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가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투자를 거의 마무리하고 유동성 곳간을 회복 중이다. 본업 성장으로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된 반면, 그동안 차입 확대의 원인이 됐던 지출은 눈에 띄게 줄었다.
덕분에 잉여현금이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재무 개선에 초록불이 켜졌다. 그간 1조원대까지 불어난 차입금의 만기구조를 손질하고 부채 축소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말 한국콜마의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은 배당금 지급 후 기준으로 89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645억원이 순유출(-)됐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500억원 넘게 개선된 수치다.
한국콜마 잉여현금의 플러스 전환은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 흐름이 동시에 바뀌면서 이뤄졌다. 우선 ‘K뷰티’ 브랜드들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34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반대로 이 기간 자본적지출(CAPEX)은 2605억원에서 1797억원으로 31% 줄었다. 제약 자회사 HK이노엔의 판교 R&D센터 건립이 마무리됐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2공장도 작년 7월 준공되면서 대형 투자 사이클이 일단락된 영향이다.
한국콜마 재무전략에서도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그동안 공격적 인수와 설비투자로 차입 부담이 쌓여왔지만 이제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차입구조 안정화에 투입할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빚 규모를 보면 작년 말 연결 총차입금이 1조2315억원으로 계산된다. 3년 전 1조원을 넘긴 이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HK이노엔 인수, 2022년 패키징업체 연우 인수 등에 이어 2024년 연우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대응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공장 증설 역시 외부 조달로 충당했다.
다만 차입 규모 자체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만기 구조다. 2025년 말 기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이 8619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70% 수준에 달한다. 표면적으론 단기 상환 부담이 적지 않은 구조다.
하지만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EBITDA 규모를 감안하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가 2024년 3.3배였는데 지난해 2.7배로 낮아졌다. 이 기간 차입금은 늘었지만 상환 여력은 오히려 나아졌다는 뜻이다.
한국콜마는 이미 차입구조 개선 작업에도 착수했다. 올 2월 총 6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공모사채 발행을 마무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2년물 300억원, 3년물 3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용도는 차입금 만기 장기화와 차환이다. 단기 차입 비중을 낮추고 장기물 비중을 확대해 재무 변동성을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국내 별도 법인과 HK이노엔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법인과 연우는 수익성 회복이 여전히 더디기 때문이다. 미국 법인은 2025년 7월 제2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신규 고객사 실사비용, 1공장의 주문 감소 여파로 고정비 부담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영업적자 134억원을 냈고 2026년에도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고 관측된다.
연우 역시 프리몰드(Freemold)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과 대형 고객사들의 주문 축소가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509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줄었고 영업이익은 3억원 수준에 그쳤다.
회사 측은 “매출이 줄었지만 자연 퇴직 등으로 인건비를 줄이면서 4분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다”며 “국내 대형 브랜드가 줄어드는 만큼 주요 고객사가 인디브랜드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한국콜마는 미국법인과 연우의 고정비 부담을 흡수하면서 차입관리를 이어가는 작업이 재무전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