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의 손해보험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소형 보험사를 자체 육성하려던 시도가 규모와 판매채널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중견사 인수를 통한 도약 필요성이 커졌다. 선제적으로 대형사를 인수한 KB금융은 인수형 성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우선 생명보험에 집중한 우리금융과 자력 성장을 추진해 온 농협금융도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주요 금융지주의 손보사 현황과 육성 과정, 향후 보험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을 짚어본다.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을 편입한 지 1년 만에 비은행 이익 기여를 높였다. 앞서 손해보험사 인수 가능성도 타진했지만 가격과 경영 상황, 재무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철회했다. 대신 생명보험사 두 곳을 묶어 사들이며 제한된 자본으로 비은행 수익 기반을 넓혔다는 평가다.
다음 단계는 인수한 계열사를 하나의 사업 기반으로 결합하는 일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합병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은행·증권과의 연계를 구체화하는 게 관건이다. 손해보험사 추가 인수 여부도 기존 비은행 계열사의 통합 진척도와 그룹 자본 여력을 함께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손보 대신 묶음 인수, 비은행 수익축 빠르게 구축
동양생명은 올해 상반기 91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ABL생명의 167억원을 더하면 합산 순이익은 1086억원에 달한다. 동양생명은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큰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실적 기여도를 빠르게 높였다.
출처: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은 지난 2024년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를 총 1조549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금융당국 승인을 거쳐 지난해 7월 두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인수 1년 만에 동양생명이 비은행 실적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금융의 생명보험 중심 확장 전략을 뒷받침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증권사 확보를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완의 우선 과제로 삼았다.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는 동시에 보험사 인수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증권과 보험을 연이어 확보하며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M&A 추진력을 보여준 셈이다.
보험사 매물은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살폈지만 손해보험 진출 가능성을 닫아둔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24년 롯데손해보험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가격 차이와 경영 상황, 그룹 재무건전성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본입찰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손보사 한 곳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확보하는 선택을 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두 보험사의 기업인수가격배분(PPA)을 거쳐 약 556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인수대금보다 두 회사의 순공정자산가치가 그만큼 높았다는 의미다. 비교적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염가매수차익은 당기순이익을 늘려 회계상 자본 여력을 보강하는 효과를 냈다.
◇합병 완수, 시너지 창출 관건…추가 확장 판단 기준
우리금융의 다음 과제는 동양생명 완전자회사화와 양사의 통합 방향을 구체화해 보험 부문을 핵심 비은행 사업으로 안착하는 일이다. 법인 합병뿐 아니라 중복 조직과 비용 구조를 정비하고 상품·채널·자산운용 체계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두 회사를 따로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패키지 인수의 규모 효과를 충분히 실현하기 어렵다.
동양생명은 상대적으로 큰 자산과 계약 기반을 갖춘 만큼 향후 통합 논의에서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 부문의 주력 계열사로서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과 자본 변동성을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유지하는 게 과제다.
ABL생명은 향후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신계약 생산 기반을 보태는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동양생명보다 작은 계약 기반을 보완하고 합병 법인의 신계약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핵심 과제다. 지금처럼 전속 설계사 조직과 보장성보험 판매력을 바짝 끌어올려야 한다. 양사의 조직과 채널을 단순히 합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강점을 결합해야 통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손해보험사를 유일하게 보유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는 손보업 진출을 서두르기보다 증권과 생보 계열사의 통합 성과를 먼저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향후 손보사 인수 여부는 적정 가격의 매물 출현과 그룹 자본 여력, 기존 보험 계열사의 안정화 및 시너지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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