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PBR 1배를 넘겼다. 밸류업 계획에 맞춘 주주환원 이행과 호실적이 맞물린 결과다. 그룹 재무전략을 총괄하는 나상록 CFO 역할에도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KB금융지주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은 탄탄한 실적 기반에 주주환원정책의 순조로운 이행이 더해져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나상록 재무담당 전무는 그룹의 자본 재분배와 건전성 관리 등 재무전략의 수립을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의 ‘키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호실적에 맞물린 체계적 주주환원, KB금융지주 재평가 원동력 KB금융지주(종목명 KB금융) 주가는 2월11일 16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시가총액은 61조3339억원, 직전 분기 말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산출한 PBR은 1.06배였다. KB금융지주의 출범으로 주식이 재상장한 2008년 10월10일이후 처음으로 PBR이 1배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KB금융지주만의 쾌거가 아니다. 국내에 금융지주체제가 공식 도입된 2001년 이후로 따져봐도 금융지주 주식의 PBR이 1배를 넘어선 것은 2026년 2월11일의 KB금융지주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증시에서 장부가치만큼의 평가도 받지 못한 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 역사에 상징적 이정표가 세워졌다.
과거 금융지주는 높은 이자이익 의존도와 규제 리스크로 인해 증시에서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이었다. 실적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PBR 0.5배, 즉 기업가치를 장부가치의 절반 수준으로 평가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2023년 KB금융지주는 당시 연간 기준 최대실적인 순이익 4조5263억원을 거뒀으나 PBR은 0.38배에 그쳤다.
2024년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반전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KB금융지주는 밸류업 도입 이전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주주요구수익률(COE)을 앞서는 수익 창출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이 높고 위험가중치(RW)가 낮은 사업 위주로 자본을 할당해 수익 창출능력에 지속성을 더하겠다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주주환원정책도 재정비했다. 이전부터 연말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정책이 있었으나 여기에 최소 총주주환원율(TSR) 40%의 하한선을 더했다. 연중 CET1비율 13.5%를 초과하는 자본을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추가했다.
KB금융은 2024년 순이익 5조286억원, 2025년 5조8407억원을 각각 거둬 2년 연속으로 최대실적을 갱신했다. 호실적으로 축적한 잉여 자본이 주주환원으로 연결되면서 기업가치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연간 PBR이 2024년 0.55배, 2025년 0.78배로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 상법 개정으로 인한 자사주 소각 이벤트가 더해졌다. KB금융지주는 2025년 말 기준으로 자사주를 2287만4381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지분율 기준 6%, 연말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한 금액 기준 2조8500억원 규모였다. 대량의 자사주 소각 가능성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결국 PBR이 1배를 넘어섰다.
◇PBR 1배 지휘한 나상록 CFO, 주주환원 지속성 시험대 나상록 KB금융지주 재무담당 전무는 1972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 팀장을 지내다 2019년 KB국민은행으로 옮겨 성수역종합금융센터 지점장을 지냈다. 2020년 다시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에 부장으로 복귀했으며 2024년에는 상무로 승진해 재무기획부장에 올라 당시 KB금융지주 CFO였던 김재관 재무담당 부사장을 보좌했다.
김 부사장이 2024년 말 그룹 인사를 통해 KB국민카드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지주 CFO는 공석이 됐다. KB금융지주는 직급이 비슷한 다른 임원을 CFO에 앉히지 않고 당시 상무였던 나 전무에게 CFO직을 넘겼다. KB금융지주에서 상무가 CFO를 맡은 첫 사례다. 나 전무는 2026년 전무로 승진해 CFO를 그대로 역임 중이다.
KB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중 실적의 은행 의존도가 가장 낮다. 2025년에는 은행 순이익이 3조8620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 5조8430억원의 66.1%에 불과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말이다. 이는 지주사가 주주환원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KB금융지주의 주주환원정책에는 TSR 40%의 하한선이 있을 뿐 상한선은 없다. 나 전무가 자본 재분배 및 건전성 관리 등 재무전략을 통해 얼마나 많은 초과 자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주주환원의 규모가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PBR 1배 돌파 국면에 재무전략을 총괄한 만큼 그룹 내부의 기대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주주환원 재원이 순조롭게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최대실적을 갱신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순이익 1조8924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실적을 새로 썼다. 올 1분기 말 기준 CET1비율도 13.63%로 연중 추가 주주환원의 기준인 13.5%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