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효성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전력설비 호황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으로 인해 효성화학이 재무적 위기에 빠져 있다. 지주사 효성으로서는 안정적인 계열사의 여력을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효성화학을 지원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효성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광오 부사장은 계열사 지원에 효성의 배당 등 주주환원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내부 신뢰도 높은 회계 전문가 김광오 효성 재무본부장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홍익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면서 미국과 한국 양쪽의 회계사 자격을 모두 보유한 재무·회계 전문가다. 효성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6년 3월로 당시부터 재무본부장 직책과 부사장 직급을 유지 중인 장수 CFO다.
김광오 부사장은 효성그룹이 2018년 효성의 인적분할과 지주사체제 전환 등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할 당시 전략수립 및 실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효성그룹의 ‘설계자’인 셈이다. 그만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김 부사장을 향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2020년 효성캐피탈 매각, 2024년 효성과 HS효성의 계열분리 등을 거치며 김 부사장을 향한 내부 신임도 갈수록 굳건해지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올 3월 효성의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효성에서 CFO가 사내이사에 선임된 것은 인적분할 이전부터 따져도 김 부사장이 최초다.
효성 사내이사 이외에도 그룹 내에서는 올 3분기 말 기준 진흥기업과 공덕경우개발의 사내이사를, 갤럭시아디바이스의 사외이사를, 효성벤처스와 세빛섬의 기타비상무이사를, 효성티앤에스의 감사를 겸직 중이다. 효성 사내이사를 제외하면 모두 비상근이다.
현재 효성그룹은 주요 계열사 효성화학이 재무 불안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김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지주사 CFO가 그룹의 재무 컨트롤타워로서 계열사의 위기 극복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효성화학 지원 여력 있지만…효성 주주환원 회복은 과제 효성은 최근 효성화학이 발행하는 1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를 인수하고 화학제품 생산 과정에서 촉매로 쓰이는 백금을 2000억원 규모로 매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자금보충 약정 2000억원까지 더해 직·간접적으로 5000억원을 효성화학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효성화학의 단기 유동성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방책이다.
효성화학은 올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단기차입금이 1조4444억원에 이르나 유동자산은 6819억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3423억원이 생산활동에 필요한 재고자산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따지면 390억원에 그친다. 효성화학이 석유화학 불황으로 인해 2022~2024년 누적 1조8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라 자체 이익창출을 통한 유동성 확보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앞서 효성화학은 2024년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 -680억원의 자본잠식에 빠진 바 있다. 올 초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특수가스 사업을 9200억원에 매각하면서 자본잠식을 벗어났다. 그러나 계열사의 도움만으로는 재무 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자 지주사 효성까지 구원에 나선 셈이다.
증권업계나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효성화학 지원으로 인해 효성의 재무구조가 당장 크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효성은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20.5%에 불과할 정도로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주요 계열사 중 효성중공업이 올 1~3분기 누적 3427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 동기보다 170.2% 급증하는 등 뛰어난 이익 창출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부사장으로서는 효성이 효성화학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재원 활용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도 파악된다. 효성이 최근 몇 년 사이 지주사의 덕목 중 하나인 배당에서 점진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의 연간 배당총액은 2021년 1294억원으로 정점에 도달했으나 지난해는 502억원으로 반 이상 줄어든 상태다.
물론 김 부사장이 효성의 주주환원을 억제하는 재무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배당액을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고자 노력한 편에 가깝다.
김 부사장이 CFO를 역임한 2016~2024년 효성의 배당을 살펴보면 연결기준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2번(2022년 배당성향 572.5%, 2023년 87537%) 실시했다. 2020년에는 연결기준 528억원의 순손실을 내고도 995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