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번 돈은 어디로 흐를까. 잘 나가는 기업들의 공통된 특성은 합리적 자본배치에 있다. 지금 창출한 이익의 배분이 미래 안녕을 좌우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부딪힌 성과급 이슈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그간 투자와 배당에 쏠려 있던 저울에, 임직원 이익공유가 새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뒤집힌 룰의 재무적 파장과 거버넌스 함의, 글로벌 흐름까지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분석해본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영업이익 기반의 성과급 지급 산식에 합의하면서 다른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역대급 반도체 호황에 따른 자본 배분 패러다임 변화가 재계 전반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여파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을 꼽을 수 있다. 양사 모두 노조의 성과급 실적 연동 요구가 현재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상태다. 양사 노조는 반도체 기업 사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재무적 충격 등을 고려하면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HD현대 노조,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재무 리스크 부각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성과급 재원의 상한을 영업이익의 30%로 설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 비율로 직접 명시한 것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성과급은 기본급의 일정 배수를 지급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근에는 조선업이 호황 사이클을 타면서 성과급도 상승 추세를 타고 있었다. 2021년 기본급의 118%였던 성과급은 작년 기본급의 638%로 높아졌다.
노조의 요구에 따를 경우 HD현대중공업은 올해와 내년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불가피하다. 작년 HD현대중공업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375억원으로 30% 비율을 적용하면 성과급 재원이 6100억원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증권사들이 내놓은 컨센서스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인 3조8000억원을 적용하면 내년에는 조단위 성과급 재원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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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요구에는 조선업 호황기에 최대한 많은 성과급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완전 연동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원 상한을 높이는 용도로 활용하자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에서는 실적 외에도 무재해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성과급 항목이 존재한다”며 “현재 노조 요구안도 실적과 성과급을 완전 연동해 불황 시기에는 성과급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노조 요구를 반영했을 때 문제는 전체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지는 것 외에도 수주와 인도의 시차가 있는 조선업 특징이 재무 관련 리스크를 부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사는 선박 인도 시점에 이익을 인식한다.
따라서 사이클이 꺾이더라도 기존 수주를 기반으로 이익을 내면 향후 이익 감소를 예견하는 상황에서도 성과급을 대규모 지급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 보면 현금 여력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인건비로 현금 유출이 극대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 노조, 순이익 30% 성과급 '캐치프레이즈' 벗어날까
현대차 노조는 최근 수년째 순이익의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해왔다. 올해도 같은 요구를 들고 나왔는데 삼성전자 사례가 나오면서 노조 입장에서는 업계 표준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요구의 내용은 같지만 협상력이 높아진 국면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이 별도 기준인지, 연결 기준인지 명시한 적이 없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실질적 협상안이라기 보다는 ‘캐치프레이즈’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대한 강한 요구를 통해 협상의 출발점을 높이는 방식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은 정년 연장과 함께 최근 수년동안 현대차 노조의 고정 요구 사안”이라며 “하이닉스, 삼성전자 사례가 있긴 하지만 노조도 사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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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실제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 재무적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작년 연결기준 순이익은 10조3648억원이다. 노조 요구 수용시 성과급 재원만 3조1000억원에 달한다. 보수적으로 별도기준 순이익을 적용해도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성과급 재원이 필요하다.
현대차의 작년 별도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거의 0에 수렴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조9345억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6조9357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는 배당 축소나 차입 없이 조단위 성과급 재원을 조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작년 결산 기준으로 현대차는 주주에게 배당금 약 2조6000억원을 지급했다. 만약 주주배당과 맞먹는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위해 배당 축소 등에 나설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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