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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소비자보호 미션

"'예방 가능 민원'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

①김태윤 삼성화재 CCO "사람보다는 시스템 바꾸는 데 집중해 실수 줄일 것"

정태현 기자  2026-07-29 11:29:02

편집자주

보험사의 소비자보호 범위가 판매 현장을 넘어 계약 유지와 보험금 지급, 민원 관리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판매채널이 다변화하고 상품과 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소비자 권익을 지키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보험사들은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한다는 불명예를 지우기 위해 전사적으로 소비자보호 강화에 나섰다. 주요 보험사 CCO를 만나 상품 설계와 판매, 사후관리 전 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와 신뢰 회복 전략을 짚어본다.
삼성화재가 회사의 과실이나 업무 처리상 문제로 발생하는 '예방 가능 민원'을 없애는 데 소비자보호 역량을 집중한다. 담당자의 실수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대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후 민원 처리에 머물던 소비자보호의 무게중심을 상품 개발과 판매, 계약 유지 등 전 과정으로 옮기고 있다.

삼성화재 소비자정책팀은 상품과 서비스를 사후 점검하는 조직을 넘어 상품 설계와 서비스 운영 구조를 개선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분쟁 가능성이 있는 특약을 출시 전에 제외하고 가족결합 할인 범위를 넓힌 것도 소비자정책팀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소비자보호 조직이 경영을 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험 본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끄는 모습이다.

◇매달 임원·부서장 참여하는 예방 가능 민원회의 개최

김태윤 삼성화재 소비자정책팀장(CCO·상무·사진)은 삼성화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예방 가능 민원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사람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꿔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윤 소비자정책팀장이 더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삼성화재

삼성화재는 고객 불만을 회사 과실과 민원 제기 가능성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회사 과실로 민원 가능성이 높은 A형(Angry), 과실은 없지만 민원 가능성이 높은 B형(Bomb), 과실은 있지만 민원 가능성이 낮은 C형(Clear), 양쪽 모두 낮은 D형(Delicate)이다. 이 중 회사 과실이 개입된 A형과 C형을 예방 가능 민원으로 보고 별도로 관리한다.

김 CCO는 "누군가 안내를 누락한 걸 개인의 잘못으로 보면 '교육하겠다'는 대책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회사가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로 제도화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로 봐야 바꿀 수 있는 게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이 같은 관점에서 매월 예방 가능 민원회의를 열고 발생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논의한다. 관련 임원과 부서장까지 참여해 실무자의 오류를 조직 차원의 개선 과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는 WHY'도 이러한 접근을 구체화한 연구회다. 삼성화재는 이를 통해 민원 담당자가 개별 사례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문서화하고 발표하도록 한다. 같은 유형의 불만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제도와 업무 절차의 개선 과제로 전환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 고객 불만 음성을 최고경영자와 임원에게 공유하는 'Real Voice LIVE'도 관련 조직의 경각심을 높이고 제도 개선을 끌어내는 통로로 활용한다.

◇특약부터 플랫폼까지 본업 '다각도 변화' 견인

소비자정책팀의 영향력은 상품 심사를 넘어 보험 가입 이후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영역까지 확장됐다. 상품과 약관뿐 아니라 계약 서류, 마케팅 운영안, 보상지침과 성과보상체계를 사전에 검토하고 필요하면 플랫폼 개발과 서비스 구조 개선도 제안한다. 소비자보호가 규정 준수 차원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실제로 러닝 보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분쟁 가능성이 높은 특약을 출시하기 전에 걸러내는 데 기여했다. 소비자정책팀은 '심정지로 사망한 경우'를 보장하는 특약에 주목했다. 심정지가 사망 원인인지 상태 또는 결과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진단서 기재 방식에 따라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상품개발부서와 논의한 끝에 해당 특약을 상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가족결합 할인도 소비자정책팀의 문제 제기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기존 구조에서는 성인 자녀가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면 가족결합 할인 범위를 넓히기 위해 계약을 다시 구성해야 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었다. 소비자정책팀은 이를 소비자 편익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보고 가족결합 할인 대상을 다음 세대의 가족까지 넓히도록 상품 구조 변경을 제안했다. 삼성화재는 해당 의견을 반영해 가족결합 범위를 확대했다.

가입 이후에도 고객이 보험의 부가가치를 빠짐없이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이끌었다. 삼성화재는 헬스장 이용과 병원 동행 등 가입 상품별 혜택을 앱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삼성화재라운지'를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자정책팀은 장기계약 고객이 가입 당시 안내받은 부가서비스를 수년 뒤에는 기억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를 쉽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김 CCO는 "보험은 10년, 20년, 길게는 40년간 유지되는 만큼 판매 이후 고객이 누릴 가치를 어떻게 쉽고 편리하게 제공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CCO 견제 권한 강화, 판매 현장까지 정밀 점검

소비자정책팀이 상품과 서비스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던 배경에는 경영진이 CCO 조직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한 영향이 크다. CCO는 상품위원회에서 소비자보호에 반하는 안건에 단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영업 성과보상체계와 보상 지침에도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판매 중인 상품이나 특약에서 새로운 피해 가능성이 발견되면 상품위원회에 판매 중지 검토를 요청할 권한도 부여받았다.

소비자 중심의 문화가 자리 잡은 데에는 이문화 대표의 경영 기조가 반영됐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업계 리더로서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보험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삼성화재는 이 같은 경영 기조 아래 CCO의 권한과 상품·서비스 단계의 사전 검토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김 CCO는 "손해보험업계가 금융권에서 고객 민원이 가장 많다는 불명예를 벗으려면 시장 전체가 함께 변해야 한다"며 "삼성화재가 변화의 중심에서 소비자보호와 권익 강화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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