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앞으로 1~2년 내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시연한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가 연일 호평을 받았고 2028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제시하며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예상 기업가치 역시 폭증했다.
2021년 현대차그룹이 처음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1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는 아틀라스 공개 후 30조원 이상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동종업체의 기업가치에 기대 산출한 수치로 국내 피어그룹과 비교해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숫자로 평가받는다.
◇1.2조로 출발한 기업가치, 테슬라·피규어AI 선전에 수십조 거론 현대차그룹은 2021년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4개사를 앞세워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4개사가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는 데 투입한 금액은 9963억원으로 현대차그룹이 이 회사의 가치를 약 1조2400억원 정도로 인정한 셈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될 당시 회사는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그룹 합류 직전 3개년도 연속 순손실을 냈고 편입 첫해에도 19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사실상 적자 회사였다. 편입 첫해 매출은 670억원 수준이었다.
적자 로봇테크 기업이지만 현대차그룹은 고성장 미래산업에 방점을 찍고 승부수를 걸었다. 인수 후에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순손실 상태는 계속됐고 자본잠식 우려가 나올 때면 그룹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2022년부터 매년 진행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유상증자에 주주사가 참여한 총 금액은 3조원을 웃돈다.
그룹 계열사의 장부상 투자금액은 늘었지만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 자체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취득원가를 3539억원이라 기재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보유 지분율(11.25%)에 따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를 산출하면 약 3조2100억원 수준이 된다. 그룹이 투입한 자금과 기업가치간 1조원가량의 괴리가 있다.
그럼에도 최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상장 시 기업가치가 수십조원대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산업 성장성과 동종사의 높은 가치 등이 꼽힌다. 아틀라스가 경쟁사인 테슬라의 '옵티머스'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며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향후 휴머노이드로봇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동종업계 미국 스타트업인 피규어AI가 지난해 하반기 시리즈C 투자유치에서 39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점 역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 재산정에 영향을 줬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기업 유니트리의 기업가치는 70억달러(약 10조원)로 예상된다.
◇국내 피어도 순손실, PSR 기반 보스턴 가치 산출 시 45조 도달 로보틱스 사업자들이 지속되는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피어그룹 대장주 역시 지난해 3분기 말 각각 13억원, 3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고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인 만큼 이들 회사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높은 주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주가매출비율(PSR)을 산정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PSR은 종목의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값으로 로보틱스 산업과 같이 적자를 면하고 있지 않지만 미래가치가 중요한 산업에 주로 적용한다. 피어그룹의 PSR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매출과 곱하면 예상 기업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
3분기 말 매출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의 PSR 배수는 모두 200배가 넘는다. 3분기 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과 매출은 각각 6조원과 211억원이었으며 같은 기간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 매출은 각각 4조2700억원, 20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각사의 PSR 배수는 284배, 214배로 산출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PSR 284배를 3분기 말 보스턴다이나믹스 매출(1050억원)에 대입하면 회사의 예상 기업가치는 30조원이 된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로보틱스 종목의 시가총액이 상승하며 자연스럽게 PSR 배수도 올라갔고 덕분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예상 기업가치도 증가했다.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PSR 배수(연환산 매출 기준)는 324배로 올라간 상태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시가총액이 5조원까지 올라갔으나 연환산 매출이 266억원 정도로 예상되며 시총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해 PSR이 190배 정도로 떨어졌다.
두산로보틱스의 PSR 배수가 내려갔으나 이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연환산 매출 1406억원에 대입해도 회사는 여전히 27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연말 PSR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는 45조원까지 올라간다.
한편 국내 증권사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며 그 규모를 100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KB증권은 2035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매출을 2883억달러(약 404조원)으로 예상하며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128조원으로 평가했다. 2035년 아틀라스를 150만대 양산한다는 가정 아래 판가 19만1000달러를 대입해 예상 매출을 산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옵티머스의 가치를 테슬라 시가총액의 20%(2800억달러) 수준으로 잡고 옵티머스와 피규어AI의 가치를 고려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가치를 993억달러(약 146조원)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