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가 기업이 상환해야 할 모든 재정적 의무라면 차입금은 부채 가운데서도 원금과 이자 상환이 정해진 채무만을 의미한다. 차입금은 상환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신용도에 직격타가 되며 과도한 부담이 재무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
HD현대그룹은 대체로 차입 관리가 준수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차입금의존도가 위험수위를 넘지 않으며 지표도 하락 추세를 보였다. 비상장사 HD현대오일뱅크의 의존도가 높은 편이기는 하나 조선과 전력기기 등 다른 계열사의 의존도 완화에 힘입어 지주사의 차입 관리에 여유가 커지는 모습이다.
◇HD현대마린엔진, 계열 편입효과 '톡톡' THE CFO는 2021~2025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엔진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건설기계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등 HD현대그룹 상장사 8곳과 핵심 비상장사 HD현대오일뱅크의 차입금의존도를 연결기준으로 조사했다.
차입금의존도는 총차입금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통상 30%가 안정적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가르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HD현대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은 8곳 모두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30%를 하회했다.
지주사 HD현대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21.3%로 집계돼 전년 말 대비 1.7%p(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42.4%로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후 꾸준히 지표가 낮아지며 5년 사이 21.1%p를 끌어내렸다.
지주사 이외의 상장 계열사들 역시 5년 사이 차입금의존도가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HD현대마린엔진은 2025년 말 차입금의존도가 0.2%로 8개 상장사 중 가장 낮았다. 2021년 대비 낙폭은 33.6%p로 이 역시 그룹 내 상장사들 중 가장 컸다.
HD현대마린엔진은 STX중공업 시절이었던 2023년까지만 해도 차입금의존도가 20%대를 보였으나 이듬해인 2024년 0.5%p까지 낮아졌다. 이 해 HD현대그룹에 인수돼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선박엔진 제조사와 조선사 간의 계열화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현금 창출능력의 개선을 앞세워 차입금을 대폭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HD건설기계(HD현대건설기계 기준)는 작년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21.4%로 상장 계열사들 중 가장 높았다. 다만 HD건설기계도 30% 선까지는 여유가 있으며 4년 전과 비교하면 14.5%p 낮아져 차입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음이 나타난다.
상장 8개사 중 HD현대와 HD현대마린엔진, HD건설기계를 제외한 5개사 역시 5년 사이 지표가 확연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차입금의존도가 한 자릿수대를 보였다. 상장 계열사들 대비 지주사 HD현대의 차입금의존도가 다소 높게 나타나는 편인데 이는 비상장사 HD현대오일뱅크의 영향이 크다.
◇HD현대오일뱅크 부진 만회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는 2025년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45%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단 0.2%p 낮아졌을뿐만 아니라 4년 전인 2021년의 46.3%와 비교해도 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말 기준으로 지주사 HD현대가 직접 거느린 자회사들 중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함께 별도기준 자산총계가 10조원을 넘는 단 둘뿐인 계열사다. HD현대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2년 순이익 1조6327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1조1046억원 급증했으나 이듬해 1556억으로 순이익이 급감했으며 2024년에는 2997억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다시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으나 순이익은 531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HD현대오일뱅크의 총차입금은 9조2143억원에 이른다. 4년 전보다 7818억원 늘었다. 정유와 화학 등 양대 포트폴리오의 동반 부진으로 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만큼 차입 규모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축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지주사 HD현대의 관점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가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을 위시한 조선계열사들의 지표 개선이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차입금의존도가 2021년 19.3%에서 지난해 3.8%까지 낮아졌다. 이 기간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5조1억원에서 1조4980억원으로 70% 급감했다. 자회사들의 성과를 살펴보면 조선 분야의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마린엔진뿐만아니라 태양광 자회사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지표가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