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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청구서 PRS 진단

예외적 카드서 상시 조달…차환·조기정산 '활발'

①1분기 계약 3.3조…신규 기업 가세, 운용방식도 달라져

이호준 기자  2026-04-06 15:33:41

편집자주

주가수익스와프(PRS)가 대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기업이 예외적으로 활용하는 구조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상장 주식뿐 아니라 비상장 자산, 해외 계열사 지분까지 기초자산으로 쓰이며 범위도 넓어졌다. 다만 만기 손실 부담과 회계 처리 적정성, 실질적인 부채 성격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의 판단을 앞둔 가운데 더벨은 PRS 확산 흐름과 구조적 특징, 잠재 리스크를 짚어본다.
주가수익스와프(Price Return Swap·PRS)를 활용하는 기업이 눈에띄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규 계약 규모만 3조3008억원으로 2024년 전체 규모의 80% 수준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연간 계약 규모와 비교해도 1분기 만에 3분의 1을 웃돌았다.

최근에는 만기 도래분을 갈아타는 차환과 기초자산 가치가 오른 구간에서 계약을 일찍 정리하는 조기정산 사례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채로 봐야 하느냐 아니냐를 둘러싼 회계 논쟁이 아직 결론 나기도 전에 PRS 시장의 확장 속도와 제도 해석 사이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연초부터 PRS 계약 활발…신규 이용과 재이용 동시 확산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RS 계약 규모는 총 3조300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전체 계약 규모 약 4조1285억원의 80%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규모 10조839억원과 비교해도 1분기 만에 3분의 1 수준을 웃돌았다.

신규 기업과 기존 기업을 가리지 않고 활용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한화오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처음 PRS 계약을 체결해 1조7000억원을 조달했다. HLB생명과학은 지난 2월 HLB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PRS 계약에 나섰다. 지난해 보로노이의 자기주식, 미코의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처럼 올해도 신규 계약 체결 사례가 계속되는 흐름이다.

기존 기업들의 반복적인 활용도 두드러진다. SK㈜는 지난 2월 SK바이오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PRS 계약을 맺어 1조25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7월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1조6000억원을 마련한 뒤 약 7개월 만이다. 약 2년 전 하이브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2199억원을 조달했던 넷마블도 다시 하이브 주식을 활용해 3207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PRS 9477억원, 롯데케미칼의 LCI PRS 6500억원 등 과거 PRS를 활용했던 기업들이 다시 관련 조달에 나서는 흐름도 초반부터 나타나고 있다. 신규 사례와 재이용 사례가 함께 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배경에는 역시 회색지대에 놓인 PRS 회계 처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지분을 금융사에 넘긴 뒤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을 사후 정산하는 구조다.

만기 때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기업은 차액만큼 금융사에 정산금을 지급해야 한다. 반대로 기준가격을 웃돌면 금융사가 기업에 차액을 지급한다. 파생상품으로 분류돼 부채로 처리되지 않는 점이 활용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금융사와 기업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PRS 구조를 유연하게 설계할 수도 있다. 계약 과정에서 암묵적 합의를 통해 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기는 이른바 파킹형 거래가 이뤄질 경우 기업은 사실상 지분을 맡겨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회계상 부채 인식은 피하는 구조까지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차환과 조기정산까지…형식은 매각, 운용은 차입에 가까워

그만큼 PRS 계약을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통상 기업은 PR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금융사에 연 5% 안팎의 계약금리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만기까지 해마다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형식은 매각이어도 실질은 주식을 맡겨두고 자금을 빌리는 주식담보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자산의 성격과 계약별 약정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PRS를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보니 해석을 둘러싼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회계기준원이 지난해 말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해석위원회)에 국제 정합성 측면의 판단을 요청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질의 이후에도 아직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그 사이 PRS 규모는 더 커졌다. 기업들이 활용하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환이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해 중순 SK에코플랜트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PRS 계약의 두 번째 차환을 마쳤다. 2019년 처음 구조를 짠 뒤 연 5~6%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며 비슷한 규모의 PRS를 계속 차환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말 LCLA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약 6600억원 규모 PRS를 차환했다. 재작년 메리츠증권과 체결한 PRS 계약을 한국투자증권으로 거래 상대방을 바꾸는 방식이었다. PRS가 일회성 매각을 넘어 차환성 자금조달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조기정산 사례도 있다. 지난해 말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PRS를 체결하며 3년 만기 구조로 9477억원을 마련했다. 당시 기준가격은 주당 8만1000원이었다.

이후 ㈜두산은 지난달 25일 두산로보틱스 주식 1170만주에 대한 PRS 계약 정산을 마쳤다. 3년 만기를 채우지 않고 중간에 정리한 셈이다. 정산일 기준 두산로보틱스 종가가 10만73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산은 주당 약 2만6000원의 추가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형식상 매각과 별개로 PRS는 기업이 손익 규모와 회수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PRS는 표준화된 거래가 아니라 건별 구조 차이가 크다”며 “한두 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기업이 동시에 다양한 구조를 활용하고 있어 외부에서 개별 계약의 실질 조건을 모두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해당 거래를 부채로 봐야 할지 여부를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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