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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 AA급 더 이상 '꿈' 아니다

김관중 전무 등 재무 라인 비용 관리 성과, 호황기 실적 극대화 기여

박기수 기자  2025-05-22 08:01:51

편집자주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기업의 크레딧은 자금 조달의 총괄자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핵심 변수다. 크레딧이 곧 조달 비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THE CFO는 기업 신용등급의 방향성을 좌우할 CFO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HD현대일렉트릭(A+/안정적)의 질주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신용등급 상승에 이어 '초우량'으로 분류되는 AA급으로의 도약도 이제는 꿈만 같은 일은 아닌 듯 하다. 관건은 현재와 같은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면서도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관중 전무의 역할도 주목된다.

◇2022년부터 실적 개선, 올해도 분위기 '호조'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각각 지난 달과 이달 HD현대일렉트릭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업황 호조로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됐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 개선은 주력 사업인 전력기기 사업의 호황 덕이다. 2021년 기반시설투자 및 일자리법(IIJA)과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하면서 북미 지역에서 전력기기의 수요가 증가했고, 중동에서 인프라 투자가 늘며 동 시기에 전력기기 수요가 크게 늘었다. AI와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 등도 글로벌 단위로 늘어나 HD현대일렉트릭의 가치가 크게 뛰었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의 수익성은 2022년부터 눈에 띄게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2021년에는 영업이익이 97억원에 머물렀지만 2022년 1330억원, 2023년 3152억원, 작년에는 6690억원까지 성장했다. 매출도 2021년 1조8060억원에서 2022년 2조1045억원, 작년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출발이 좋다. 올해 1분기 HD현대일렉트릭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47억원, 2182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매출은 26.7%, 영업이익은 69.4% 증가했다.


◇호황기 인건비 등 '비용 관리'로 실적 최적화 성공

호황기를 맞은 상황에서 CFO의 관심사는 실적 극대화다. HD현대일렉트릭의 사업인 전력기기나 변압기기 사업은 철판 등 원재료 부담이 있지만, 배터리 사업처럼 매출이 늘면 매출원가가 비례해서 늘어나는 극단적인 변동비 사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즉 수요 급증으로 스프레드가 확대하면 큰 마진을 누릴 수 있는 산업군인 셈이다.

매출원가율의 경우 올해 1분기 66.9%다. 이 매출원가율이 2021년에는 87%, 2022년에는 84%로 80%대를 기록했었다. 매출이 늘면서 점차 매출원가율이 하락해 현재의 60%까지 떨어졌다.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인당 생산성이 늘었다는 해석이 도출된다. 예컨대 2021년의 경우 HD현대일렉트릭은 연결 인건비로 2940억원을 쓰고 매출 1조80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인건비를 수치화하면 약 6.14배다. 호황기가 시작된 후 이 수치는 6배 수준에서 계속 늘어났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연결 인건비 861억원만을 쓰고 매출 1조147억원을 기록했다.


인건비 등 비용 관리가 CFO의 중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은 김관중 전무 등 재무 라인의 기여도가 일정 부분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CFO는 김관중 전무다. 김 전무는 1971년 3월생으로 1997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회계부 세무팀장과 재무팀 부서장을 거쳐 2017년 지주사 기획실 재무팀 담당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후 2020년 한국조선해양 회계세무 담당임원으로 이동했다가 2023년 말부터 HD현대일렉트릭 CFO로 부임했다.


◇순현금 4500억 돌파, 꾸준한 실적 기록하면 AA급 상향 가능성

호황기에 무리한 투자를 단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HD현대일렉트릭의 신용등급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작년 1조337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했으나 자본적지출(CAPEX)은 1367억원만을 지출했다. 투자 등 현금 지출에 대한 내부 단속도 CFO와 재무 라인의 몫이다.

올해 1월에 변압기 공장 증설을 위해 2118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영업현금흐름 규모와 투자 기간 종료일이 내년 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가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신용등급 상향 조건으로 특정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한기평의 경우 △미국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완화 및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사업역량 제고를 들었다. 한신평은 △수출 지역 다변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현 수준의 영업실적 및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현 수준의 경영 실적을 당분간 꾸준히 내준다면 상향 트리거가 발동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3년 말 연결 순차입금 5426억원을 기록한 뒤 작년 말 2510억원의 순현금 체제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말에는 순현금 규모를 4537억원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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