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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조의 승부수: SK하이닉스 ADR

순현금 100조 달성의 조건…관건은 현금흐름

⑤ADR로 80조 채워도 부족…1100조 투자 땐 연 120조 영업현금 필요

고진영 기자  2026-07-08 08:19:15

편집자주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는 룩셈부르크 증시에서 1조6000억원을 끌어왔다. 부도 위기에 밀려 생존을 위해 조달했던 돈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SK하이닉스는 사상최대 호황을 등에 업고 나스닥 공모에 나섰다. 같은 해외 발행이지만 남기는 질문은 정반대다. 넘치는 현금을 쥐고도 왜 지금 신주를 찍을까. 무엇을 위해 자본을 확충하며 그 선택은 회사에 어떤 숙제를 던질까. THE CFO가 이번 ADR에 담긴 계산을 들여다봤다.
SK하이닉스가 순현금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지 석달이 지났다. 이번 ADR(미국예탁증서) 상장으로 공모 대금이 들어오면 잔고는 단숨에 목표 턱밑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초대형 투자를 앞두고 있을뿐 아니라 나스닥 진출로 주주환원 부담 확대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투자와 배당을 이어가면서도 곳간을 계속 채우려면 양호한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차오르는 곳간, 100조 목표 '눈앞'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14일 ADR(미국예탁증서) 납입과 동시에 80조원 수준까지 뛸 전망이다. 공시상 예정된 조달 규모대로라면 발행비용을 뺀 순조달액은 45조원을 넘는다. 올 1분기 말 기준 순현금(약 32조원)에 이를 단순 합산하면 약 77조9000억원이다.

곽노정 사장이 지난 3월 순현금 100조원을 제시했는데 단숨에 달성이 가능한 수준이 됐다. 하지만 이 돈은 전액 시설자금으로 쓰인다. 납입과 함께 순현금이 뛰는 동시에, 빠져나갈 투자 일정도 같이 이어진다.


회사 측은 자금 조달 필요성에 대해 “특정 연도의 자체 충당 가능성이 아니라 투자 기간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순현금 100조원은 일회성 잔액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조달 여력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조달자금이 팹(fab)과 장비로 바뀐 뒤에도 다시 현금이 쌓여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한 없는 100조, 2033년으로 역산해보니

왜 100조원일까. 회사 측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과거 사이클 패턴, 다운사이클의 통상 지속 기간, 다년간 시설투자 집행 일정 및 연구개발 비용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구체적 달성 시한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투자 일정을 보면 기준점이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4기 팹 건설 일정을 앞당겨 2033년까지 4번째 팹의 첫 클린룸을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로드맵에서 의미 있는 중간 기착지다. 이 시점을 가정하고 역산해볼 수 있다.

1분기 말 32조원에서 2033년 말 100조원까지는 68조원, 남은 7년 9개월로 나누면 해마다 8조원대 현금이 순수하게 쌓여야 한다. 여기서 증자와 차입은 답이 되지 못한다. 이번 45조원은 전액 시설자금으로 나갈 돈이고 차입은 현금과 빚이 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순현금을 밀어 올리는 힘은 현금흐름이 돼야 한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투자와 배당을 치르고 남기는 유동성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53조원을 웃도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유·무형자산 취득에 28조6000억원을 지출하고 잉여현금 23조원을 남겼다. 이 산수대로면 연 8조원대 적립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규모가 투자 확대 이전의 금액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투자 수준이라면 올해 현금 적립과 배당에 필요한 영업현금흐름은 연 39조원에 그친다. 하지만 당초 올해 설비투자 금액은 37조원 안팎으로 점쳐졌다. 이 기준만 반영해도 필요 영업현금이 47조원 수준으로 점프한다. 지난해 영업현금보다 적지만 여유가 크진 않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SK하이닉스)에 1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균등 배분해 매년 110조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120조원 안팎의 영업현금이 필요하다. 외형과 현금창출력이 함께 커져야 가능한 숫자다.

이는 중장기 투자 로드맵과 다시 맞물린다. 용인, 청주, 서남권 투자는 미래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다. 생산능력 확대가 매출, 현금흐름으로 연결되어야만 순현금 목표가 부담으로 바뀌지 않을 수 있다.


◇높아지는 환원 부담

주주환원도 감안해야 한다. 회사는 지난해 주당 3000원(고정배당 1500원+결산 특별배당 1500원)을 지급했고 올해도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DR 발행을 통한 미국 투자자 기반 확대도 주주환원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

경쟁사 마이크론은 2018년 10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승인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의 최소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공표했으며 올 5월 말까지 78억40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뉴욕 증시에 ADR을 상장한 TSMC도 '지속 가능하고 꾸준히 늘어나는 현금배당'을 정책으로 명문화해두고 있다. 지난해 배당총액만 4670억대만달러(약 20조원)다. 올해는 주당 배당을 18대만달러에서 최소 23대만달러로 28%가량 더 올려 잡았다. 삼성전자 역시 3개년 잉여현금흐름의 50% 환원과 연 9조8000억원의 정규배당을 정책으로 못 박아 두고 있다.

물론 마이크론도 투자 확대 국면에서 환원을 무리하게 밀어붙이진 않았다. 2025회계연도(8월 결산) 설비투자로 140억달러 가까이 집행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잠시 멈추고 배당(5억2200만달러)만 지급했다. 그러나 올 1분기 현금흐름이 개선되자 다시 3억달러 규모 매입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환원 정책은 이 눈높이에서 보면 배당 중심의 보수형이다. 2025년 배당 총액은 2조1000억원, 같은 해 잉여현금 23조3000억원의 9% 수준이다. 마이크론과 같은 거래소에서 같은 투자자를 상대로 거래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비교당할 숫자다.

마이크론식 기준을 지난해 SK하이닉스 잉여현금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환원액은 11조원대로 지금의 다섯 배가 넘는다. 여기에 설비투자 110조원(가정)과 연 8조원대 적립을 더하면 필요한 영업현금은 연 130조원 안팎이다. 지난해의 두 배를 훌쩍 웃돈다. 순현금 100조원의 목표에 변수가 하나 더 얹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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