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 안정적' 신용등급을 받으며 재무 건전성을 입증했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에 따른 안정적인 수주잔고 확보와 수익성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이철헌 CFO 부임 이후 HD현대중공업의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점이 주효했다. 그는 신용등급 상승을 발판 삼아 더욱 유리한 자금 조달 환경을 구축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평사 3사 유효등급 'A+', 안정적 수주잔고 덕분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HD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미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HD현대중공업 신용등급을 'A+'로 올려잡았던 만큼 신용평가사 3곳 모두 같은 유효등급을 부여하게 됐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HD현대중공업 등급을 지난해 11월 'A, 안정적'에서 'A, 긍정적'으로 조정했고 4개월 만에 'A+, 안정적'로 올려잡았다. 선제적으로 등급을 조정한 나신평은 지난해 6월 전망(아웃룩)을 '긍정적'으로, 올 2월 등급을 'A+'로 상향조정했다.
신용평가사 3곳이 HD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올려잡은 것은 조선업계 호황 덕분이다. 2020년 말부터 전방산업인 해운 운임 상승과 함께 친환경 선박 수주가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조선업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3개년 넉넉한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2020년 말 12조7000억원을 기록했던 수주잔고는 2024년 말 46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잔고 회전율 역시 1.5배에서 4배로 상승했다.
덩달아 수익성이 개선됐다. HD현대중공업의 2024년 영업이익은 7052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1786억원) 대비 약 4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역시 43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13억원) 대비 1936.2%나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0.7%에서 11.3%로 올랐다.
꾸준한 선수금 유입과 기존 저가 수주 물량을 소진하면서 HD현대중공업의 재무 상황이 탄탄해졌다. 올해 1분기 기준 HD현대중공업 전체 수주잔고에서 2021년 이전 수주한 저가 물량 비중은 10%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HD현대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위주로 증가한 현금을 활용해 차입 규모를 줄였고 2024년 연결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 자산)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2023년 2조700억원에 육박했던 순차입금은 2024년 들어 -2380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보다 더 많은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철헌 CFO, 부임 이후 '신용등급 상승' 호재 이를 바탕으로 신용평가사들은 HD현대중공업이 우수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등급 상승과 함께 탄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해 온 HD현대중공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철헌 전무다. 그는 2023년 12월부터 HD현대중공업 재경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1996년생인 이 전무는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2018년 HD현대중공업 재무담당 상무보로 임원진에 합류했다. 그가 HD현대중공업의 곳간지기를 맡은 직후 신용등급 호재가 이어졌고 이를 활용해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3년까지만 해도 HD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과 전망(아웃룩)은 신평사별로 엇갈린 상태였다. 하지만 2023년 12월 한국신용평가가 HD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A0,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해 신평사 3사 모두가 일관된 등급과 전망을 부여했다. 당시 수주잔고 확대로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다.
이 전무는 신용등급 상승에 힘입어 부임 이후 첫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1월 공모 회사채 1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고 목표의 8배가 넘는 86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A+' 신용등급을 받으면서 향후 자금 조달이 더욱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다 낮은 금리로 많은 금액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향후 안정적인 선가를 바탕으로 호실적이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HD현대그룹이 시장성 조달을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는 만큼 향후 HD현대중공업의 존재감이 더 돋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