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은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보다 수익성과 자본효율성을 앞세운 질적 성장을 우선한다. 보험계약마진(CSM)과 손해율, 요구자본 등 주요 지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지를 확인한 뒤 신계약 확대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현대해상이 외형 경쟁보다 계약의 질과 자본 부담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해상은 실손보험과 인보험 포트폴리오도 같은 기준에서 재정비하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 출시는 손해율 개선 요인에 그치지 않고 보장성 상품 구조를 다시 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자본 측면에서는 듀레이션갭을 사실상 ‘0’ 수준까지 낮춘 만큼 금리 변동성에 대비한 장기자산 확보와 파생상품 활용이 다음 과제로 꼽힌다.
◇"단일 지표 관리보다는 종합 판단에 무게" 윤민영 현대해상 리스크관리본부장(CRO·상무·
사진)은 더벨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회사가 지향하는 건 시장점유율(M/S) 자체의 확대가 아니라 수익성 있는 계약을 안정적으로 축적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성장"이라고 말했다. 신계약 확대 여부도 특정 지표 하나가 아니라 내부관리 지표 '하이캡', 유지율, 손해율, 사업비율, 해지율, 요구자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한다.
현대해상이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내기 위한 첫 조건으로 보는 것은 CSM과 장래이익의 안정성이다. 단기 매출 증가보다 계약기간 전체에 걸쳐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윤 CRO는 "신계약 CSM과 장래이익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며 "외형 확대의 구체적인 기준은 일률적인 수치로 정하기보다 상품·채널별 특성을 반영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율과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핵심 조건이다. 판매 초기 실적이 좋아도 조기 해지가 늘거나 손해율이 예상보다 높아지면 장래 수익성과 CSM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현대해상이 고손해율 우려 담보의 무분별한 판매와 과도한 사업비 경쟁을 경계하는 배경이다.
마지막 필수 조건은 자본 여력이다. 신계약이 늘면 미래 이익뿐 아니라 요구자본과 금리민감도도 함께 커질 수 있어서다. 윤 CRO는 "신계약 증가에 따른 요구자본과 금리민감도 확대를 회사의 자본여력 내에서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품별·채널별 특성을 반영해 판매 확대 여부를 점진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5세대 실손, 보장성 구조 재편 기회될 것" 수익성 중심의 신계약 전략은 실손보험 제도 변화와도 맞물린다. 윤 CRO는 관리급여 도입과 5세대 실손 출시 등 제도 변화가 보험금 누수를 줄이고 비급여 이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실손보험 제도 변화는 단기적으로 예실차와 손실 계약 관련 비용에 영향을 준다"며 "장기적으로는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 변화가 즉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분명히 했다. 기존 세대 실손 계약의 손해율이 곧바로 개선되기보다는 의료 이용 행태 변화와 보험료 조정, 계약 전환 효과가 누적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CRO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그 효과가 재무제표에 나타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실손 예실차 개선을 위해 가정관리, 지급보험금 관리, 보험사기와 과잉진료 대응, 청구 관리 정교화를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5세대 실손 출시는 현대해상에 신계약 포트폴리오 재편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5세대 실손은 필수·중증의료 보장을 강화하는 반면 비중증 비급여 보장은 축소한 구조다. 윤 CRO는 "5세대 실손 출시는 장기적으로 신계약 포트폴리오 재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을 기본 의료비 보전 축으로 두고 소득 상실, 생활비, 간병비, 고액 치료비를 보완하는 상품 설계를 실행할 수 있다고 봤다.
인보험 포트폴리오도 단순히 CSM 배수가 높은 상품을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윤 CRO는 "상품별 수익성과 손해율, 유지율, 금리민감액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편보험은 고지유형, 연령, 병력, 경과기간을 세분화하고 어린이보험은 담보별 손해율과 연령별 위험도, 가입 한도와 인수기준을 정교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자본 지표 개선 이후 '금리 대응' 과제 질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자본지표 개선을 구조적인 안정성으로 연결해야 하는 점도 중요한 과제다. 현대해상은 자체 관리 성과로 자산·부채 금리민감도 개선, 위험자산 익스포저 조정, 신계약 금리민감액 관리를 꼽았다.
윤 CRO는 "외부 요인으로는 시장금리와 신용스프레드, 주가, 환율 등 시장변수의 변화와 제도·규제 변경 효과가 있다"며 "회사 자체의 관리성과로는 자산·부채 금리민감도 개선, 위험자산 익스포저 조정, 신계약 금리민감액 관리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듀레이션갭이 사실상 0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단순한 수치 관리보다 정교한 대응이 필요해졌다. 윤 CRO는 "1분기 말 듀레이션갭이 사실상 0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는 듀레이션 수치 자체의 관리보다 더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초장기 자산 확보를 통한 부채 현금흐름 매칭, 국고채와 우량채 중심의 장기자산 운용, 채권 선도와 금리스왑 등 파생상품 활용을 이어갈 계획이다.
금리의 방향 전환에 대비한 관리도 이어진다. 장기채와 파생상품을 활용해 금리 변동성을 완화하고 기본자본비율 규제 강화에는 중장기 이익 창출과 내부유보, 신계약 리스크 관리, 자산위험 축소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윤 CRO는 "앞으로도 킥스비율뿐 아니라 기본자본비율, 금리민감도 등을 함께 관리해 시장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전성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