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오르면 좋은 것일까.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어떤 오너에게는 주가 상승이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한다. 최근 콜마그룹과 CJ그룹을 둘러싼 상황은 이 질문에 정반대의 답을 보여준다.
콜마그룹이 지주사 콜마홀딩스의 자기주식 매입을 검토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크게 눈길이 가지 않았다. 밸류업 이슈가 한창인 시기, 자사주 매입은 흔한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얘기가 달랐다. 콜마 오너가에게 주가는 단순한 지표가 아니라 생존 문제였다.
오너 일가는 지주사 지분을 담보로 상당한 대출을 일으킨 상태다.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사장 모두 보유 지분의 상당분을 금융권에 맡겼다. 일부 담보의 유지비율은 170% 수준으로, 주가 기준 1만1200~1만1400원대다. 문제는 주가가 이미 1만원 미만이라는 점이다. 이 구간에서는 추가 담보 제공이나 대출 감액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현실화될 수 있다.
단순한 평가손실 문제가 아니다. 담보권이 실행되면 지분이 시장에 출회되거나 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지배력 약화로 이어진다. 콜마에서 주가는 곧 경영권이다. 주가 방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반면 CJ그룹은 전혀 다른 그림이다. 최근 CJ 지주사 주가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업황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비상장 자회사 올리브영이 고성장을 이어가며 그룹 가치에 기여 중이다. 시장은 CJ의 핵심 동력을 사실상 올리브영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미묘한 지점이 생긴다. 오너 4세 이선호 그룹장은 CJ보다 올리브영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CJ 지분이 3.2%인데 반해 올리브영 지분은 11.04%로 개인 최대주주다. 향후 승계 과정에서 양사 간 합병이나 지분 교환이 이뤄질 경우 교환 비율은 기업가치, 즉 주가에 좌우된다. CJ 주가가 낮을수록 유리한 구조다.
이런 맥락에서 CJ 주가 상승은 일반 주주에게는 긍정적이지만 승계를 설계하는 오너 입장에서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같은 주가 상승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축복이고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는 이유다.
콜마와 CJ의 대비는 한국 재벌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거버넌스는 단순한 지분율 문제가 아니다. 담보대출, 비상장 자회사 가치, 승계 과정의 합병과 지분 교환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올리브영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비상장 자회사가 있을수록 지주사와의 관계는 더 민감해진다.
이제 시장은 실적뿐 아니라 오너의 의도와 구조까지 읽는다. 주가는 숫자 같지만 그 이면에는 경영권과 승계, 생존 전략이 얽혀 있다. 주가는 더 이상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오너가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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