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은 굵직한 인수·합병(M&A) 때마다 그룹 모태인 동원산업 재무 여력을 활용했다. 부족한 인수자금은 차입금과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로 해결했다. 2년 전 물류 계열사 동원로엑스가 HMM 인수에 도전할 때도 동원산업이 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하려 했다. 동원산업 차입 부담을 줄인 동원그룹은 HMM 인수를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HMM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조 단위 인수자금이 필요하다. HMM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35.42%) 가치는 지난 12일 종가(2만750원 기준) 기준 6조9333억원이다. 2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35.08%) 가치는 6조8655억원이다.
올 3분기 말 동원그룹 사업지주사 동원산업이 연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예치금 포함)은 7362억원이다. 동원산업 별도 법인이 2278억원, 동원시스템즈 연결 실체가 1463억원, 동원F&B 연결 실체가 834억원을 들고 있다. 동원그룹은 HMM 인수전이 본격화하기 전 여러 자금 조달 방안을 구상 중이다.
추가 차입 여력은 2년 전보다 나아졌다. 올 3분기 말 동원산업 연결 기준 순차입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이하 12개월 누적)은 2.4배다. 해당 지표는 2023년 말 2.6배, 지난해 말 2.5배로 개선 흐름을 지속했다. 사업지주사로 전환한 2022년부터 연간 그룹 EBITDA를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자본적 지출(CAPEX) 위주로 투자를 집행해 순차입금을 2조원 수준으로 관리했다.
동원산업 별도 법인은 현금 창출력을 개선하며 차입 부담을 줄여 M&A를 준비했다. 2023년 말 4.5배였던 순차입금/EBITDA는 올 3분기 말 3.3배로 개선했다. 올 3분기 말 순차입금은 6751억원으로 2023년 말(7909억원)보다 15% 감소했다. 해당 기간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며 총차입금을 줄인 덕분이다. 올 3분기 EBITDA는 2031억원으로 2023년(1745억원)보다 16% 증가했다.
동원산업 별도 법인은 2023년 동원로엑스가 HMM 인수전에 참여할 때 인수자금을 출자해 줘야 하는 사업지주사였다. 동원로엑스는 동원산업 100% 자회사다. 2023년 말 동원로엑스가 별도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85억원이었다. 연간 EBITDA는 600억~700억원 수준이다. 그룹 지원 없이 HMM을 품기 어려운 재무 여건이다.
동원산업 100% 자회사인 미국 참치 제품 가공·유통 업체 스타키스트도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과거 HMM 인수전 때 전환사채(CB) 발행을 검토했던 계열사다. 2023년 말 52%였던 스타키스트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올 3분기 말 46%로 내려갔다. 올 3분기 말 자본총계는 6720억원, 부채총계는 3121억원으로 추가 차입 여력을 지니고 있다.
동원산업 100% 자회사인 식품 계열사 동원F&B 연결 실체는 최근 차입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해부터 FCF 적자를 기록하며 기존 유동성과 추가 차입으로 자금 소요에 대응했다. 2025년 3분기 말 순차입금은 5793억원으로 2023년 말(4410억원) 보다 31% 증가했다.
다만 동원F&B 연결 실체가 현금 창출력을 개선해 추가 차입이 어려운 재무 여건은 아니다. 올 3분기 EBITDA는 2973억원으로 2023년(2538억원)보다 17% 증가했다. 올 3분기 말 순차입금/EBITDA는 1.9배다. 운전자본에 묶인 현금이 풀리면 FCF를 개선할 수 있다.
동원산업이 지분 71.04%를 보유한 포장재·알루미늄 제조·가공·판매 자회사 동원시스템즈 연결 실체는 2020년부터 순차입금/EBITDA를 2배 내외로 유지하고 있다. 영업현금 이내 CAPAX를 집행하며 FCF를 쌓아가고 있다. 올 3분기 말 순차입금은 3444억원으로 2023년 말(3858억원)보다 11% 감소했다. 올 3분기 EBITDA는 1685억원으로 2023년(1599억원)보다 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