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준식 부사장은 2023년 말 SK에코플랜트에 합류했다. SK 재무부문장 부사장으로 같은 해 SK팜테코 프리IPO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SK에코플랜트 IPO가 그룹의 중점 과제인 만큼 채 부사장이 새 CFO로 발탁됐다.
채 부사장의 과제는 멈춰 있던 IPO 시계를 다시 돌리는 일이었다. 당초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할 계획이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채 부사장은 다시 반도체·AI인프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이끌었다. IPO를 위한 초석을 다져나간 셈이다.
채 부사장의 지휘 아래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환경 자회사 3개사 매각을 마무리 지었다. SK오션플랜트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하이테크 부문 매출 비중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모듈회사와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최근에는 반도체 소재 4개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SK에너지 자금팀→SK 재무부문 거쳐 2023년 말 합류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말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CFO 조직을 재정비했다. 기존에는 재무, 전략, 상장 기능이 통합돼 있었다. 여기서 재무와 상장 기능을 떼어낸 CFO센터를 만들었다.
초대 센터장으로 채준식 부사장이 영입됐다. 채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 SK에너지 등을 거쳐 SK에너지에 입사했다. 전략개발팀, 자금팀에서 경력을 쌓다가 지주로 이동했다. SK 재무1실장, 재무부문장을 지냈다. SK에코플랜트에 합류하기 전 SK팜테코 프리IPO를 주도했다.
SK가 SK에코플랜트 IPO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위해 채 부사장을 이동시키고 관련 조직을 만든 것으로 풀이됐다. 올해 초부터 CFO센터의 명칭은 기획재무센터로 바뀌었다. 채 부사장은 연말 인사에서 변동 없이 직을 지키게 됐다.
2023년은 SK에코플랜트의 IPO 목표에 제동이 걸렸던 시점이다. 당초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해 밸류에이션을 높여 받는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약 5년에 걸쳐 이어졌던 환경에너지 투자 성과는 미미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건설업황 침체로 인해 IPO를 강행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채 부사장의 당면 과제가 IPO 추진을 위한 토대를 재정비하는 일이었다. 그는 환경에너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AI 인프라 전문 기업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선 이유다.
◇환경 자회사 3사 KKR에 매각 완료, 오션플랜트 매각 과제 채 부사장은 SK에코플랜트 체질 개선에서 성과를 냈다. 선행 과제는 환경·에너지 사업의 정리였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말 환경 자회사 3곳(△리뉴원 △리뉴어스 △리뉴에너지충북)을 콜버그크래스로버츠(KKR)에 최종 매각했다. 3사 처분을 통해 SK에코플랜트가 확보한 현금은 약 8127억원이다.
다만 투자 성과로 보면 실패에 가깝다. SK에코플랜트는 다수 환경 기업을 사들이는 데 약 8500억원의 에쿼티를 투입했다. 여기에 더해 약 8600억원 규모 인수금융도 동원했다. 수년간 상당한 이자비용도 지불했다.
하지만 기투입 자금을 기회비용으로 본다면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자회사 매각으로 확실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었다.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데다 연결로 잡히던 환경 자회사들의 순차입금도 제거됐다. 롯데건설, GS건설 등 건설사들이 차입 부담으로 인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형편이 나아졌다.
◇반도체 관련 기업 줄인수, 하이테크 부문 매출 비중 '절반' 반도체·AI인프라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한 전략 과제들도 함께 수행했다. 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모듈회사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SK에어플러스 등의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했다. SK에어플러스에서만 올해 3분기 누적 2615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에는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개 편입을 완료했다.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사가 SK에코플랜트 품에 안겼다. 웨이퍼에 얇은 증착 소재, 식각가스, 금속배선, 패키징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 공정에 필요한 첨단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효과는 환경에너지 사업 투자 당시보다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2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4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누적 매출은 8조7927억원을 기록하며 연중 1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반도체 관련 매출을 인식하는 하이테크사업 부문에서 4조7117억원을 벌어들였다.
채 부사장의 남은 과제는 SK오션플랜트 매각이다.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는 지난 9월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디오션 컨소시엄을 선정한 바 있다. 인수 3년 만에 추진된 매각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정기간은 내년 1월까지로 연장됐다.
SK에코플랜트가 내년 IPO를 추진할 지는 미지수다. 2022년 재무적투자자(FI) 유치 당시 IPO 기한을 내년 7월로 정한 바 있지만 반도체AI 기업으로 기업가치를 다시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IPO 기한을 연장하려면 FI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중 IPO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