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신계약을 통해 확보하는 CSM이 1년 사이 늘었다. 그러나 증가 폭은 CSM 잔액에 비해 제한됐다. 손보사들의 판매 경쟁이 CSM 확보에 유리한 특정 분야에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신계약의 CSM 축적 효율도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DB·현대·KB·메리츠 등 빅5가 1~5위를 모두 차지한 가운데 삼성화재는 신계약 CSM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DB손보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흥국화재는 상품 포트폴리오의 차별화 성과를 앞세워 손보사들 중 가장 큰 증가액을 기록했다.
◇DB손보 처음으로 선두 나서…한화손보 1조원 돌파 THE CFO가 국내 법인 손보사 20곳의 연간 신계약 CSM을 조사한 결과 2025년 기준 DB손보가 2조9327억원으로 손보업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전년도 1위 삼성화재를 343억원 차이로 제쳤다. DB손보는 IFRS17 회계기준 도입으로 CSM이 보험사 기대수익성 지표로 활용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손보업계 신계약 CSM 1위에 올랐다.
신계약 CSM은 보험사가 신계약으로 확보한 보험부채 중 향후 이익으로 전환되는 부분을 말한다. CSM은 기간별 상각을 통해 보험이익으로 전환되는 만큼 보험사는 CSM 잔액을 늘리려면 기간별 이익 전환분 이상의 신계약 CSM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화재가 2조8984억원, 현대해상이 2조376억원으로 각각 2, 3위에 올랐고 KB손보와 메리츠화재가 각각 1조7419억원, 1조5882억원으로 4, 5위에 올라 손보 빅5가 1~5위를 석권했다. 한화손보가 1조291억원으로 빅5의 뒤를 따랐다. 한화손보는 빅5 이외에 1조원 이상의 연간 신계약 CSM을 기록한 첫 손보사다.
한화손보와 함께 중형 4사로 분류되는 △흥국화재(6635억원) △롯데손보(4122억원) △NH농협손보(2327억원) 등이 차순위를 기록했으며 하나손보가 1506억원으로 중형 4사의 뒤를 따랐다.
모회사 한화손보에 흡수돼 법인이 소멸된 캐롯손보, 전업 보증보험사로 CSM을 쌓지 않는 SGI서울보증, 정리가 결정돼 영업이 중단된 MG손보와 MG손보의 정리를 위해 계약을 이전받은 가교 보험사 예별손보는 2025년 신계약 CSM이 집계되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하면 신생 펫보험사 마이브라운이 손보업계 최하위다. 마이브라운은 아직 신계약을 통해 CSM을 쌓지 못했다. 신한EZ손보와 카카오페이손보 등 디지털 손보사들이 각각 10억원, 20억원으로 마이브라운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했다.
◇삼성·DB 순위 전환배수가 갈랐다…흥국화재 3000억대 증가 20개 손보사의 신계약 CSM 총합은 2025년 13조9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0.4%(55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CSM 잔액이 3.4%(2조2924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다소 제한됐다.
건강보험 등 CSM 축적에 유리한 장기 보장성보험 분야에서 손보사들의 영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별 보험사들의 신계약을 통한 CSM 축적 효율성, 즉 전환배수도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신계약 CSM 1위 삼성화재는 그 해 신계약의 CSM 전환배수가 15.2배였으나 지난해 13.5배로 1.6배p(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신계약 CSM도 16.0% 감소했다. 반면 2024년 2위 DB손보는 같은 기간 신계약 CSM 배수가 17.1배에서 16.3배로 0.8배p 낮아지는 데 그치며 신계약 CSM 감소 폭도 4.7%에 그쳤다. CSM 전환효율의 낙폭 차이가 순위 역전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빅5중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은 1년 사이 각각 15.1%, 11.5%씩 신계약 CSM이 늘었다. 이들은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이 높은 상품에만 영업력을 집중하는 질적 성장 우선의 기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신계약 CSM 증가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화재·현대해상과 함께 한화손보와 흥국화재도 업계의 신계약 CSM이 조금이나마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한화손보는 38.9%, 흥국화재는 무려 112.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흥국화재의 경우 신계약 CSM의 증가 금액이 3507억원으로 대형사들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흥국화재는 송윤상 전 대표 체제에서 5개 상품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는 등 보장성보험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올해 새로 선임된 김대현 대표 역시 손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포트폴리오 개선에 기반한 CSM 증대 전략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