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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영구채 이어 '백금'까지 사줬다…효성의 '효성화학' 구하기

HS효성첨단소재 베트남법인 지분 매각해 2600억 확보, 화학에 현금+보증 1.45조 지원

고진영 기자  2025-12-30 15:50:54
최근 HS효성첨단소재가 베트남 계열사 지분을 전량 확보했죠. 효성그룹이 계열분리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이번 거래가 만들어낸 2600억원 규모의 현금에 쏠리고 있는데요.

매각대금이 흘러 들어가는 종착지가 효성화학을 부양해야 하는 지주사 효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벌써 2년째 효성화학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면서 효성의 재무적 부담이 확대되고 있거든요. 효성화학을 살리기 위한 효성의 고군분투와 그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매각대금 2643억, 효성으로 흐를까

이달 중순 효성그룹 안에서 현금이 2600억원 넘게 오가는 거래가 있었습니다. 내용을 뜯어보면 동생네 회사가 형네 회사에서 계열사 지분을 사오는 모양새인데요.

12월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첨단소재'가 베트남 계열사인 'HS효성베트남' 지분 28.57%를 마저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원래 조현준 회장 쪽인 효성투자개발이 보유하던 지분인데요. HS효성첨단소재는 매입대금 2643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베트남 법인 지분 100%를 확보해서 100% 자회사로 만들었죠.

사실 작년 7월 효성그룹은 지주사를 두 개로 쪼개면서 공식적으로 살림을 나눴는데, 이번 거래도 그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의 효성과 조현상 부회장의 HS효성, 이렇게 두 지주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번 딜도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차원이 우선이겠죠. 하지만 매각대금이 결국 어디로 흘러가느냐도 의미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효성투자개발은 지주사 효성이 지분 59%를 들고 있는 종속 자회사입니다. 다시 말하면 HS효성첨단소재 곳간에서 나온 2643억원이 형네 자회사인 효성투자개발로 들어가고, 이 돈을 다시 배당이나 대여 방식으로 효성에 밀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효성이 재무적으로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금을 수혈받는 우회 통로가 열렸다고 볼 수 있죠. 계열 분리도 진행하면서, 지주사에 필요한 실탄도 대비한 모습입니다.

◇효성, 무차입 경영 '옛말'…효성화학 돕느라 빚 늘었다

효성이 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을까요. 요즘 지주사 빚이 좀 늘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9월 말 기준으로 효성의 별도 순차입금이 2445억원 정돕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차입금보다 현금이 많았는데, 지난해 순현금 상태가 깨졌고 올해는 차입규모가 더 늘었어요. 계열사 지원에 돈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 지원의 종착지가 바로 그룹의 아픈 손가락, 효성화학입니다.

효성의 효성화학 지원 내역을 보면 올해만 수차례예요. 올 10월 효성화학이 1000억원어치 영구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는데, 이걸 효성이 전량 다 사줬습니다.

발행 조건은 꽤 센데요. 지금은 이자가 4%지만, 3년 뒤인 2028년부터는 7%로 뛰고, 2030년부터는 매년 1%포인트씩 올라서 최대 19%까지 치솟습니다. 사실상 효성화학 영구CB를 사줄 투자자를 찾기 어려우니까 지주사가 떠안은거죠.

그뿐이 아닙니다. 효성화학 울산 공장에서 촉매로 쓰는 백금을 효성에 매각하고 다시 빌려 쓰는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했는데요. 이 거래로 효성이 내년 4월까지 2000억원을 효성화학에 주기로 했습니다. 올해 초엔 온산 탱크터미널도 효성이 1500억원에 사줬고요.

계산해 보면 매입, 출자 등의 방식으로 효성이 효성화학에 직접 찔러준 현금만 최근 2년 동안 7000억원이네요. 여기에 보증을 서준 것도 있습니다.

베트남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 지분 일부를 PRS 방식으로 유동화할 때 효성이 자금보충 약정을 했고요. 또 효성화학이 올해 빌린 차입금 3700억원에 대해서도 보증을 서줬거든요. 이런 우발채무까지 다 합치면 효성이 짊어진 리스크 총액이 1조4500억원에 달합니다. 효성이 왜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지 아시겠죠.

◇효성화학 '버티기' 돌입… 업황 회복 변수

효성화학은 왜 이렇게 상황이 꼬인 걸까요. 거슬러 올라가면 효성화학이 출범할 때 단행했던 베트남 투자부터 문제였습니다. 2018년 베트남에 1조6000억원 넘게 들여서 대규모 화학단지를 지었거든요. 하지만 하필 완공 직후에 코로나가 터지고 중국발 공급 과잉까지 겹쳤습니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한동안 이어진 거죠.

그래서 급한 대로 돈 되는 사업부를 팔기도 했습니다. 작년 말 효성화학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바람에 알짜 특수가스사업부를 매각했죠. 덕분에 자본잠식 위기는 넘겼는데, 문제는 돈 잘 벌던 사업이 빠지니까 포트폴리오가 한층 단촐해졌다는 겁니다. 폴리프로필렌(PP) 사업 의존도가 80%에 달하는데, 시장에선 PP 불황이 2028년까지 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결국 효성화학 혼자 힘으로는 버티기 힘드니까 지주사가 있는 힘껏 뒤를 받쳐주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최근 베트남법인 차입에 효성화학이 또 보증을 섰는데 여전히 상황이 녹록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난 12월 8일 효성화학은 베트남법인이 빌린 736억원에 대해 채무보증을 해줬습니다. 지금까지 제공한 채무보증 잔액은 총 9355억원까지 늘었는데요. 베트남법인 자금난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거죠. 9월 말 기준으로 베트남법인 순손실이 1477억원을 기록했고요.

다만 힘든 시기이긴 해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효성그룹에서 효성화학만 힘들지 효성중공업이나 효성티앤씨 같은 다른 계열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돈을 아주 잘 벌고 있으니까요.

그룹 전체로 보면 든든한 가장들이 버티고 있는거죠. 효성이 이렇게 지원하는 것도 효성화학이 살아날 때까지 지탱해줄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 아닐까요? 화학은 싸이클산업이거든요. 지금은 PP산업이 바닥이어도 업황이 돌아서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요.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봄날을 기다리고 있는거겠죠.

지금은 보릿고개를 넘고 있지만, 이 시기를 잘 견뎌서 효성화학이 그룹의 중심축으로 돌아올 날이 올지 궁금한데요.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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