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스커버리 계열 석유화학업체인 SK어드밴스드가 4년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잉여현금흐름(FCF)은 여전히 ‘마이너스’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중국의 경쟁업체들이 원료 조달에 차질을 겪으면서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SK어드밴스드 또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소요가 커진 탓이다.
◇ 2021년 3분기 이후 첫 흑자…미국산 LPG 의존도 '반사이익' SK어드밴스드는 지난 2021년 4분기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무려 17분기 연속 적자에 빠졌지만 올해 1분기 53억원 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간 중국 석유화학업체들의 대규모 증설이 이어지면서 SK어드밴스드의 주력인 프로판탈수소화(PDH) 시장도 공급과잉에 처한 탓이었다. 그러나 이란 사태 이후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중국 업체들이 PDH 설비 가동률을 낮추면서 SK어드밴스드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 업체들과 SK어드밴스드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공급망 차이에서 비롯됐다. PDH는 액화석유가스(LPG) 중 하나인 프로판에서 프로필렌을 추출하는 공정인데, 중국은 미·중 관세분쟁 영향으로 미국산 LPG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산 프로판 조달 비중을 높여왔다. 올해 1분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중동산 프로판 조달이 어려워지자 중국 PDH 업체들은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SK어드밴스드를 비롯한 국내 PDH 업체들은 프로판 조달의 대부분을 미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원재료 확보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어드밴스드는 모회사인 SK가스로부터 프로판가스를 전량 공급받고 있다. SK어드밴스드의 생산설비 가동률은 지난해 77.0%에서 올해 1분기 96.8%로 큰 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모처럼 찾아온 흑자 달성에도 SK어드밴스드의 현금흐름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원재료 확보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운전자금 부담이 커진 탓이었다.
◇ 녹록지 않은 상환 일정…모회사 SK가스 지원 나서나 실질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올 1분기 194억원 흑자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같은기간(-106억원) 대비 큰 폭 개선됐다. 그럼에도 운전자금 소요가 400억원대에 달해 현금이 부족한 구조가 이어졌다. 자본적지출(CAPEX)도 약 14억원 규모 단행하면서 FCF는 -347억원을 나타냈다. CAPEX 규모도 꾸준히 줄여나가고 배당도 2023년부터는 집행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현금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SK어드밴스드의 부진한 현금흐름이 지속되는 데다가 보유 현금성 자산도 약 570억원에 그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상환하기에도 빠듯한 구조다. SK어드밴스드는 KDB산업은행에서 빌린 720억원 규모 차입금 만기를 올해 9월 앞두고 있고,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도 약 2000억원 규모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발행한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시점도 오는 8월로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은 SK어드밴스드가 올해 흑자 전환에도 신용등급은 하락하는 역설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SK어드밴스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0(안정적)로 낮췄다. 올 1분기 달성한 흑자가 일시적 성격이 강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작용했다.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국내외 석유화학업체들의 설비 가동이 정상화되면서 재차 수익성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어드밴스드의 현금흐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 등 SK가스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어드밴스드의 실적 부진이 장기간 지속돼 자체적인 현금흐름이나 외부조달만으로는 차입금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기 상환부담 대응에 있어서 주주사인 SK가스의 재무적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