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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조의 승부수: SK하이닉스 ADR

신주 발행 왜 2.5%일까…법정 하한까지 7635주

③자사주 태워 만든 1779만주 마지노선…SK스퀘어 지분율 20.5%→20%

고진영 기자  2026-07-02 16:05:49

편집자주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는 룩셈부르크 증시에서 1조6000억원을 끌어왔다. 부도 위기에 밀려 생존을 위해 조달했던 돈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SK하이닉스는 사상최대 호황을 등에 업고 나스닥 공모에 나섰다. 같은 해외 발행이지만 남기는 질문은 정반대다. 넘치는 현금을 쥐고도 왜 지금 신주를 찍을까. 무엇을 위해 자본을 확충하며 그 선택은 회사에 어떤 숙제를 던질까. THE CFO가 이번 ADR에 담긴 계산을 들여다봤다.
SK하이닉스의 ADR(미국예탁증서) 상장에는 피할 수 없는 허들이 있었다. 최대주주 SK스퀘어가 지켜야 하는 법정 지분율이다. 첫 조달 예정액과 발행규모를 사실상 이 기준이 결정했다.

그래서 2.5%라는 발행 물량엔 공정거래법과 개정 상법, 자사주 소각이 맞물려 있다. SK하이닉스가 모회사 도움 없이 신주를 발행할 수 있었던 여유도 함께 소진된다.

◇SK스퀘어 '20%'의 상한선

SK하이닉스가 이번 ADR 유상증자에서 발행할 수 있는 신주는 최대 1779만주, 현재 발행주식총수(7억1270만2365주)의 2.50% 규모다. 확정 발행량이 아닌 최대 모집 한도로 실제 발행량과 모집총액은 북빌딩(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발행한도가 제한되는 이유는 SK스퀘어의 지분율에 있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50%(1억4610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대 물량이 모두 발행되면 SK하이닉스 전체 주식수는 늘어나지만 SK스퀘어의 보유주식 수는 변하지 않다 보니 지분율이 20.0002%까지 내려앉게 된다.

이 20%는 공정거래법이 그어둔 마지노선이다. SK스퀘어는 일반지주회사인 동시에 SK의 자회사고, SK하이닉스는 SK스퀘어의 자회사이자 SK의 손자회사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 주식의 30%를, 이 자회사가 다시 상장 손자회사 주식의 30%를 각각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SK스퀘어는 완화된 조건을 적용받는다. 2020년 법이 개정되기 전부터 이어져 온 지주 관계에는 부칙의 경과조치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SK하이닉스 지분을 최소 20%만 유지하면 된다.


ADR 규모도 이 요건을 고려해 결정됐다. SK스퀘어가 보유한 1억4610만주가 전체의 20%가 되려면 발행주식총수는 최대 7억3050만주를 넘을 수 없다. 현재 ADR의 최대 신주 물량을 더한 뒤의 발행주식총수는 이보다 7635주 적을 뿐이다. 남은 여유는 0.001% 남짓이다. 초과 수요가 들어와도 물량을 더 얹기 어렵다. 2.5%는 희석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규모가 아니라 지배구조상 최대한도인 셈이다.

◇ 자사주 소각으로 마련한 발행 여력

하지만 이 역시 올 2월 자사주를 소각한 덕분에 가능했던 수치다. SK하이닉스는 2월 자사주 1530만주(장부가 8722억원)를 소각했다. 덕분에 발행주식총수가 줄면서 발행가능한 신주가 약 250만주에서 1779만7635주로 확대됐다. 소각한 주식 수만큼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공간이 새로 생긴 구조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자체를 예탁기관에 넘기고 이를 기초로 ADR을 발행하는 방법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이 희석 부담을 완전히 피하진 못한다. 자사주가 시장에 풀리면 의결권이 부활하고 실제 유통주식 수와 주당순이익 산정에 반영되는 주식 수는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행주식총수는 늘지 않으니 SK스퀘어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회사가 자사주를 활용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3월 개정상법 시행에 따라 소각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자사주 취득목적을 '적정주가 확보를 통한 주식가치 제고'라고 밝혔는데, 이 자사주를 ADR 기초주식으로 처분하는 것은 당초 목적이나 개정상법 취지에 어긋날 수 있었다.

새로 자사주를 사들여 ADR 기초주식으로 담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주식 매입부터 자기주식 처분 사유를 넣기 위한 정관 변경, 주주총회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자기주식 취득에 시간이 걸려 적기에 ADR을 상장하기 어렵고 ADR 공모는 글로벌 투자수요와 시장 여건이 우호적인 시점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1779만주는 이번 ADR 공급량의 상한으로 작용했다. 원주 1주당 ADS(미국예탁주식) 10주이므로 최초 공모 물량은 최대 1억7790만주다. 하지만 영구적인 한도는 아니다. 상장 뒤 기존 원주가 예탁돼 ADS로 전환되거나 ADS가 다시 원주로 돌아오면 양 시장의 유통 물량은 달라진다. 장기적인 ADR 유동성은 전환 물량과 거래대금, 투자자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최대 발행 뒤 남는 여유는

또 회사는 이번 ADR을 일회성 자금조달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보다 유연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추가 자기자본이 필요할 경우 한국과 미국 양쪽 채널을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대 물량이 발행되면 신주를 추가로 찍을 공간은 거의 사라진다. SK스퀘어 보유 주식이 그대로라는 전제에서 20% 기준선까지 남는 발행 여력은 7635주다. 최대 발행 뒤 SK스퀘어가 처분할 수 있는 보유 주식도 1527주에 그친다.


◇SK스퀘어 넥스트스텝은

후속 유상증자를 하려면 세 가지 길이 있다. 이번 최종 발행량이 한도보다 적어 여력을 남기거나, SK스퀘어가 장내 매입 또는 후속 증자 참여 등을 통해 보유 주식을 늘리거나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추가 소각해 발행주식총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회사는 후속 발행 계획이나 물량을 밝히지 않았다.

SK스퀘어 입장에서도 이번 ADR 발행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6월 말 기준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NAV)는 392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지분가치가 387조1700억원으로 약 98.7%를 차지하고 있다. 순자산가치가 사실상 SK하이닉스 지분가치로 좌우된다.


따라서 ADR 상장 뒤 SK하이닉스가 재평가되면 SK스퀘어의 지분가치와 NAV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조달 자금이 충분한 수익과 재평가를 끌어내지 못하면 SK스퀘어는 자산가치 상승 효과는 보지 못하고 지분율만 잃게 된다. 결국 2.5%는 SK스퀘어가 핵심 자산의 성장을 위해 내줄 수 있는 마지막 여유이자, 다음 증자를 위해선 재무적 결단이 불가피한 경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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