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2020년 8월 자산 규모 11위, 순이익 6위였던 우량 생보사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KB금융의 생명보험사였던 KB생명은 당시 총자산이 9조원대에 그칠 정도로 규모가 작은 회사였다. 두 회사가 만나 2023년 자산규모 30조원대의 중대형 생보사가 탄생했다.
KB라이프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33조원대로 업계 7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순이익 기준으로도 7위다. 아직 KB생명과의 통합 효과는 물론 KB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 역시 뚜렷하게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계약은 속전속결, 공들인 PMI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당시 상당히 속전속결로 인수를 마무리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후보 가운데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로 출발부터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가격 조정 없이 바로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다.
보통 M&A 거래 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최종 실사와 추가 가격협상 등을 거치는데 이런 통상적 절차를 건너뛰었다. 인수방식도 매매대금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Locked-box'(로크박스)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푸르덴셜생명의 가치에 확신을 지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푸르덴셜생명이 그만큼 매력적 매물이었다는 의미다. 실제 푸르덴셜생명은 국내 최고 수준의 건전성과 효율적 손해율 관리역량, 최정예 설계사 조직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알짜배기 회사'로 꼽혔다.
KB생명과의 통합 역시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건 2020년 8월, 통합법인 KB라이프가 출범한 건 2023년 1월이다. KB라이프 출범을 앞둔 2022년 12월 KB생명 직원들이 KB라이프 사옥으로 결정된 강남 푸르덴셜생명타워로 옮겨 가면서 물리적 결합이 시작됐다.
2024년부터는 인사제도 통합해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같은해 3월 전산 통합도 마무리됐다. 둘 모두 합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인사제도는 임직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해 통합이 쉽지 않고, 전산의 경우 영업 시너지를 위한 첫발이라는 점에서 필수로 꼽힌다.
◇순이익 기준 7위, 순이익 늘었지만 순위는 하락 대표이사 선임만 봐도 KB금융이 양사의 화학적 결합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인수 직후 푸르덴셜생명 대표로는 안팎의 예상을 깨고 KB금융 출신도, 푸르덴셜생명 현직 임원도 아닌 제3자 민기식 전 대표가 선택을 받았다.
그는 1991년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해 2015년 부사장까지 지냈지만 당시 DGB생명 대표를 지내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쇄신이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KB금융 출신을 대표로 보내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푸르덴셜생명은 설계사들의 자부심이 매우 강해 외부 출신이 대표로 오면 자칫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민 전 대표는 통합법인 출범 뒤에는 KB금융 출신에게 대표 자리를 내줬다.
양사의 결합이 큰 잡음 없이 이뤄질 수 있던 배경으로 양사의 규모 차이가 꼽힌다. 푸르덴셜생명이 KB생명보다 자산이나 순이익 규모, 임직원이나 설계사 수 등에서 월등했던 만큼 통합이 어렵지 않았다. 실제 인수 전 푸르덴셜생명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400억~1800억원대를 오갔다. KB생명의 경우 같은 기간 30억~180억원대에 그쳤다.
현재 KB라이프는 자산 규모와 순이익 모두에서 업계 7위(개별 기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험사는 사업 자체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크게 보고 또 실적의 상당 부분을 투자사업에서 거두는 만큼 자산 규모가 중요하다. 자산 순위는 두 보험사의 통합으로 11위에서 7위로 훌쩍 뛰었지만 순이익은 합병 전 푸르덴셜생명의 6위보다도 한 계단 하락했다.
순이익 규모 자체는 커졌지만 이 기간 다른 생명보험사들이 가파르게 순이익을 늘리면서 순위 하락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합 KB라이프는 출범 첫해인 2023년 2364억원, 2024년 2998억의 순이익을 거뒀다. 기존 2개 보험사 순이익의 단순 합산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6위 동양생명과의 순이익 격차는 100억원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