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의 오랜 염원이었죠. HMM 인수설이 다시 돌고 있습니다. 2년 전 하림에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하림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다시 기회가 온 셈인데요. 하지만 아직 회의적인 시선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HMM의 몸값이 그동안 더 올랐으니까요.
2년 전엔 6조원대였는데 지금은 최대 10조원까지 거론됩니다. 주가가 오르기도 했고, 영구채 전환으로 채권단 지분율도 57.9%에서 72%로 껑충 뛰었기 때문인데요. 반면 동원의 주머니 사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현금 7000억으로 10조 대어를?
M&A의 핵심은 결국 지불 능력이죠. 현재 해양진흥공사 지분을 빼고 산업은행 보유지분만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지분가치는 6조8000억원 수준입니다. 동원그룹이 이 거금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현금성 자산을 보면 올 9월 말 연결 기준으로 7386억원뿐이거든요. 예상되는 인수가의 10분의 1도 안 되죠. 2023년 말에는 현금이 1조 1700억 원 정도 있었는데, 투자가 지속되고 차입금을 축소하면서 현금 유출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현금도 온전히 쓸 수 있는 돈은 아닙니다.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이 1조6600억원 정도 있으니까요. 상당 부분 차환하겠지만, 지금 있는 현금은 단기채무 대응이나 영업활동 유지를 위해 확보해둬야 하는 안전판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겠죠. 여유자금이 아니라요.
◇하람의 실패가 남긴 교훈
충희) 현금이 없다면 결국 빚을 내야 한다는 건데요. 지난번 하림 컨소시엄도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오려다 탈이 났었습니다. 당시 인수 대금이 6조4000억원이었는데 하림 자체 현금은 1조6000억원이고 나머지는 팬오션 유상증자로 3조원, 인수금융으로 2조원, 이렇게 조달하겠다고 했거든요. 그 계획이 신뢰를 얻지 못했고요.
우선 무리한 유상증자 계획에 주주들이 반발했습니다. 대규모 인수금융도 논란이 있었는데요. 하림이 HMM을 인수한 뒤에 이 회사 곳간에 있는 현금을 빼서 이자 갚는 데 쓰는 게 아니냐, 이런 의심이 있었었습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형국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한 거죠. 동원그룹도 이 부분에서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설상가상 경쟁자도 심상치 않은데요. 포스코그룹이 참전했으니까요. 포스코홀딩스는 연결 현금만 16조 가까이 있는 진짜 고래입니다. 해운업계에서 포스코 측 인수를 반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동원을 반기는 것도 아니거든요. 자금력으로 따지면 동원이 상대가 안되죠.
동원이 지원군을 끌고올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동원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전통적으로 외부 지분투자를 반기지 않아서요. 한 십여년 전에 태크팩솔루션이라는 식음료 용기 제조업체를 인수할 때 FI와 공동으로 한 적이 있긴한데 이때가 좀 예외적이라고 봐야하고요. 2023년 HMM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도 FI 없이 참전했었죠. 물론 이번엔 재도전이니까 FI를 포함해서 더 확실한 전략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자산 유동화 불가피…'스타키스트' 동원 유력
빚을 내든 FI를 데려오든, 부담을 줄이려면 자산 유동화도 필수적으로 보입니다. 지금 주목받는 계열사는 스타키스트인데요. 그룹에서 동원산업, 동원에프앤비나 동원시스템즈, 동원로엑스 같은 계열사를 제외하면 가장 덩치가 큽니다. 찰리라는 파란 참치 캐릭터로 유명한 미국 참치캔 회사이자, 동원산업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알짜배기 자회사죠.
2023년 인수전 당시에도 동원그룹이 스타키스트와 동원로엑스, 동원홈푸드 이런 비상장 계열사들의 기업공개를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문제는 최근 동원산업이 자회사 동원F&B 상장폐지를 추진했다는 겁니다. 중복상장으로 생기는 주주가치 훼손을 막는다는 이유였죠. 이런 상황에서 다른 자회사 IPO는 앞뒤가 맞지 않으니까, 스타키스트만 중복상장 이슈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키스트 몸값은 어떨까요. 동원산업이 2008년 스타키스트를 인수할 때 약 3억6000만달러, 당시 환율로 4000억원 정도를 썼는데요. 지금은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회사로 컸습니다. 참치가격 담합 소송 이슈가 있긴 했지만 작년에 합의금이 3000억원 정도로 확정되면서 그 문제도 털어냈고요. 최근 미국 식품회들의 멀티플을 적용해보면 스타키스트 몸값은 대략 1조6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아마 동원산업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지분 일부를 프리IPO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해보이는데요. 교환사채(EB)나 전환사채(CB)를 를 찍을 수도 있고요. 최소 5000억원 이상은 마련할 수 있겠는데요. 적은 돈은 아니지만 HMM 인수자금이라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물론 동원F&B가 가지고 있는 2000억대 양재동 사옥을 판다는 얘기도 있고, 동원로엑스가 가지고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도 나오는데요.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자금을 합쳐봐도 차입을 대폭 늘리거나 FI를 끌어오지 않고 인수가 가능할지는 사실 의구심이 있습니다.
재무적인 리스크 외에 다른 걸림돌도 있는데요. 은 없습니까? 우선 HMM 노조는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빚을 내서 인수하는 LBO(차입매수) 방식에 반대하는 기조고요, 부산 이전 이슈 같은 정치적 변수도 있습니다. 동원 입장에선 돈 문제뿐 아니라 이런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난제도 안고 있는거죠.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밖으로는 포스코라는 현금 부자가 경쟁자로 나섰고, 안으로는 FI를 꺼리는 분위기고, 무작정 빚을 내기도 마땅치 않고. 동원그룹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데요. 2년 전 김재철 명예회장은 HMM을 마지막 꿈이라고 했죠. 이번에도 자금 동원력의 벽을 넘지 못하면 물류 제국의 꿈은 그저 꿈으로 님게 될 텐데요. 동원그룹이 바다에서 육상, 항만까지 넓힌 밸류체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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