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초격차 메가프로젝트 진단

삼성·SK 투자비 감당 가능할까…현금흐름 여력 '충분'

평택·용인·청주에 서남권까지 800조, AI 메모리 호황 덕 재무체력↑

이종현 기자  2026-07-06 10:06:45

편집자주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회복을 넘어 대도약으로, 초격차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으로 정부 주도로 추진된 이번 초대형 투자 계획은 한국형 AI 산업혁명 완수라는 목적으로 구상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천문학적인 지방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LG전자를 비롯한 다른 대기업들도 동참을 선언했다. 메가프로젝트의 내용을 토대로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서남권 반도체 투자가 구체화됐다. 삼성전자는 호남 반도체 투자로 400조원을 제시했고 SK하이닉스도 서남권 신규 클러스터에 4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서남권에만 800조원이다.

이 금액은 서남권 팹만 떼어 볼 사안이 아니다. 양사는 평택·용인·청주 등 기존 반도체 거점 투자를 이미 안고 있고 서남권 투자는 이들과 같은 시기에 맞물려 집행된다. 액수가 커 실현 가능성을 두고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AI 메모리 호황으로 양사의 현금창출력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관건은 총액보다 거점별 집행 시점과 순서다.

◇서남권 800조, 기존 용인·평택·청주와 병행 투자

삼성전자의 서남권 몫은 광주 신규 반도체 팹이다. 투자액은 400조원이다. 정부 구상에서 삼성전자는 서남권에 메모리 팹 2기를 맡는다. 광주는 기흥·화성·평택·용인에 이은 차기 클러스터 후보지로 확정 부지는 아니다.

광주 투자는 삼성전자의 기존 반도체 투자와 병행된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와 용인 국가산업단지 등 반도체 클러스터에 2030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충청에는 천안·온양 고대역폭메모리(HBM) 팹에 56조원을 따로 배정했다. 광주 400조원은 호남 투자의 핵심 항목이다. 삼성이 이날 함께 공개한 그룹 국내 투자 2655조원은 향후 10년에 걸친 계획으로 반도체 외에 계열사 투자가 모두 묶인 숫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팹 조감도. (출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1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기존 거점인 용인에 600조원, 청주에 100조원을 투입하고 서남권 신규 클러스터에 400조원을 더했다. 용인 600조원에는 4번째 팹 건설과 생산 설비·장비 투자가 담겼다. 청주 100조원은 낸드 신규 팹과 HBM 후공정 패키징에 쓰인다.

결국 서남권 투자는 양사가 기존에 안고 있는 반도체 투자와 동시에 집행된다. 삼성전자는 평택·용인·광주·천안·온양을, SK하이닉스는 용인·청주·서남권을 함께 추진하는 구조다. 투자 부담은 800조원이라는 총액보다 거점별 집행 시점과 순서에 따라 갈린다.

◇캐펙스 확대에도 현금흐름 대비 부담은 완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과거에도 현금창출력의 상당 부분을 자본적지출(CAPEX·캐펙스)에 투입해왔다. 삼성전자의 2020~2025년 누적 캐펙스는 309조6565억원이다. 같은 기간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395조90억원으로 누적 캐펙스/NCF 비율은 78.3%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누적 캐펙스 98조1006억원, NCF 134조3399억원으로 비율이 73.0%였다. 양사 누적 캐펙스를 합치면 407조7571억원이다.

최근 부담률은 낮아졌다. 2025년 캐펙스/NCF 비율은 삼성전자가 61.1%, SK하이닉스가 53.5%다. 삼성전자는 NCF가 커지고 캐펙스가 안정됐다. SK하이닉스는 캐펙스를 늘렸지만 NCF 증가 폭이 더 컸다. 두 회사 모두 현금흐름의 절반 이상을 시설투자에 투입하는 구조는 유지했다.

AI 메모리 호황이 이어지면서 투자 여력은 과거보다 커졌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627조1970억원이다. 삼성전자가 361조9668억원, SK하이닉스가 265조2302억원이다. 2026~2028년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364조1463억원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원칙도 제시해 둔 상태다. 2024년 11월 밸류업 계획에서 연간 캐펙스를 매출의 30%대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컨센서스 기준 SK하이닉스의 2026~2028년 합산 매출은 1360조3000억원으로, 여기에 30%를 단순 적용하면 408조900억원이다. 서남권 클러스터 400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1100조원 계획도 매출 확대 흐름을 감안하면 기존 투자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매출 대비 캐펙스 원칙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다만 2020~2025년 연결 기준 캐펙스/매출 비율은 대체로 15~18%대에서 움직였다. 메모리 불황으로 매출이 줄었던 2023년에 23.3%까지 일시적으로 뛰었고 누적 평균은 18.0% 수준이다.

이런 흐름은 두 회사만의 것은 아니다. 경쟁사 마이크론도 최근 2026 회계연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026 회계연도 시설투자를 약 270억달러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2027회계연도에도 투자를 상당폭 늘려 40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 예고했다.

변수는 정부 지원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보고회에서 용인·청주 등 기존 클러스터에도 반도체 특별법상 지원과 특례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무 검토를 거치겠다고 답했다. 산업기반시설 비용과 인허가 부담이 어디로 귀속되는지에 따라 기업이 실제로 지는 캐펙스 부담과 집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