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의 유동성비율이 2년째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조사 대상 손보사 중 한화손보와 DB손보 단 2곳만이 지표 개선에 성공했다.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손보사는 없으나 업권 특성이나 당면한 시장 환경이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지만은 않는 만큼 개별 손보사들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생 마이브라운과 특수상황인 예별손보를 제외하면 신한EZ손보가 지난해 유동성비율 1위에 올랐다. AIG손보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3개사는 지표가 10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경영실태평가(RAAS) 지표로 신설된 퇴직연금 유동성비율은 하나손보가 실질 1위에 올랐다.
◇외부 불확실성 영향 완연…신한EZ손보 실질 1위 THE CFO는 국내 손해보험사들 중 외국계 지점을 제외한 법인 손보사 20곳의 2024~2025년 유동성비율을 조사했다. 2025년 말 기준 조사 대상 손보사들의 평균 유동성비율은 254.7%로 1년 전보다 8.1%p(포인트) 낮아졌다. 2023년 546.9%에서 2024년 262.8%로 284.1%p 급락한 뒤 지난해 하락세가 유지됐다.
유동성비율은 평균 지급보험금 대비 유동성자산의 비율로 보험금의 단기 지급 요구에 대한 보험사의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100%가 안정성의 기준으로 여겨지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사 대상 손보사들이 모두 이 기준을 넘어섰다.
2024년의 지표 급락은 감독 당국이 그 해 말 회계부터 잔존만기 3개월 초과 무위험채권의 유동성자산 인정 비율을 기존 100%에서 30%로 축소하는 제도 변경을 실시한 영향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제도 변경 등 별다른 회계 이슈가 없었음에도 지표가 재차 낮아졌다. 손보사들의 유동성 관리가 실제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지표 악화 추세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권은 생보업권 대비 저축성보험 포트폴리오가 약해 유동성 확보 방안 역시 생보업권 대비 제한적”이라며 “환율과 금리 등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과 증시로의 '머니무브' 등 유동성 악화 요인이 산재한 만큼 개별 보험사들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마이브라운이 14437.2%로 손보업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출범한 신생사로 아직 평균지급보험금이 1억원에 불과해 지표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위인 예별손보(1645.5%) 역시 옛 MG손보 시절의 부실계약을 상당 부분 덜어낸 뒤 매각을 준비 중인 가교 보험사다.
실질적으로는 659.4%의 신한EZ손보가 1위라고 볼 수 있다. 유동성비율이 1년 전보다 76.9%p 낮아졌으나 순위는 3위에서 2계단 상승했다. 2024년 1위였던 캐롯손보가 모회사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됐으며 같은 해 2위 카카오페이손보는 526.9%p의 낙폭을 기록해 순위가 14위로 떨어진 덕분이다. AXA손보(426.1%)와 메리츠화재(423.3%)가 신한EZ손보의 뒤를 따랐다.
AIG손보는 159.3%로 지난해 손보업계 유동성비율 최하위에 머물렀다. 삼성화재(191.1%), 현대해상(199.0%) 등도 전년 대비 지표가 하락해 100%대에 진입했다. 다만 이들 역시 100%를 상회하는 만큼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
DB손보는 작년 말 기준 유동성비율이 269.1%로 전년 대비 61.1%p 급등했다. 업계 최대 상승폭이다. 이어 한화손보(275.1%)가 24.2%p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1년 사이 유동성비율이 개선된 손보사는 이 2곳뿐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유동성비율 급등은 포테그라(Fortegra) 인수 자금이 유동성자산으로 분류된 때문"이라고 말했다. DB손보는 지난해 9월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의 지분 100%를 16억5000만달러(2조3000억원가량)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 5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퇴직연금 유동성비율 안정적…하나손보 실질 1위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보험사 RAAS 평가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 항목으로 퇴직연금 유동성비율을 신설했다. 보험사의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은 만기 시점 금리 수준에 따라 가입자 이탈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퇴직연금 자산의 변동성이 보험사 유동성 관리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조치다.
퇴직연금 유동성비율은 평균 3개월 만기 도래액의 50%와 평균 3개월 중도해지액을 합한 금액 대비 퇴직연금 특별계정 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당국의 권고 기준은 100%다.
퇴직연금을 운용 중인 8개 손보사 중 한화손보가 퇴직연금 유동성비율 1001.1%로 1위에 올랐다. 다만 퇴직연금 유동성자산이 13억원에 불과해 큰 의미는 없는 수준이다. 실질적으로는 462.0%의 하나손보가 1위라고 볼 수 있으며 DB손보가 368.5%로 하나손보의 뒤를 따랐다.
이어 △KB손보(239.5%) △삼성화재(214.8%) △현대해상(209.7%) 등이 200%대의 퇴직연금 유동성비율을 보였으며 메리츠화재가 142.7%, 롯데손보가 128.7%를 각각 기록했다. 생보업권에서 12개사 중 3곳(푸본현대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이 당국 권고 기준인 100%를 하회한 반면 손보업권에서는 8개사가 모두 기준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