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이 도입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보험사의 리스크관리 기준도 정교해지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CSM 확대와 자본 적정성 방어가 핵심 과제였다면 이제는 신계약 수익성과 요구자본 부담, 금리 변동성까지 자본 효율의 관점에서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장기 보장성보험 확대와 자동차보험 손익 변동, 해외 자회사 관리 등 각 사의 성장 전략이 달라진 만큼 CRO가 점검해야 할 리스크 범위도 넓어졌다. 주요 보험사 CRO 조직을 토대로 보험사의 리스크 환경과 자본 관리 전략, 지속 가능한 성장 조건을 짚어본다.
한화손보는 신계약의 수익성과 자본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외형 확장기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신계약의 보험계약마진(CSM) 가치배수와 해당 계약이 유발하는 요구자본 배수를 함께 산출해 지급여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구조다. 여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성장축으로 삼되 신계약 단계부터 자본비율 개선 효과를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화손보가 외형 확장 국면에서도 단순 매출 확대보다 계약의 질을 앞세우는 배경이다. 신계약이 쌓일수록 전체 지급여력 체질이 개선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신계약 가치배수 관리 기준을 13~14배 수준까지 끌어올려 보유 계약의 자본 효율도 점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경과조치 전 기준 기본자본비율은 80%, 킥스비율은 200% 이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다.
◇신계약 수익성, 자본 부담 동시 점검 체계
이재현 리스크관리팀장(CRO·상무·사진)은 한화손보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신계약이 갖고 있는 요구자본이 무엇인지 측정하고 CSM 가치배수를 요구자본 배수로 나눠 신계약만의 킥스비율을 다 계산한다"며 "신계약만의 킥스비율을 전체 보유 계약 킥스비율보다 높게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한화손보 리스크관리팀장이 더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한화손보
한화손보는 신계약 CSM 가치배수를 12배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12배를 7배 수준인 요구자본 배수로 나누면 신계약 기준 킥스비율은 자본성증권 없이 170%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보유 계약보다 자본비율이 높은 신계약을 쌓아 전체 지급여력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다.
관리 기준선도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 상무는 "많이 판매한다고 킥스비율을 훼손시키지는 않는다"며 "신계약 가치배수 12배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앞으로 13~14배까지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화손보는 손해율 가이드라인 반영 이후에도 가치배수 12배 이상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체계는 여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을 동시에 키우는 한화손보의 외형 확대 전략과 맞물려 있다. 여성보험은 수익성이 양호한 담보를 함께 구성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치배수를 유지한다. 자동차보험은 캐롯과의 합병 이후 외형과 손실 부담이 함께 커진 만큼 보험료 조정과 인수 기준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상품·자산 회의체서 확장 리스크 사전 점검
한화손보는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 의사결정 과정에 리스크관리 조직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리스크관리 조직은 상품위원회와 자산전략회의를 핵심 회의체로 활용한다. 신계약 수익성, 요구자본, 손익,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매칭률, 투자 방향을 각각 분리해서 보지 않고 같은 테이블에서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 상무는 "가장 신경 쓰는 회의체는 자산전략회의와 상품위원회"라며 "상품위원회에서는 신계약 가치배수를 보고 자산전략회의에서는 회사 상황과 손익, 리스크, ALM 매칭률, 자산투자 방향을 함께 논의한다"고 말했다. 자산전략회의에는 자산운용, 기획, 재무, 리스크 부문이 참여한다.
금리 리스크는 방향을 예측하기보다 변동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상무는 "금리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기타포괄손익누계액(AOCI) 변동은 거의 0에 가깝게 가져가고 CSM과 단기손익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화손보는 ALM 매칭률을 100~105% 수준으로 유지해 지급여력 변동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장기보험 손익도 CSM 상각이익이 실제 보험손익으로 이어지는지에 초점을 맞춰 관리 중이다. CSM 상각이익이 예실차, 간접비, 손실계약 비용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손익 구조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신계약 단계에서 요구자본을 따지는 것과 보유 계약 단계에서 예실차를 관리하는 과정이 함께 맞물려 있다.
◇IFRS17·재무 거친 이력, 데이터 기반 체계 구현
IFRS17 추진파트와 재무팀을 거쳐 리스크관리까지 맡은 이 상무의 경력은 현재 한화손보 관리 체계의 기반이 됐다. 그는 2015년부터 한화손보의 IFRS17 도입 준비를 맡아 IT 시스템, 가정 산출, 결산 체계 구축을 이끌었다. 이후 재무팀장을 거쳐 리스크관리팀장으로 이동하며 회계·계리·자산·리스크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업무 체계를 만들었다.
한화손보는 월 단위 결산 과정에서 생성되는 주요 데이터를 리스크관리 조직이 함께 들여다보는 구조를 갖췄다. 같은 데이터를 기획, 재무, 자산운용 부문과 공유하며 회사의 손익과 자본 흐름을 점검한다. 이 상무는 "보험회사는 데이터 속에 모든 정보가 있다"며 "재무팀장으로 있으면서 회계 데이터와 계리 로(raw) 데이터, 보고 체계를 정비했고 리스크 부문에 와서는 자산 데이터까지 함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LGI)에서 감독이사회(BOC) 감독위원으로 지낸 이력도 해외 자회사 관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상무는 LGI 사외이사로 1년 반가량 활동하며 현지 보험시장과 회사 구조를 직접 파악했다. 이 같은 경험은 자회사 편입 이후 본사 차원에서 손익, 손해율, 자본비율을 월 단위로 점검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단기보험 중심의 사업구조와 현지 고금리 투자환경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해외사업 리스크를 실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 상무는 리스크관리의 역할을 성장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두는 데 있다고 봤다. 그는 "경영에 100점짜리는 달성하기 힘든 만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게 리스크관리의 역할"이라며 "시장이 어려울 때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고 회사만의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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