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험사가 국내 시장에서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 성장 둔화와 치열한 경쟁, 규제 환경에 부담을 느껴서다. 반면 국내 금융계는 이들이 내놓은 보험사를 인수해 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 PCA생명은 국내 자본 아래에서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주요 인수 사례를 점검해 외국계 보험사 M&A가 어떻게 국내 금융사의 보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 짚어본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상대적으로 약한 생명보험업의 체급을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기존 KB생명만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던 외형과 보장성보험 경쟁력, 전속 영업조직을 한꺼번에 손에 넣었다. 앞서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손해보험 사업의 체급을 키운 데 이어 생명보험에서도 M&A를 통한 외형 확대를 택한 셈이다.
인수 효과는 지난 2023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하나의 회사로 합쳐지면서 본격화됐다. KB금융은 서로 다른 두 회사의 상품과 채널을 단순히 합치는 대신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통합을 설계했다. 푸르덴셜의 보장성·전속채널과 KB생명의 방카슈랑스·그룹 영업 기반을 함께 가져가며 통합 이후 경쟁력을 높였다.
◇9조원대 KB생명 한계, 우량 매물 인수로 돌파
KB라이프는 올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통합한 지 4년 차를 맞았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확보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생명보험 시장에서 중대형사 입지를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은 2020년 2조2650억원을 기준매매대금으로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KB금융으로선 생명보험 사업의 약한 체급을 단기간에 높일 승부수였다.
KB라이프생명보험 전경. 출처: KB라이프생명보험
KB생명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기 전 시장 내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2019년 말 총자산은 약 9조8000억원으로 업계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미 LIG손보 인수를 통해 대형 손해보험사를 확보한 KB금융 입장에서는 생명보험에서도 자체 성장만 기다리기보다 외부의 사업 기반을 가져올 필요성이 컸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에 2조원 넘는 자금을 베팅한 데는 단순한 외형 확장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푸르덴셜생명은 당시 20조원이 넘는 자산과 안정적인 이익창출력, 탄탄한 자본 적정성을 갖춘 우량 보험사였다. 라이프플래너로 대표되는 전문 전속설계사 조직과 종신보험 중심의 보장성 영업력도 KB생명이 단기간에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경쟁력이었다.
두 회사의 사업 구조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시너지 기대를 높였다. 푸르덴셜생명은 종신·변액보험과 전속설계사 조직에 강점이 있었고 KB생명은 방카슈랑스와 다이렉트마케팅(DM) 등 그룹 채널 활용도가 높았다. 기존 KB생명과 상품·채널 구조가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도 푸르덴셜생명의 인수 매력을 높이는 요소였다.
◇흡수보다 결합에 방점 찍은 PMI…기존 강점 보존
KB금융은 인수 약 3년 뒤인 2023년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을 합쳐 KB라이프를 출범했다. 푸르덴셜생명을 존속 법인으로 두고 KB생명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두 생명보험 계열사를 하나로 묶었다. 인수 이후 2년 넘게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면서 합병을 준비한 뒤 2022년부터 본격적인 인수후통합(PMI) 작업에 돌입했다. 법인 통합 이후에도 인사 제도와 전산을 순차적으로 합치며 조직문화와 영업 체계를 조율했다.
KB금융은 PMI 과정에서 양사의 기존 영업 체계를 일괄적으로 재편하기보다 각 조직의 강점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뒀다. 통합 과정에서는 각 회사가 강점을 지닌 채널과 조직 기능을 살리면서 기존 경쟁력을 통합법인으로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형을 합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회사의 사업 기반을 하나의 운영체계로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인사와 조직도 양사의 강점을 남기는 방향으로 짰다. 경영관리와 자산운용에는 푸르덴셜 출신을, 방카슈랑스에는 KB생명 출신을 중용했고 GA 영업은 양사 출신이 본부를 나눠 맡았다. 각 회사가 경쟁력을 갖춘 영역을 통합법인에 남기는 방식이었다. 디지털·IT와 차세대 시스템처럼 사전 조율이 필요한 기능은 통합 전부터 같은 임원이 두 회사를 함께 맡도록 해 결합 과정의 연속성을 높였다.
KB라이프의 다음 과제는 커진 체급과 다변화한 채널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인수 사례는 외국계 보험사 M&A에서 매물의 규모나 가격뿐 아니라 기존 계열사와의 보완 관계와 PMI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수한 회사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고객·채널과 연결해야 실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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