에 나서기 적합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 수주 비례해 운전자본 부담 커져…KF-21 납품 이후 현금흐름 개선될 듯

KAI는 군용 항공기를 양산하는 군수사업 외에도 민간 항공기 부품을 제조하거나 완제기를 수출하는 민수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군수사업과 민수사업이 각각 절반가량이다. 민수사업에서도 2022년 폴란드(48대), 2023년 말레이시아(18대), 2025년 필리핀(12대)과 FA-50 수출 계약이 이뤄지면서 군수·민수 전체 수주 잔고는 26조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통상 항공기 산업은 설비 투자규모가 크고 납품 이후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인해 원재료 투입 등 운전자본 부담이 큰 편이다. 실제 KAI의 별도기준 차입금 규모도 지난해 3분기 말 1조9724억원으로 연초(1조117억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부채비율도 1년 사이 354.8%에서 442.2%로 높아졌다.

다만 차입금 가운데 1조5000억원 이상이 장기성 차입금인 회사채로 구성돼 있어 연간 상환 부담은 크지 않은 상태다. 이번 회사채 발행을 마치면 연내 상환 걱정을 해소하게 되는 데다가, 하반기 이후 KF-21 납품 등이 이뤄지면 현금흐름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폴란드 FA-50 2차 계약 물량(36대) 납품도 예정돼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군수사업은 개발 과정의 마진이 낮은 대신 양산 과정에서 이를 보전받는 구조”라며 “KF-21 등 대형 사업 납품이 시작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KAI의 재무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글로벌 국방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양호한 수주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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