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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배분 뉴노멀

글로벌은 베스팅, 삼성은 매각제한…락업 짧은 주식보상

⑥빅테크 통상 4년 베스팅…삼성전자, 자사주 먼저 주고 2년 의무보유

고진영 기자  2026-06-08 08:28:32

편집자주

기업이 번 돈은 어디로 흐를까. 잘 나가는 기업들의 공통된 특성은 합리적 자본배치에 있다. 지금 창출한 이익의 배분이 미래 안녕을 좌우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부딪힌 성과급 이슈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그간 투자와 배당에 쏠려 있던 저울에, 임직원 이익공유가 새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뒤집힌 룰의 재무적 파장과 거버넌스 함의, 글로벌 흐름까지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분석해본다.
삼성전자 특별경영성과급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유닛)와 닮아 있다. 현금 대신 주식으로 보상하고 일정 기간 매각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본질적 기능에서 차이가 눈에 띈다.

글로벌 RSU의 핵심은 베스팅이다. 주식을 받을 권리가 수년간의 계속근무 조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회사는 주가와 보상을 연결하면서도 인재를 일정 기간 묶어둘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식 보상은 글로벌 RSU의 통상적 조건보다 시간 구속력은 짧고 자사주 지급 부담은 더 크게 떠안는다. 근속 유인 효과는 제한적인데도 자본 운용의 유연성은 더 낮아지는 구조다.

◇황금수갑 채우는 빅테크…핵심은 인재 유지

주식 보상의 효과는 대개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취지는 이해관계 일치에 있다. 직원이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회사 성과와 직원 보상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베스팅을 통한 인재 유지가 꼽힌다. 베스팅은 직원에게 부여된 주식보상 권리가 일정 기간 근무나 성과 조건을 충족하면서 실제 권리로 실현되는 과정이다. 직원이 그 전에 회사를 떠나면 베스팅 되지 않은 몫은 그대로 사라진다. 결국 주식보상의 효율은 이 주주화와 락업(lock-up)이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나 대형 반도체 기업의 장기 주식보상은 RSU와 PSU(성과조건부주식유닛)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일반 직원에겐 RSU가 주로 쓰이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성과를 반영한 PSU 비중이 커진다.

스톡옵션의 경우 과거 빅테크에서 잘 쓰이던 보상 수단이었지만 대형 상장사에선 비중이 줄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03년 스톡옵션 중심 보상을 중단하고 RSU로 전환한 일이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기업별로 보면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1월 말 종료) 주식보상(SBC) 비용은 63억8600만달러. 하지만 같은 기간 실제 베스팅돼 직원에게 귀속된 주식보상의 베스팅일 시가는 222억달러에 달했다. 엔비디아는 RSU가 일반적으로 4년 계속근무 조건으로 베스팅된다고 밝히고 있다.

애플의 경우 2025년 SBC 비용은 128억6300만달러, RSU 베스팅일 시가는 171억달러였다. 역시 4년에 걸쳐 베스팅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회계연도(6월 종료) SBC 비용이 119억7400만달러, 주식보상은 4~5년의 베스팅 기간을 거친다. 이 밖에 아마존의 SBC는 194억6700만달러였으며 2~5년간 베스팅된다고 공시했다.


◇쌓이는 RSU떠나면 '그림의 떡'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미베스팅분 상실에 있다. 핵심 인력일수록 주식보상이 누적되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보상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RSU가 인재 유지 장치로 작동하는 이유다.

반도체와 장비 기업들도 빅테크들과 구조는 비슷하다. 인텔, 마이크론, 브로드컴은 RSU와 성과연동 주식보상을 운영하고, ASML도 장기 주식보상과 임직원 주식매입 제도를 둔다.

한국 역시 대기업과 IT 기업을 중심으로 주식보상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일정 기간 재직이나 성과 조건을 충족해야 권리가 확정되는 구조를 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22년 전후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보상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가 3년 베스팅으로 RSU를 도입했고, 카카오는 2025년 정규직 전원을 상대로 1년 베스팅 RSU 부여를 시작했다.

또 한화그룹이 2020년 한화부터 RSU를 들여와 계열사로 확대했으며, 최상위 임원에는 5~10년이라는 긴 베스팅을 적용했다. 이마트는 임원 RSU(1년 베스팅)를 운영하다 2025년 6월 RSA(양도제한조건부주식)로 전환했다.

한화 등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들의 베스팅 기간은 글로벌 사례보다 짧은 편이지만 핵심 메커니즘은 같다. 조건 기간을 채워야 비로소 권리를 받는다. 먼저 자사주를 지급한 뒤 매각 제한과 반환 조항을 붙이는 삼성전자와 가장 다른 부분이다.


◇구속력 약하고 부담은 무겁고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의 재원은 영업이익의 10.5%로 정해져 있다. 발동 조건을 충족하면 자사주로 지급되는데 3분의 1은 즉시 매각 가능하고 3분의 1은 1년 뒤, 남은 분량은 2년 뒤 매각 제한이 풀린다.

합의안엔 락업 기간 중 자발적 퇴직이나 징계해고 사유가 생길 경우, 매각제한 자사주 상당액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구조를 글로벌 RSU의 두 기능에 비춰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우선 주주와 직원의 이해관계 일치 효과가 일부에 그친다. 받은 자사주의 3분의 1을 바로 처분할 수 있고 그만큼 주가와의 연결성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각 제한이 최대 2년에 불과한 만큼 인재를 가둬두는 효과도 글로벌 RSU보다 짧다. 두 시스템 모두 매년 새 주식 보상이 주어지면서 쌓이는 ‘스태킹’ 효과가 발생하긴 하지만 누적되는 미래 보상의 시간 범위가 크게 다르다.

또 다른 문제는 회사가 떠안는 부담에 있다. 글로벌 RSU와 PSU는 대부분 이사회와 보상위원회 등이 매년 부여 규모를 조정한다. 호황기에는 늘리고, 필요하면 줄일 수 있다. 부여 수단도 신주 발행이나 자사주 활용, 세금 원천징수용 매도 등을 조합한다.

반면 삼성 DS는 조정권이 상대적으로 작다. 발동 조건만 채워지면 고정 비율로 재원이 산정되고 이 제도가 10년간 유지된다. 투자 상황 등에 따라 회사가 보상 규모를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다는 뜻이다.

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RSU는 시간을 조건으로 권리를 확정해가는 제도인 반면 삼성전자의 특별경영성과급은 사실상 자사주 형태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에 가깝다”며 “직원 입장에서는 현금화 시점이 빠르지만, 회사가 기대할 수 있는 장기 락업 기능은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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