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캐시플로 모니터

현대글로비스, 영업현금 줄었는데 곳간 더 찼다

운전자본이 변수, 배당 확대 속 유동성 관리 '주목'

임효진 기자  2026-06-16 10:31:42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1분기 현금흐름은 언뜻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줄었고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유출은 늘었다. 통상 이 같은 흐름을 보이면 보유 현금이 감소한다. 그러나 실제 재무제표에서 현금 보유금은 오히려 늘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2조6446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조8490억원으로 증가했고, 단기금융상품도 1조7604억원에서 2조3590억원으로 약 6000억원 늘었다. 투자활동 현금유출이 확대된 가운데 대부분이 대규모 설비투자가 아닌 단기금융상품 운용에 따른 것이었다.

◇현금창출력 아닌 운전자본이 갈랐다

올해 1분기 현대글로비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7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224억원보다 22.3% 감소했다. 겉으로는 현금창출력이 둔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운전자본 변동 영향이 컸다.

영업활동으로부터 창출된 현금은 9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087억원보다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매출채권과 계약자산이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매출채권과 계약자산이 감소하면서 2228억원의 현금이 유입됐지만 올해는 반대로 증가하면서 565억원이 유출됐다. 지난해에는 운전자본이 영업현금을 늘리는 요인이었지만 올해는 반대로 현금 유출 요인으로 전환된 것이다.


매출채권은 이미 청구서를 발행했지만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금액이고 계약자산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계약상 청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아직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즉 매출은 발생했지만 현금 회수 시점이 늦어지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감소한 것이다.

실제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7조8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영업이익은 5215억원으로 3.9% 증가했다. 국내 물류는 전기차(EV)와 대형 차종 운송 비중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고, 해운 부문도 중국발 고운임 비계열 물량 증가 효과를 봤다. 유통 부문에서는 신흥국 기술지원조립공장(T/A)향 CKD 수출 확대와 알루미늄 트레이딩 증가가 매출을 끌어올렸다.

한편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의미하는 매입채무는 지난해 2062억원에서 올해 3206억원으로 늘며 영업현금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 협력사 대금 지급이 늦춰지면서 현금이 회사에 남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현금 유출 확대…설비보다 금융상품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의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유출은 지난해 5057억원에서 올해 7079억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자금이 향한 곳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아니었다.

기타유동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1조7733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조5889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분 대부분은 단기금융상품이었다. 단기금융상품은 같은 기간 1조7604억원에서 2조3590억원으로 약 6000억원 늘었다.

이와 관련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금융상품 가입 규모가 늘어서 그렇다"며 "단기예금 등 금융상품 가입이 증가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은 유동성 관리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2025~2027년 배당성향을 25% 이상 유지하고 주당배당금(DPS)을 매년 최소 5% 인상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 2025년 결산 배당금은 주당 5800원으로 전년보다 56.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 재무상태표에는 4350억원의 미지급배당금도 계상됐다. 배당금 지급을 앞둔 만큼 필요 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비중을 확대하며 유동성을 관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