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로 최근 호반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리스크로 인한 주가 상승이 총주주수익률(TSR)을 견인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 등 오너일가에게는 골치아픈 상황이지만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차익실현의 길이 열린다는 관점에서 나쁠 것이 없다.
과거 KCGI를 위시한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진칼은 주주환원 강화 카드를 꺼내 소액주주들을 공략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진칼은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공시)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준수를 공언한 상황이다.
◇경영권 위협받을 때마다 급등하는 주가 THE CFO가 국내 상장 지주사들 가운데 금융지주를 제외한 95개사의 TSR을 분석한 결과, 한진칼은 2025년 상반기 TSR이 85.3%로 집계됐다. TSR 산출에 필요한 배당의 경우 아직 2025년 회기가 진행 중인 만큼 2024년의 배당액을 준용했다.
주가 상승세가 TSR을 견인했다. 한진칼 주가는 2024년 하반기 초 6만4000원에서 올 상반기 말 11만8200원으로 5만4200원(84.7%) 상승했다. 여기에 2024년 보통주 결산배당인 주당 360원이 TSR에 반영됐다. 85.3%는 조사 대상 95개 지주사 중 11위로 10위인 노루홀딩스와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한진칼의 TSR은 2023년 104.8%에서 지난해 -2.9%로 급전직하했다가 올 상반기 말 다시 85%를 넘어서며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에 한진그룹에 악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회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며 양대 FSC(풀서비스항공사)의 통합 과제를 완수하는 등 경영활동은 순조로웠다.
2023년 한진칼의 TSR을 분석해보면 주가가 연초 3만5700원에서 연말 7만2800원으로 3만7100원(103.9%) 상승하는 등 올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주가가 TSR을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 악재가 있었다기보다는 2023년과 올 상반기에 주가를 밀어올리는 호재가 있었던 셈이다.
2023년과 올 상반기 한진칼 주가 추이를 들여다보면 2023년 11월과 올 5월 급격한 상승세가 나타난다. 이는 호반건설이 한진칼 보유지분율의 확대를 공시한 시기와 일치한다. 즉 한진칼의 TSR 상승세는 영업 측면의 성과가 아닌 잠재적 경영권 분쟁 리스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경영권 분쟁 리스크, 주주가치 제고의 '기폭제' 호반건설을 포함한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2022년 3월부터다. 당시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와 행동주의펀드 KCGI를 중심으로 뭉친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 측이 승기를 굳힌 상황이었다.
호반그룹은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상당부분을 사들여 단숨에 보통주 지분 14.04%를 확보했다.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명시하기는 했으나 일반주주들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재발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2022년 3월 말 기준 한진칼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20.93%, 조 전 부사장의 몫을 제외하면 18.87%로 호반그룹과의 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호반그룹은 한진칼 보유지분을 2022년 12월 기준 11.50%까지 점진적으로 줄여나갔다. 이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재발 가능성도 사라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호반그룹이 2023년 11월 17.44%, 올 5월 18.46%로 다시 한진칼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에도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한진칼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20.09%이며 미국 델타항공의 14.9%, 한국산업은행의 10.58%가 5% 이상을 보유한 우호지분이다. 그런데 이 중 산업은행은 정부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결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된다. 호반그룹이 '약한 고리'를 노리고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하고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진칼은 소액주주가 지분 16.52%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캐스팅 보트'로서의 권한을 쥐게 된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제 한진칼은 2022년에 기존 2년 동안 실시하지 않았던 결산배당을 재개하며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잡은 바 있다.
앞서 2월 한진칼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별도기준 조정 순이익(일회성 경상이익을 제외한 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중장기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결산배당일을 유연화해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충분한 배당여력 확보를 위해 영업이익률 6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의 리스크가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 제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