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이슈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은 차등 보상이다. 같은 산식과 같은 상한, 같은 지급수단에 묶여 있었던 DS(반도체)와 DX(비반도체)부문의 성과급 기준이 완전히 갈라졌다. 사업부별 실적 차이를 더 뚜렷하게 반영하는 방향이다.
삼성전자처럼 반도체뿐 아니라 완제품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기업으로선 새로운 숙제를 안았다. 성과 대비 보상의 연결성을 높이면서도 내부 형평성과 조직 통합을 유지하는 일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영업익 94% 낸 DS, 인력은 60%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57조2328억원 가운데 DS부문이 53조6633억원을 차지했다. 전사의 93.8%에 이른다. DX부문은 2조9677억원(5.2%), SDC 3627억원(0.6%), 하만 2220억원(0.4%)에 그쳤다. DS와 DX부문의 격차가 18.1배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DS 영업이익(1조1000억원)은 DX(4조7000억원)와 4배 가량 차이가 났다. 1년 새 DS 영업이익은 50배 가까이 폭증한 반면 DX는 약 37% 감소하면서 격차가 완전히 뒤집혔다.
반대로 임직원 분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직원 현황을 보면 DS부문이 7만8064명, DX부문이 5만817명이다. 1분기 영업이익 90% 이상을 만든 인력이 전체의 60% 수준이다.
그간 삼성전자 직원들의 OPI(초과이익성과급) 재원은 부문에 관계없이 ‘사업조직별 3년 평균 EVA(경제적부가가치)의 20%’로 계산해왔다. 하지만 이번 노조와의 합의는 적용규정을 둘로 갈랐다.
◇족쇄 푼 DS, 상한캡 DX…갈라진 보상 잣대 새 합의안에서 DS와 DX 등의 보상 구조가 다른 점을 짚어보면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우선 재원 산정 방식이다. DS부문은 기존 OPI에 더해 영업이익의 10.5%에 해당하는 특별성과금을 받는다. EVA 방식과 달리 자본비용 차감이 없다. 반면 DX는 기존 산식이 유지되기 때문에 호황기에도 자본비용이 재원에서 빠진다.
상한 여부에도 차이가 있다. DS의 특별성과급은 천장을 없앴지만 DX는 OPI 지급액이 연봉의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상한이 그대로 살아 있다. EVA가 아무리 좋아져도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은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론 지급수단이 달라졌다. DS의 특별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지만 DX가 받는 성과급은 현금으로 지급된다.
OPI가 사업조직별로 산정되므로, DX부문 직원이 받는 성과급은 DX 성과에 좌우된다. DX부문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12조~14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해왔다.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본격화한 2023년 DS부문이 영업적자(-14조8795억원)에 빠지자, DX부문이 오히려 전사 영업이익을 방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EVA로 환원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영업이익은 안정적이지만 투하자본이 매년 늘면서 EVA가 자본비용에 점차 잠식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총자산에서 DX가 차지하는 비중(약 36%)을 적용해 투하자본을 가늠해보면 2025년 전사 투하자본은 336조원, 이 중 DX 부문은 12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준으로 셈했을 때 DX 단독 EVA 추정치는 2022년 1조원대 흑자에서 2024~2025년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의 경우 1분기 DX 영업이익을 단순 4배로 연환산한 11조8710억원에 실효세율을 적용했을 때 9조5000억원이다.
올해 추정 투하자본 135조원에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8.5%를 반영한 자본비용 11조5000억원을 빼면 DX부문 EVA는 -2조원에 그친다. 여기에 3년 평균 산식을 적용하면 DX부문 OPI 재원은 -1000억원 수준이다. 추정치인 만큼 더 늘어날 순 있지만 올해 특별성과급 재원만 최소 22조원, 많으면 3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DS와 비교하면 사실상 거의 받을 몫이 없다.
반면 DS의 경우 기존 OPI뿐 아니라 특별성과급까지 수십조원의 재원 배분이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법인 내에서 보수 비대칭이 반복될 경우 노노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노조 내부의 의견 차이는 이번 합의안에 대한 투표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투표율 95.5%, 찬성률 73.7%로 가결되긴 했으나 세부 표심은 갈렸다. DS 인력이 많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80.6%라는 높은 찬성률로 통과를 이끌었으나, DX 인력이 많은 전국삼성전자노조 찬성률은 21.1%뿐이었다.
집행부 운영이 달라진 점 역시 눈에 띈다. 노조 측은 "부문별 특수성과 현안을 반영하기 위해 DS부문 5명, DX부문 3명으로 집행부를 분리하는 투트랙 교섭체계로 개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에서 인적분할 논의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분할이 이야기된 건 처음이 아니지만 2016년 이슈는 행동주의 펀드의 외부 압박이었고, 2017년 파운드리 분사론은 사업 전략 차원의 논의였다. 이번 분할 거론이 과거와 다른 점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동력이 등장했다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DS와 DX를 상당한 수준으로 회계 분리하고 있다. 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자산이 분기마다 분해 공시된다. 다만 시장 관계자는 "추후 보상 격차가 누적될 수록 분리 논리가 확장될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반도체가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한쪽 부진을 다른 쪽이 받쳐주는 구조를 끊는 분할 결정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