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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효성화학 부진 여파...㈜효성, 우발채무 7500억 육박

영구채 인수·자금보충 약정 등 5000억 지원...지원 누적에 잠재부담 커져

정명섭 기자  2025-11-10 15:23:1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효성이 효성화학 유동성 방어를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섰다. 영구전환사채 인수, 자금보충 약정, 백금 자산 매각·재리스 등으로 구성된 지원 규모는 총 5000억원에 이른다. 효성화학은 단기 유동성 부담이 완화할 전망이지만 ㈜효성은 지원금액이 누적되면서 잠재적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효성, 효성화학에 자금지원 지속...우발채무 7500억원까지 늘어

㈜효성 이사회는 최근 효성화학에 대한 5000억원 규모 재무적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먼저 ㈜효성은 효성화학이 금융기관으로부터 2000억원을 차입하는 데 자금보충을 약정하기로 했다. 효성화학은 대신 POK사업부 관련 유형자산들과 효성 베트남법인(효성비나케미칼)에 대여 예정인 자금 등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채무 보증기간은 2027년 11월 2일까지다. 효성화학 POK사업부 자산은 울산 용연2공장에 있다.

효성화학은 기존에 리스 형태로 사용하던 2000억원 규모 백금촉매(7만7157트로이온스)를 ㈜효성에 매각 후 재리스(세일즈앤리스백)하기로 했다. 운영자산을 유지한 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효성화학의 용연공장은 프로필렌을 탈수소화해 생산하는 PDH 공정이 있는데 이때 프로판을 프로필렌으로 바꾸는 핵심 촉매로 백금계 촉매를 쓴다.

효성화학은 내달 3일 ㈜효성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 사모 영구 전환사채도 발행한다. 표면 이자율은 4%(최대 19% 가산 가능), 만기는 2055년 12월 3일까지다. 전환가는 주당 3만8900원이다. 조달 목적은 채무 상환 자금 마련이다.


효성화학은 ㈜효성의 자금지원으로 확보한 현금을 1년 내 만기가 다가오는 시장성 차입금을 상환하고 해외법인 운영자금 등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기준 효성화학의 단기 시장성 차입금은 잔액은 1782억원이었다.

㈜효성은 2023년부터 시작된 효성화학 지원으로 자금유출 규모는 누적 7000억원, 우발채무는 7500억원까지 늘었다. 우발채무는 실제 현금유출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잠재적 지급의무를 말한다.

우발채무는 올해 세 차례의 자금보충 약정으로 인해 발생했다. 지난 6월 효성화학이 베트남법인 지분 49%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을 때 ㈜효성은 3835억원 규모의 정산금 지급 의무에 대한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지난 11월에는 효성화학 차입금 1700억원에 대한 자금보충 약정이 있었고 이번 자금 지원계획 내 추가 자금보충 약정으로 우발부채 2000억원이 추가됐다.

◇우발채무 등 고려 시 ㈜효성, 실질 이중레버리지 130%

신용평가업계는 ㈜효성이 효성화학에 대해 지고 있는 지원부담이 현재로선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효성중공업과 효성티앤씨, 효성TNS 등 다른 계열사들이 효성화학의 실적 부진을 상쇄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효성화학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해 ㈜효성의 실질적 재무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효성이 인수한 효성화학의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금융자산으로 인식된다. 지주사 재무구조를 볼 때 활용되는 이중레버리지비율 지표 계산에서 제외된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지주사의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 총액을 의미한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100%를 상회한다는 건 지주사가 차입을 통해 자회사에 출자를 많이 했다는 의미다. 지난 6월 말 기준 ㈜효성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73.4%로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신종자본증권 인수금액과 우발채무 금액을 자금유출이라고 가정하면 조정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30%까지 오른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과 테레프탈산(TPA),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나일론필름(NY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PP로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는 주요 산업군에 두루 쓰이는 범용 플라스틱이다.

효성화학은 2021년까지 연평균 3000억원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거두는 회사였으나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건설 등 주요 전방 수요의 위축에 원재료 가격 변동성 확대, 중국 경쟁사의 설비 증설 등으로 2022년부터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베트남 공장의 설비가 2022년 문제를 일으켜 가동 중단과 설비 보수가 이어지며 현지 법인의 손실 규모를 키웠다.

효성화학은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7209억원을 기록하면서 작년 말 일시적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자본총계 -680억원)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올해 그룹 다른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 특수가스 사업부(현 효성네오켐)를 9200억원에 매각하고 온산 탱크터미널(1500억원)과 베트남 법인 지분 매각(3800억원) 등으로 차례로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차입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해 추가적인 자산 매각 및 사업부 매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PP 시황은 2027년은 돼야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실제로 효성화학은 TAC 필름 사업을 매각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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