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대차그룹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죠. 2030년까지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요. 새만금 9조원, 영남권 42처럼 사업 이름과 일정도 하나씩 나오고 있고요. 하지만 어느 계열사가 언제, 얼마를, 어떻게 투자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죠.
프로젝트 큰 그림은 보이는데, 어느 계열사가 언제 얼마를 내고 영업현금과 차입, 정책금융을 어떻게 조합하는지 보여주는 세부적인 로드맵은 아직 없거든요. 공교롭게도 투자를 늘리기 직전인 작년, 완성차 영업현금은 9조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투자할 돈이 모자라다는 뜻일까요? 새만금 로봇 공장과 보스턴다이내믹스로 가는 돈은 어떤 지갑에서 나올까요.
◇125조, 누구의 숫자일까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짚어보죠. 125조2000억원은 현대차 한 회사의 투자액이 아니라 현대차그룹 전체의 국내 투자액입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그룹이 국내에서 집행하겠다고 발표한 총액이에요. 현대차·기아와 부품·철강·건설 계열사를 포괄하고요.
기존 투자규모랑 비교하면 2021~2025년 국내 투자액이 89조1000억원입니다. 이걸 5년으로 나누면 연평균 18조원 정도인데요. 새로운 계획은 연평균 25조원으로 약 7조2200억원, 40.5% 남짓 늘어납니다. 둘 다 5년 총액을 단순 연평균한 값이고요.
용처는 크게 세 가집니다. 미래 신사업에 50조5000억원, 연구개발 38조5000억원, 경상투자 36조2000억원이에요. AI와 자율주행, SDV, 로보틱스, 전동화, 수소가 미래 신사업이나 연구개발의 큰 축이고요. 국내 공장과 GBC 같은 시설투자가 경상투자 핵심입니다.
문제는 이 세 갈래를 회계 계정과 일대일로 비교하기 힘들다는 거에요. 같은 로봇 사업이라도 공장을 지으면 유형자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비용이나 무형자산, 로봇 기업 지분을 사면 지분투자로 잡히거든요. 우리가 이걸 재무제표에서 자세히 뜯어보려면 다시 재해석이 필요한 거죠.
그래도 지난해 처음 계획을 발표했을 때보다는 구체적 사업이 많이 나왔는데요. 새만금 9조원이 대표적입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업 중에 메가투자와 가장 명확하게 연결되는 프로젝트죠.
그룹이 직접 국내 중장기 투자계획의 핵심이라고 못 박았고요. 뜯어보면 AI 데이터센터 5조8000억원, 로봇 클러스터 4000억원, 수전해 플랜트 1조원, 태양광 1조3000억원, AI 수소 시티 4000억원입니다. 합치면 8조9000억원이고 이걸 약 9조원이라고 발표한 거에요.
일정도 꽤 구체화됐습니다. GPU 5만장급 데이터센터와 태양광은 2027년 착공해서 2029년 완공, 수전해 플랜트도 2027년 착공, 연 3만대 규모 로봇 공장은 2028년 착공해 2029년 완공 목표예요. 이제 데이터센터를 설립 검토 단계라고 부를 시기는 지난 겁니다.
이미 돌아가는 공장도 있는데요. 사업마다 단계가 다 다릅니다.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올해 4분기 가동 예정이고요. 기아 화성 신공장은 지난해 11월 일부 완공돼 벌써 연 10만대 규모로 가동 중입니다. GBC도 서울시가 49층 3개 동, 2031년 말 준공으로 사업계획을 갱신했죠.
검토 중인 구상이나 공사 중인 현장, 이미 가동한 공장이 한 계획 안에 다 섞여 있는 건데요. 7월엔 영남권 42조원 발표도 나왔습니다. 다만 기간이 딱 맞지는 않습니다. 새만금 9조원은 그룹이 125조원의 핵심 프로젝트로 확인됐지만 영남권 42조원은 2026년부터 10년, 그러니까 2035년까지 계획이거든요. 42조원 중 2030년까지 얼마를 쓰고 그게 125조원에 얼마나 포함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겁니다. 결국 앞으로 정해질 지급 주체, 그리고 조달 경로가 중요한거죠.
◇'지갑' 다른 보스턴다이내믹스
이제 투자의 또 다른 중심이죠. 미래 신사업을 좀 볼까요. 그동안 현대차그룹 로봇 투자라고 하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부터 떠올렸는데, 최신 계획을 보면 판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그룹이 제시한 피지컬 AI 구조는 하나의 순환 사슬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자동차와 공장, 물류에서 실제 데이터를 모으고, AI 인프라에서 모델을 학습시키고, 애플리케이션센터에서 검증한 소프트웨어를 로봇에 태워 양산한 다음 그룹 생산현장과 외부 고객에 투입하는 거예요.
또 국내 투자는 125조원 안에서 보면 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로 투입되는 자금은 창구가 아예 다릅니다. 핵심 통로는 HMG글로벌이라는 미국 투자법인인데요. 현대차가 49.5%, 기아 30.5%, 현대모비스가 20%를 들고 있어요. 세 회사가 여기 넣은 자본이 2024년 약 1조6600억원, 2025년 1조2200억원, 2년 합치면 총 2조8800억원 정도입니다.
지금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HMG글로벌이 56.4%, 정의선 회장 22.6%, 현대글로비스 11.25%, 소프트뱅크 9.65%를 나눠갖고 있는데요.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을 현대차 측이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거든요.
인수대금을 시장 추산대로 3억2000만 달러로 보고, 기존 지분율대로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부담액은 HMG글로벌 약 2억달러, 정의선 회장 약 8000만달러, 현대글로비스 약 4000만달러가 되겠죠. 물론 최종 금액과 지분 배분은 승인과 정산 절차가 끝나야 확정되는거고요.
이렇게 되면 지분 인수뿐 아니라 로봇 양산이나 현장 도입에도 계속 자금이 들어갈 텐데요. 투지회수는 내부 도입과 외부 판매를 나눠야 합니다.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하면 바로 외부 매출이 생기는 게 아니고요. 생산성, 가동률, 품질 이런게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경제적 효과거든요.
공정 재설계 비용도 들고, 국내 노조가 아틀라스 도입을 고용안정과 연결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확산 속도의 변수가 될 수 있겠죠. 외부 고객한테 로봇을 팔거나 서비스형으로 과금해야 그때 매출과 현금 회수 경로가 생기고요.
시장에서는 미국 상장도 투자회수 통로로 거론되지만 회사가 시기나 구조를 확정적으로 발표한 게 아닌 그냥 시나리오입니다. 만약 상장해도 신주를 찍으면 공모대금은 보스턴다이내믹스로 들어가 성장재원이 되고요, 기존 주주는 구주를 팔아야 대금을 손에 쥡니다.
◇투자와 회수 사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별개로 치고, 국내 125조 투자가 재무제표 비용과 수익으로 돌아오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요. 우선 건물과 설비는 공사 중엔 건설중인자산으로 쌓이다가,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됩니다. R&D도 비용 처리되는 부분과 자산으로 잡히는 개발비가 갈리고요.
새만금 데이터센터로 보면 2027년 착공 전에 선행 자금이 먼저 나가고, 2029년 완공 뒤에야 본격적인 감가상각과 운영비가 시작되겠죠. 이 인프라를 활용해 학습한 AI를 아틀라스에 적용해 생산비를 줄이고, 로봇 서비스를 외부에 팔아 매출을 내야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거에요.
◇줄어든 현금흐름의 의미
그런데 하필 투자 속도를 올리고 와중에 완성차사업 현금흐름이 꺾였습니다. 현대차 자동차부문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4년 17조원 수준에서 2025년 약 11조6000억원으로 줄었고 기아는 연결 기준으로 약 12조5600억원에서 9조원으로 내려앉았거든요. 두 회사에서 1년 새 빠진 영업현금만 단순 합산 9조원 정도 됩니다.
다만 영업현금에서 투자액을 빼서 투자여력을 계산할 순 없습니다. 비용 처리된 연구개발비는 이미 영업현금에 반영돼 있거든요. 이걸 유·무형자산 취득액과 합쳐서 별도의 투자 총액을 만들고 영업현금에서 다시 빼면 R&D 비용을 두 번 차감하는거죠.
또 한 해 감소만으로 5년 계획에 대한 여력에 타격이 있다고 결론 내긴 어렵습니다. 그냥 지금 그룹 핵심인 완성차의 현금창출력이 약해졌고, 투자에서 자체 현금 비중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네요.
그럼 실제 재원은 어디서 나올까요. 물론 프로젝트마다 돈을 치르는 법인의 영업현금과 보유현금이 출발점이겠죠. 여기에 모회사 출자나 회사채, 은행차입, 합작 파트너 분담금, 정부 보조금과 정책금융 같은 게 조합되는 거고요. 새만금에선 외부자금의 윤곽이 일부 나왔습니다.
산업은행이랑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하고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었거든요. 산업은행이 금융구조 자문을 맡는 방식이고요. 하지만 이 업무협약이 조달을 마쳤다는 얘긴 아니에요. 금융구조를 설계하는 단계인데 이 대목이 중요하겠죠. 누가 빌리고 누가 보증하고, 사업이 늦어지면 위험을 얼마나 떠안는지가 실제 재무부담을 결정하니까요.
사실 2분기 실적을 보면 수익성이 꽤 부진했습니다. 매출은 분기 최고치였는데, 영업이익은 2조85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의 21%가 줄었거든요. 하지만 주당 2500원 분기배당은 그대로 가져갔고 투자나 환원을 줄이겠다는 신호도 아직 없죠.
연간 가이던스도 매출 증가율 1~2%, 영업이익률 6.3~7.3%로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갈리는데요. 2분기 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거든요. 하반기 신차를 감안해도 연간 이익률 목표가 쉽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일부 있어요.
피지컬 AI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단기 이익보다 기대가 앞섰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결국 올해 갈림길은 세 가지입니다. 본업 현금이 회복되는지, 투자와 배당을 병행하면서 차입이 얼마나 느는지, 외부자금이 실제 프로젝트에 어떻게 붙는지. 이렇게입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현대차그룹의 125조원, 내용 없는 약속도 아니지만 완성된 계획도 아닌데요. 새만금 9조원, 영남권 42조원 같은 굵직한 타이틀은 나왔지만 어느 계열사가 언제 얼마씩 부담하는지 여전히 빈칸이죠.
이제부터 확인해야 할 건 실제 집행입니다. 투자금을 내는 계열사가 자체 유동성과 차입을 어떻게 섞는지, 그리고 완공된 시설이 언제 생산과 매출로 이어지는지를 봐야겠죠. 국내 투자와는 별개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 잔여지분 인수도 최종 부담액과 지분 배분이 확정되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올해 반기보고서와 각 계열사 공시부터 메가투자 계획의 단서가 하나씩 드러날 겁니다. 125조2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실제로 어느 회사의 자산과 부채, 매출로 이어지는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