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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반도체 자회사 품는 SK에코, 재무보다 '리밸런싱'

차입부담 7.2조, 개선효과 제한적…IPO 분수령은 자회사 매각

고진영 기자  2025-05-16 15:28:3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SK에코플랜트가 반도차 계열사를 SK에서 연달아 넘겨 받으면서 자본 확충과 현금창출력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7조원을 넘는 차입 부담을 감안하면 효과는 대단치 않아 보인다. 재무적 불확성 해소를 위해선 기업공개(IPO)가 필수적인 만큼 재무 개선보단 리밸런싱의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SK에코플랜트는 차입금이 7년째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9000억원대였던 연결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6조원, 올 1분기 말에는 7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연간 이자비용이 4000억원을 넘는다.

차입금이 급증한 이유는 2020년 이후 환경사업 투자가 본격화한 데다 SK하이닉스 등 계열공사에 대한 매출채권이 늘어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EMS홀딩스, 블룸에너지 인수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썼고 2022년엔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전문기업인 테스를 1조2400억원 주고 사들였다. 이밖에도 삼강엠앤티(약 4600억원. 현 SK오션플랜트), 클렌코(약 2200억원) 인수 등 투자금 지출이 계속됐다.


빠져나간 재원을 다시 채우기 위해 SK에코플랜트는 여러모로 고군분투해왔다. 2020~2022년 TSK코퍼레이션과 SK티엔에스 지분을 4800억원에 팔았고 플랜트사업을 분할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4500억원을 확보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4000억원)와 전환우선주(CPS, 6000억원), 3200억원규모의 영구 교환사채(EB)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덕분에 430%를 찍었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233%, 올 1분기 말 240% 수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가시적 지표완 별개로 실질적인 차입 부담이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자본으로 인정된 RCPS와 CPS, 영구 EB가 사실상 부채 성격이라는 점 역시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SK는 종속회사였던 에센코어(반도체 유통)와 SK에어플러스(반도체 소재)를 포괄적 주식교환,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넘겼다. 또 이달엔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SK가 보유한 반도체 소재회사 4개를 SK에코플랜트에 편입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편입에 따라 SK에코플랜트는 약 3000억원의 자본 확충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2024년 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자기자본은 약 5조원을 기록했다. 4개 회사들의 자기자본을 단순합산했을 때 2830억원이니 약 6% 정도 순자산이 증가하고 이때 부채비율은 226% 수준으로 내린다.

현금창출력도 개선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연간 5000억원대의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론 5704억원을 기록했다. 편입이 예정된 계열사들의 경우 SK트리켐의 2024년 EBITDA는 총 1175억원이다. 합산하면 약 6900억원 수준으로 20% 이상 증가한다.

아쉬운 부분은 차입금도 같이 따라온다는 점이다. 4개 회사를 합쳐 1909억원의 총차입금을 보유 중이다.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가 내년까지 설비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입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재무개선의 핵심은 현재 추진 중인 환경 자회사 매각, 그리고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확보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6000억원어치 CPS를 찍어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면서 4년 안에 IPO를 마치기로 약속했다. 내년 7월까지다.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긴 하지만 기간 내 상장에 실패할 경우 발행가격의 연 5%를 배당해야하고 이후 매년 3%p씩 배당률이 오는 스텝업 조항이 붙어 있다. 또 투자자들의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행사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드래그얼롱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상장이 무산되면 FI들이 어떤 식으로든 상환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재무 상황을 감안했을 때 기업공개에 꼭 성공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계열사의 연쇄적 편입도 IPO를 위한 사업 재편이다. 간판인 건설과 플랜트업이 부진한 데다 환경에너지사업은 기대에 못 미치는 만큼 이대론 몸값을 낙관하기 어렵다. SK에코플랜트가 환경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 해상풍력을 하는 SK오션플랜트 매각을 한꺼번에 추진 중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자회사 편입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올해 말 완료된다”며 “IPO의 경우 내외 경제, 증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예비심사 청구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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