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조선과 에너지(정유·화학)의 규모가 건설장비와 전력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때문에 조선과 에너지 계열사들의 재무적 변동은 지주사 HD현대의 연결기준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선사들은 선박 수주시 수취하는 선수금과 공정 진행에 따라 수취하는 중도금이 회계상 부채로 기록되는 만큼 회계상 부채 부담이 과대평가되는 '착시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HD현대그룹의 상장 조선계열사들은 금융권 차입금의 축소에 집중하며 부채를 관리했다. 이는 지주사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강화되는 열쇠로 작용했다.
◇핵심 계열사가 견인한 지주사 부채비율 하락 THE CFO는 2025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엔진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건설기계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등 HD현대그룹 상장사 8곳과 핵심 비상장사 HD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을 조사했다.
지주사 HD현대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59.4%로 전년 말 대비 20.6%p(포인트) 하락했다. 포트폴리오상 핵심 계열사들의 지표 개선이 지주사 부채 부담 완화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024년 159.4%에서 2025년 133.9%로 낮아졌다. 이 기간 비상장사인 HD현대오일뱅크 역시 236%에서 217.6%로 부채비율 하락이 나타났다.
HD한국조선해양의 상장 자회사들 중에서는 HD현대중공업만이 1년 사이 부채비율 하락을 보였다. 2024년 239.9%에서 지난해 180.1%로 59.8%p를 낮췄다. HD현대마린엔진은 6.6%p 상승한 66.6%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4.2%p 높아진 27%를 각각 기록했다.
그룹 내 다른 상장사들을 살펴보면 HD현대일렉트릭의 부채비율이 2024년 151.8%에서 134.6%로 하락했다. 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49%에서 54.3%로, HD건설기계(HD현대건설기계 기준)는 85.3%에서 86.6%로 소폭 높아졌다.
◇수주 호황에도 부채비율 낮아진 HD현대중공업, 비결은? HD현대그룹 계열사들 중에서도 조선계열사의 부채비율 하락에 시선이 쏠린다. 선박 선수금과 중도금이 계약부채 항목으로 기록되는 만큼 조선업이 업사이클을 지나는 현 시점에서 HD한국조선해양이나 HD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상승세를 보일 여지가 크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계약부채가 2024년 7조7103억원에서 지난해 10조8078억원으로 40.2%(3조6372억원) 증가했다. 그럼에도 부채비율이 오히려 낮아진 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지난해 12월1일 실시된 계열사 HD현대미포 흡수합병에 따른 자본 증대 효과, 다른 하나는 계약부채 이외 부채 항목의 관리 성과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전자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중공업의 자본총계는 HD현대미포를 흡수하기 이전인 2024년 5조7044억원에서 흡수 이후인 2025년 9조3416억원으로 63.8% 늘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HD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관리 노력을 간과할 수 없다. HD현대중공업의 부채총계는 2025년 말 16조821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조1349억원 늘었는데 이는 합병 소멸 직전인 2025년 3분기 말 HD현대미포의 부채총계 2조7499억원보다 크다.
이 기간 HD현대미포의 부채 중 계약부채는 1조6629억원에 불과했다. 즉 HD현대중공업은 합병에 따른 2조7000억원가량의 부채 증가분 이외에도 자체 수주로 인해 1년 사이 2조원에 가까운 계약부채 증가분을 추가로 안았다.
그럼에도 HD현대중공업의 연간 부채 증가분은 3조1000억원가량에 불과했다. 이는 계약부채 이외의 부채, 즉 사채와 금융권 차입금 등 총차입금의 철저한 통제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의 총차입금은 2025년 말 6821억원으로 1년 사이 42.4%(5021억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