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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자본전략 대전환…CET1 사수 가능할까

줄였던 RWA 다시 증가세, 속도보다 '질적성장' 관건

노윤주 기자  2026-08-26 08:09:19
오늘은 우리금융그룹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자본력이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곳인데요. 특히 핵심 체력인 보통주자본(CET1)이 늘 약점으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임종룡 회장 2기가 시작되는 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CET1 비율이 13% 중반까지 올라오면서 이제는 자본을 지키는 단계에서 다시 쓰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거든요. 우리금융이 어떻게 자본 체질을 바꿨고 그 자본을 다시 성장에 쓰면서 어떤 숙제를 안게 됐는지 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금융은 왜 자본이 약했나

일단 가장 중요한 숫자부터 보죠.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은 2023년 말 26조3000억원 정도였는데 올해 6월 말에는 33조60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2년 반 만에 7조원 넘게 약 27% 증가한 겁니다. 상당히 빠르죠. 우리금융은 왜 이렇게 보통주자본을 늘리는 데 집중했을까요.

다른 금융지주보다 전체 자본에서 CET1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기준 하나금융은 84.5%, 신한금융 82.3%, KB금융 81.2%였는데 우리금융은 75.8%였거든요.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70%대였습니다.

나머지 24% 정도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같은 조달성 자본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조달성 자본도 회계상으로는 자기자본으로 인정되긴 합니다. 하지만 CET1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CET1은 보통주와 이익잉여금처럼 상환할 필요가 없고 손실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충격을 흡수하는 핵심 자본이거든요.

반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5년짜리 임시자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영구채는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쯤이면 조기 상환하는 게 기본이고 후순위채는 1년에 20%씩 자본인정액이 차감되니까요. 우리금융은 자기 돈보다 외부에서 조달해서 채워놓은 자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겁니다. 겉으로는 자본이 충분해 보여도 속을 뜯어보면 알짜 자본이 얇았던 거죠.

왜 우리금융만 이런 구조였을까요. 우리은행의 역사는 상당히 길지만 지금의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작업을 거쳐 2019년에 다시 출범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보다 이익잉여금을 축적해 온 기간이 짧았고, 동시에 비은행 계열사를 확대하기 위해 M&A에도 자본을 써야 했어요. 한쪽에서는 CET1을 쌓아야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비은행 확대에 돈이 들어가는 구조였던 겁니다.

그래서 최근 2~3년은 단순히 자본을 늘리는 게 아니라 자본의 질 자체를 바꾼 시기였습니다. 전체 자본에서 CET1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75.8%에서 올해 6월 82.9%까지 올라왔고 반대로 기타·보완자본 규모는 줄었거든요. 임종룡 회장 1기는 자본의 양보다 질을 바꾼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결은 RWA 다이어트

그런데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2023년 11.99%에서 올해 상반기 13.74%까지 175bp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다른 금융지주들이 16~30bp 오른 것과 비교하면 개선 폭이 상당히 큽니다.

우리금융이 돈을 압도적으로 많이 번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1분기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가 1조원 넘는 순이익을 올리는 사이 우리금융은 6000억원 조금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에 순이익 1조원을 넘겼지만 반기 기준으로는 여전히 격차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CET1 관리에 성공한 비결은 분모에 있습니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인데요. 보통주자본을 늘리거나 RWA를 줄이면 비율이 올라갑니다. 우리금융은 두 가지를 동시에 했습니다. 이익을 쌓아 CET1을 늘리는 동시에 RWA를 강하게 관리한 겁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그룹 RWA는 2023년 말 219조7920억원에서 2024년 말 235조1000억원까지 늘었다가 2025년에는 234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우리은행의 RWA가 2024년 말 192조원에서 2025년 말 186조1000억원으로 약 5조9000억원 감소했고요.

RWA를 줄였다는 게 곧 대출을 줄였다는 얘기만은 아닙니다. 모든 대출이 똑같이 RWA를 늘리는 게 아니거든요.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빌려준 돈과 위험한 기업에 빌려준 돈은 필요한 자본이 다릅니다. 같은 300억원을 빌려줘도 어떤 기업에 어떤 조건으로 대출하느냐에 따라 소모되는 RWA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금융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대출을 많이 늘리는 게 아니라 적은 RWA를 쓰면서 높은 수익을 내는 대출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금융 명가'로 유명한 우리은행의 기업여신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2024년 약 188조6000억원이던 기업여신이 2025년에는 183조4000억원 수준으로 약 5조원 감소했거든요. STX 건 등 부실여신을 다수 털어냈습니다.

물론 RWA 다이어트에도 대가는 있었습니다. 로우 리스크는 로우 리턴이니까요. CET1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수익성은 일부 희생됐습니다. ROE는 2024년 9.6%에서 2025년 9.31%, 올해 상반기에는 8% 후반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자본은 늘어나는데 수익이 그만큼 못 따라준 겁니다.

안전성은 좋아졌지만 자본 효율은 떨어진 셈이죠. 감독당국 앞에서는 당당해졌지만 주주 앞에서는 살짝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인데요. 금융사의 자본관리가 이래서 어렵습니다. CET1을 너무 높이면 자본이 쉬게 되고 반대로 RWA를 너무 공격적으로 늘리면 자본비율과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으니까요.

◇방어에서 공격으로

임종룡 회장 2기가 시작되는 올해가 변곡점으로 보입니다. 상반기 CET1 비율이 13.74%까지 오르면서 적정선에 들어왔거든요. 이제 우리금융도 예전처럼 RWA를 계속 줄여야 할 단계에서는 벗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사는 CET1 비율을 관리하며 주주환원과 성장에 활용하는 정책을 제시합니다. 통상 13% 이상을 목표 구간으로 잡죠.

우리금융도 밸류업에도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습니다. 4대 금융지주 중 시가총액이 가장 낮습니다. 24조원대인데요. 경쟁상대인 하나금융이 36조원대, 신한과 KB가 50조원대입니다. 그래서 높아진 CET1 비율을 토대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 CET1 상승에는 일회성 요인도 있었습니다. 1분기 유형자산 재평가가 CET1 비율을 약 60bp 끌어올렸고 2분기에는 내부 신용평가모형 변경 효과도 반영됐거든요. 다만 중요한 건 이런 요인과 별개로 자본 자체가 많이 늘었고, 이제 RWA를 다시 확대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그룹 RWA는 2025년 말 234조5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44조3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반년 만에 약 9조7000억원 늘어난 겁니다. 우리은행 기업여신도 2025년 말 183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 192조5000억원으로 약 9조원 증가했고요.

작년에 5조 줄였다가 올해 상반기에만 9조 늘린 거죠. 열심히 빼더니 다시 찌우는 '요요현상'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작년까지는 자본비율 방어가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쌓아놓은 자본을 다시 영업에 쓰기 시작했다고 봐야 합니다. 33조원이 넘는 보통주자본을 계속 쌓아만 두면 ROE를 끌어올리기 어려우니까요. 결국 좋은 기업대출을 늘려 수익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 치솟는 부실률

문제는 금융업의 영원한 친구라 불리는 연체·부실채권입니다. 대출을 늘리기 시작하면 결국 건전성 문제가 따라오거든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보면 2024년 약 0.31%, 2025년 0.43%, 올 상반기에는 0.53%까지 올라옵니다.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2025년 말 약 7800억원에서 올해 6월에는 1조원 수준까지 증가했고요. 대출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는데 기존 부실도 아직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닌 셈입니다.

대손비용은 어떨까요. 2026년 상반기 우리금융의 신용손실 관련 비용은 약 9660억원 수준입니다. 전년 동기 약 943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2%대에 그칩니다. 부실지표는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충당금이 손익을 크게 흔드는 단계는 아니라는 거죠. 건전성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통제하고 있다, 이 정도가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 기업대출을 약 9조원 늘린 만큼 이제부터는 증가 속도보다 대출의 질을 봐야 합니다. 이 대출들이 향후 정상적으로 이자를 내고 원금을 상환하면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낸 좋은 RWA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실이 늘면 충당금이 증가하고 CET1까지 다시 압박받을 수 있죠.

결국 관건은 기업대출을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가 아니라 자본효율적인 기업금융 확대입니다. 같은 1조원을 빌려주더라도 얼마의 RWA를 쓰고 얼마의 이익을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금융사들이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를 중요시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부실을 얼마나 억제하느냐 역시 핵심 과제입니다.

'자본이 부족한 금융지주'라는 숙제는 상당 부분 풀었으니, 이제는 그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느냐.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임종룡 회장 2기의 새로운 시험대입니다. 오늘 더벨스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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