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경쟁에서 증권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은행 수익이 고르게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약진을 보인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이 각각 135.0%, 123.1% 급증하면서 KB·신한금융의 그룹 실적을 끌어올렸다.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11조33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0조3261억원보다 9.8%(1조131억원) 늘었다.
4개 지주 모두 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증가율은 3.7~13.3%로 벌어졌다. 위탁수수료와 자산관리(WM) 수익이 급증한 증권사를 둔 KB·신한금융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은행 의존도가 높은 하나·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KB·신한 '3조 클럽'…증권이 증익 견인 4대 금융지주의 2026년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자료를 집계한 결과 KB금융의 지배기업지분 순이익은 3조884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 3조4357억원보다 13.1% 늘었다.
신한금융은 3조4427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374억원 대비 13.3%(4053억원) 증가했다. 4개 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하나금융은 2조4029억원으로 4.4% 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우리금융은 1조6090억원으로 3.7% 증가해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KB·신한금융의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끈 것은 증권 자회사였다. KB증권 순이익은 79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0% 급증했다. WM 부문 총영업이익도 1조1444억원으로 149.4% 늘었다.
신한투자증권도 순이익 577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3.1% 증가했다. 위탁수수료 수익은 6779억원으로 228.5% 뛰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거래와 자산관리 수요가 늘면서 수수료이익이 크게 불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그룹 전체 증익에서 증권 자회사가 차지한 비중도 컸다. KB증권의 순이익 증가분은 4574억원으로 KB금융 전체 순이익 증가분 4489억원을 웃돌았다. 증권에서 늘어난 이익이 다른 자회사의 감소분까지 상쇄한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 증가분 3188억원도 신한금융 전체 증가분 4053억원의 78.7%를 차지했다. 두 그룹 모두 증권 자회사가 사실상 증익을 주도했다.
반면 보험 자회사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KB라이프생명 순이익은 1506억원으로 20.4% 줄었고 KB손해보험도 4788억원으로 14.2% 감소했다. 신한라이프 역시 2906억원으로 15.6% 줄었다.
보험손익이 둔화한 데다 보험계리적 가정 변경 등 일회성 요인까지 겹쳤다. 보험에서 이익이 줄었지만 증권의 증가폭이 이를 크게 웃돌면서 KB·신한금융은 그룹 전체로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했다.
◇은행 의존도 하나 88%·우리 85%…KB는 57% 하나·우리금융의 순이익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배경에는 높은 은행 의존도가 있다. 그룹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금융이 88.3%로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 순이익은 2조1211억원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순이익 1조3730억원으로 그룹 전체의 85.3%를 차지했다.
신한금융의 은행 비중은 71.4%(신한은행 2조4585억원), KB금융은 57.3%(KB국민은행 2조2254억원)다. 은행 비중이 낮을수록 증권 등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그룹 전체 증가율에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다.
우리금융도 비은행 자회사만 놓고 보면 성장세가 뚜렷했다. 우리투자증권 순이익은 250억원으로 47.1% 늘었고 우리금융캐피탈은 770억원으로 14.9%, 우리카드는 940억원으로 22.1% 증가했다.
다만 은행이 그룹 이익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 탓에 비은행 자회사의 성장 효과가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은 3.7%에 머물렀다.
하나금융은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을 더한 핵심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지만 그룹 순이익 증가율은 4.4%에 그쳤다. 2분기 기업회생 관련 충당금 749억원, 외화환산손실 275억원, 보험계리적 가정 변경 524억원 등 세전 기준 약 1548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순이익 늘었지만 하나 ROE는 하락…KB 14.09% 최고 수익성 지표에서는 순이익 증가율과 다른 흐름도 나타났다. 하나금융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하나금융의 ROE는 10.62%로 전년 동기 대비 14bp(0.14%포인트) 하락했다. 순이익은 늘었지만 자본 확충 속도가 이익 증가 속도보다 빨랐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의 ROE는 14.09%로 4개 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신종자본증권 영향을 제외한 보통주자본 기준으로 전년 동기 13.03%보다 1.06%포인트 상승했다. 신한금융의 ROE는 12.4%로 전년 동기 11.4%보다 약 1.0%포인트 개선됐다. 우리금융은 9.0%로 가장 낮았다. 다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10.3%로 올라간다.
KB·신한금융의 ROE는 최근 몇 년간 다른 궤적을 그려왔다. KB금융의 연간 ROE는 2022년 8.76%에서 2023년 9.13%, 2024년 9.74%, 2025년 10.86%로 연속 상승했다. 올해는 우상향 흐름이 한층 가팔라졌다.
신한금융은 2021년 9.2%였던 보통주 ROE가 2023~2024년 8%대로 내려앉았다가 2025년 9.1%로 반등했다. 올해 상반기 12.4%까지 높아지면서 실적 반등 흐름도 한층 뚜렷해졌다.
총자산이익률(ROA)에서도 순위는 비슷했다. KB금융이 0.95%로 전년 동기 0.90%보다 0.05%포인트 올라 가장 높았다. 신한금융은 0.87%(전년 동기 0.84%), 하나금융은 0.71%였다. 우리금융은 이번 상반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그룹 단위 ROA를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다.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KB국민은행이 2분기 말 기준 1.74%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나란히 1.61%, 우리은행은 1.51%였다.
6월 말 연결 기준 총자산은 KB금융 866.9조원, 신한금융 840.9조원, 하나금융 713.5조원, 우리금융 635.2조원 순이었다. 자산 규모와 순이익, ROE 순위가 대체로 맞물리는 모양새다. 자산 규모가 가장 작은 우리금융은 NIM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