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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굿컴퍼니'로 독립한 11번가…속쓰린 귀환의 의미

부채는 SK플래닛에 넘기고 깨끗한 몸으로 분사, 결과는 자본 95% 증발

고진영 기자  2025-11-20 09:16:43
최근 시장에서 화제가 된 소식이 있었죠. SK스퀘어가 11번가를 자회사인 SK플래닛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11번가가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했으니까 7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계열사 간 지분 이동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꽤 큰데요. SK그룹이 10년 넘게 이커머스사업에서 고전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결정입니다. 특히 11번가가 재무적으로 우량한 상태로 독립했다가 다시 위기 상태로 복귀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우여곡절이 엿보입니다.

미래를 기대하고 독립시켰는데, 지금 다시 돌아온다는 건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얘기겠죠. 오늘 그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최근 시장에서 화제가 된 소식이 있었죠. SK스퀘어가 11번가를 자회사인 SK플래닛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11번가가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했으니까 7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네요?

◇'고육지책' 핵심은 투자금 상환

우선 거래 구조부터 짚어보죠. SK스퀘어가 11번가를 SK플래닛에 매각하는데, 매각 대금은 다시 SK스퀘어가 지원합니다. 총 매각대금은 4673억원인데요. 이 거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했던 FI, 즉 나일홀딩스의 투자금을 상환하는 겁니다. 나일홀딩스는 국민연금, H&Q코리아, 새마을금고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인데요. 11번가 IPO가 무산되면서 그동안 자금회수 압박이 컸습니다.

구체적으로 SK스퀘어가 SK플래닛의 유상증자에 3900억원을 투입하고, SK플래닛은 그 돈으로 11번가 지분을 인수해서 FI에게 대금을 지급합니다. 결국 SK스퀘어 자금으로 FI 지분을 정리하는 거죠.

FI들은 원금을 회수하게 됐지만, SK스퀘어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현금 유입은 없는데 지출만 4000억 가까이 생기니까요. 그리고 11번가의 지금 장부가액(6607억원)보다 매각가(3809억원)가 훨씬 낮아서 인식해야하는 회계상 손실도 2800억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도 이런 고육지책을 감행한 건 국민연금과의 관계, 그리고 시장에서의 신뢰 유지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이네요.

◇SK플래닛 출범, 연이은 시행착오

이렇게 복잡한 거래가 왜 발생하게 됐을까요. SK의 이커머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SK플래닛은 2011년 10월 출범했습니다. 당시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을 분할해서 'SK플래닛'을 분사시켰죠. 디지털생태계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었는데요. 몇 년 뒤 커머스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 목표가 꽤 컸는데요. 2016년 11번가 운영사를 흡수합병하면서, 2020년까지 거래액 12조원을 달성하고 국내 유통 '빅3'로 도약하겠다, 이렇게 선언하기도 했죠 . IT 기반의 회사가 유통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당시 내부에서도 굉장히 기대가 있었습니다.

합병 직후, 판교에 있던 SK플래닛 직원들이 신대방동 11번가 사무실로 가서 유통실무를 배우려고 스터디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진지하기도 했다는 말이고 이종산업간 결합이 쉽지 않다는 의미기도 하죠.

초기에도 큰 실패가 있었습니다. 미국 플랫폼업체인 '샵킥' 인수 건입니다. 2014년에 미국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야심차게 인수했는데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죠. SK 이커머스 역사에서 속쓰린 실패 중 하나입니다. 샵킥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가 결국 2019년 매각했거든요. 이 과정에서 본 손실만 3500억을 넘고요. SK플래닛 전체 재무구조에도 타격이 컸죠.

샵킥도 실패하고, 국내 경쟁 심화로 SK플래닛이 어려워지니까 꺼낸 카드가 11번가 분사였습니다. 적자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가 11번가였으니까요. 2017년에 SK플래닛이 기록한 순손실이 무려 5100억원. 11번가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상황이었죠. 그러니까 11번가를 떼어내서 IPO를 하고 돌파구를 찾기로 한 겁니다.

◇'우량아'로 분사했지만…기대와 달랐던 7년

IPO를 염두에 뒀으니 회사를 재무적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분사 과정에서 SK플래닛이 회사의 모든 차입금을 그대로 떠안았죠. 11번가에는 부채를 단 한 푼도 남기지 않았고요, 현금성 자산만 가지고 독립시킵니다.

SK플래닛이 재무적 부담을 모두 짊어진 덕분에 11번가는 ‘차입금 0원’이라는 깨끗한 상태로 독립할 수 있었죠. 지금 갚아야하는 투자금도 이때 끌어왔던 돈입니다. 당시 FI들한테 5000억원어치 투자를 유치했거든요. 11번가는 2018년 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5067억 원, 부채비율은 90%에 불과한 우량 기업으로 재탄생했죠.

당시만 해도 SK 측은 이커머스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분사 뒤에 11번가가 SK텔레콤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SK텔레콤이 조직재편을 하면서 4대 사업부에 커머스를 넣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다가 2021년에 SK텔레콤이 기존회사와 SK스퀘어로 인적분할을 합니다. 이때 11번가를 포함한 비통신 자회사들이 SK스퀘어로 편입된거죠.

그렇게 '굿 컴퍼니'로 출발했던 11번가가 애물단지로 돌아온 가장 큰 원인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대와 다르게 수익성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거든요. 7년 동안 매년 순손실을 기록했고요. 그동안 쌓인 손실 규모가 4400억원이나 됩니다.

손해가 계속됐으니 상장은 당연히 물 건너갔겠고 재무상태도 좋을리 없겠죠. 순손실이 계속 자본을 깎아 먹었으니까요. 분사할 때만 해도 자기자본을 5500억 들고 출발했는데 지금 299억 남았습니다. 7년 만에 자본의 95%가 사라진 거죠. 당연히 부채비율도 급등했습니다.

독립 당시 부채비율이 90%였는데 1261%까지 치솟았어요. 사실상 자본잠식 직전인 상태인데요. SK텔레콤 자회사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사세가 비교할 수 없이 쪼그라들었죠.

SK그룹의 이커머스 도전사가 결코 순탄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막대한 투자, 모기업의 희생까지 동반했지만,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본이나 의지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으니, 11번가는 SK플래닛 산하에서 다시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야겠죠.

결국 11번가의 여정은 SK그룹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겪은 시행착오의 축소판이었습니다. 다만 실패를 통해 배운 경험이 다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겠죠. 시장은 냉정하지만, 방향을 바로잡는 기업만이 다시 기회를 잡습니다. 지금까지 더벨스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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