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Peer Match Up보스턴vs레인보우vs두산로보틱스

창립멤버·사제지간·각자대표, '3사 3색' CEO 키워드

⑤보스턴·레인보우, 창업자 대신 전문경영인 선택…두산로보틱스, 오너가 포함 3인 대표진 구축

김동현 기자  2026-01-29 08:40:5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1992년 창업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20년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회사 초창기부터 손발을 맞춘 로버트 플레이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로 올리고 마크 레이버트 창업자는 연구개발(R&D)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다. 국내 로보틱스 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이와 유사하게 오준호 창업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그의 제자인 이정호 CEO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창업주가 따로 있는 앞선 두 회사와 달리 그룹의 사업 확장을 위해 계열사로 2015년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오랜 기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다 2023년에서야 오너 경영인이 합류했다. 오너 4세인 박인원 사장의 대표 선임으로 오너가의 직접적인 경영 참여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두산의 CEO 선임 기조에 맞춰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전략책임자(CSO) 등 C레벨급 인사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복귀 1년만 회사 CEO로

현재 레이버트 창업자의 뒤를 이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이끄는 인물은 로버트 플레이터 CEO다. 플레이터 CEO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창립 초창기인 1994년 합류해 2012년까지 기술부사장을 역임하며 빅독, 리틀독 등 4족보행 로봇 개발을 주도했다. 해당 4족보행 로봇이 시장에 공개된 것은 2004년이다. 지금의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의 시초격인 2족보행 로봇 개발은 이로부터 7년 뒤 일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초창기 모델 개발을 이끈 플레이터 CEO는 2013년 구글로 소속을 옮긴다. 그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을 주인으로 맞았는데 플레이터 CEO가 구글의 로봇공학 이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플레이터 CEO는 이곳에서 양사를 연결하며 협업을 주도했다. 이후 2018년 소프트뱅크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하면서 플레이터 CEO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복귀했다.



소속을 한번 옮기긴 했으나 사실상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개발에 꾸준히 발을 걸치고 있던 것으로 플레이터 CEO는 회사 복귀 이듬해 레이버트 창업자의 후임 CEO로 선임됐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설립 후 처음으로 창업주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리더십에 변화를 줬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2022년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은 뒤에도 플레이터 CEO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레이버트 창업자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경영에선 물러났으나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R&D에 집중하기 위해 신설한 미국 로보틱스앤AI연구소(RAI)의 대표를 맡아 아틀라스 고도화를 지원 중이다.

◇창업자 '카이스트' 제자가 이끄는 레인보우

창업자가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2011년 카이스트 로봇연구센터(휴보랩)로 시작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대표적으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였던 오준호 창업자가 설립했다. 오 창업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출범 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만 대표직을 수행하고 이정호 현 대표에게 CEO 자리를 넘겼다.

이 대표는 오 창업자의 제자로 삼성중공업 산업기술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을 거쳐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합류했다. 오 창업자는 제자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는 대신 본인은 CTO로 회사를 지키며 휴보 고도화에 집중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 대표 체제로 전환한 후에도 허정우·임정수 기술이사 등 카이스트 공학박사를 영입해 임원진을 꾸렸다. 이들은 모두 오 창업자의 제자들이다.

2024년까지 CTO직을 수행하던 오 창업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삼성그룹에 편입된 이듬해에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의 단장으로 발탁되며 회사 임원직을 내려놨다. 오 창업자가 떠나고 공석이 된 사내이사 자리는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경영지원직을 수행하던 김용완 이사(CFO)가 채웠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4족로봇, 이동형 양팔로봇, 협동로봇(사진=삼성)


◇오너가 합류한 두산로보, 그룹 기조 따른 각자대표 전환

보스턴다이나믹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과 달리 두산그룹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출범 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오너일가의 경영참여는 상대적으로 늦은 2023년부터였다. 오너일가 4세인 박인원 사장으로 박 사장은 2009~2012년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한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3남이다.

당시 두산그룹은 수년간의 구조조정 끝에 신성장 사업으로 두산로보틱스를 육성하던 상황으로 오너 경영인에게 중장기 전략 수립과 추진을 맡겼다. 다만 박 사장 홀로 회사를 이끌도록 두지 않고 CFO, CSO 등 다른 C레벨을 대표로 선임해 두산그룹의 각자대표 선임 기조를 따르도록 했다.

현재 박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이뤄 회사를 이끄는 인물은 두명이다. 20여년간 두산그룹에 몸담으며 지주사 재무 업무를 담당했던 조길성 전무가 2024년 CFO로 두산로보틱스 각자대표 한자리를 채웠다.

뒤이어 지난해에는 외부 영입 인재로 김민표 CSO(부사장)를 각자대표진에 추가했다. 김 부사장은 맥킨지앤컴퍼니 컨설턴트, 비바리퍼블리카 보험사업 총괄, 토스페이먼츠 대표 등을 거쳐 2024년 두산로보틱스에 합류했다. 입사 1년 만에 두산로보틱스 3인의 각자대표 중 한자리를 맡은 것으로 김 부사장은 미국 지능형로봇 기업 원엑시아 인수를 주도하며 현재 원엑시아 이사도 겸직 중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