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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보스턴vs레인보우vs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 '30조' 보스턴, 여전히 갈 길 먼 흑자

②R&D·생산성 확대 투자에 3사 모두 손실폭 확대…레인보우, 상대적 비용 관리 선방

김동현 기자  2026-01-23 10:43:0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개 이후 전세계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 회사인 현대차가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그룹의 체급 자체를 올렸다. 시장에선 기업공개(IPO) 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시가총액이 30조원 이상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적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그룹 편입 이후 한번의 순이익을 내지 못하며 손실을 쌓아가고 있다. 개화 초기 단계인 로보틱스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모그룹 지원 없인 유동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는 비단 보스턴다이나믹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2강을 구성하는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안정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고 손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4년 흑자를 잠시 기록하기도 했다.

들 3사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수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중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최근 4년간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받은 금액만 2조원에 이른다. 아직은 투자가 계속 돼야 하는 상황이다.

◇초기 성장 단계, 장기간 이어진 손실 감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35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2021년 1970억원의 순손실을 내던 상태였으며 2022년 2550억원, 2023년 3350억원, 2024년 4410억원 등으로 순손실 규모가 매년 불어났다.

대규모 손실은 연구개발비 때문으로 추정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직 비상장인 상태로 현대글로비스의 연결 재무제표를 통해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세세한 재무제표 상황까진 공개되지 않아 비용의 구조를 파악하긴 어렵다.




업계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역시 R&D와 생산투자로 손실폭이 커졌을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으로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생산·운영 비용이 늘고 R&D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손실은 막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매출은 2021년 67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1050억원으로 성장했다. 해당 매출은 4족보행 로봇 '스팟', 물류로봇 '스트레치' 등의 상용화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신규 출시를 앞둔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의 가격을 높여 잡아 수익성 확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아틀라스 3만대 양산 설비를 갖출 예정인데 해당 제품의 가격을 대당 13만달러(약 2억원)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의 가격을 '2년 내 투자비 회수 가능한 가격'으로 제시했는데 13만달러는 미국 자동차 제조 근로자 기준 2년치 평균 인건비에 해당한다. 스팟의 가격이 대당 1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아틀라스 사업에 공격적인 목표를 잡은 셈이다.

수익성 확보에 대한 고민은 국내 협동로봇 사업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도 지난해 일제히 순손실을 냈다.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각각 388억원과 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4년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불과 1년 만에 다시 순손실로 돌아섰고 두산로보틱스는 순손실이 확대됐을 뿐 아니라 매출(2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43.5% 감소하며 외형도 축소됐다.

이들도 R&D와 자본적지출(CAPEX) 확대에 따라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KAIST 연구진이 힘을 합쳐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R&D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던 곳 중 하나였는데 그 규모가 매년 증가해 2024년 50억원을 넘어섰다. 그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매출이 193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출의 30%를 R&D에 쏟아부었다.



두산로보틱스도 제품 라인업 확장을 위해 한해 매출의 20%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을 이어가며 투자 부담이 뒤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는 미국발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고객사의 투자 집행이 지연되며 수출액이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3분기 말 96억원)으로 떨어지며 역성장했다.

◇모회사 지원 랠리, 현대차 2조·두산 760억·삼성 590억

오랜 기간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그룹의 중심이 되는 회사들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이들 로보틱스 계열사에 내려보냈다. 2021년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에 9963억원을 투입한 현대차그룹은 연례행사처럼 매년 수천억원의 금액을 보스턴다이나믹스에 지원했다. 그 규모가 작으면 2000억원(2023년), 많으면 1조원 이상(2025년)이었다.

인수금액을 제외한 증자 참여금액만 2조원이 넘는 규모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누적된 손실에도 자금 지원을 받아 자본잠식을 면하고 있다. 2022년 2550억원이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3540억원으로 불어났고 4년간 쌓은 누적 순손실 금액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말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부채가 자산을 500억원 초과한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현금출자 방식으로 보스턴다이나믹스에 운영자금을 수혈해 위기에서 탈출했다.

두산그룹 역시 두산로보틱스의 안정화를 위해 꾸준히 자금을 내려보냈다. 2015년 두산그룹의 중간지주사인 디아이피홀딩스가 출자로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유상증자를 진행해 주주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연간 100억원 수준으로 2018년 그룹 지주사 두산이 디아이피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 두산로보틱스가 두산 바로 아래 배치된 후에는 그 규모가 2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 잠시 증자를 중단했던 두산로보틱스는 2021년 다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재개해 14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다만 2023년 상장을 통해 4162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부터는 해당 자금을 소진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에 편입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모회사 삼성전자의 금전적 지원을 많이 받진 않았다. 비교적 손실규모가 크지 않고 사업 성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23년 1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58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오준호 창업주 지분 인수(2023년 278억원), 콜옵션 행사(2024년 12월 2675억원) 등으로 현재 지분율 35%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 자리에 앉았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배력을 획득하기 위해 투입한 총액은 3500억원이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들어간 금액 자체는 처음 주주사로 이름을 올릴 당시 투자한 589억원이 전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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