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어드밴스드가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 빠졌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원재료비 상승이 겹친 탓이다. 슈퍼 다운사이클이 길어지면서 분기마다 수백억원씩 순자산이 깎이고 있다. 회사 측이 고금리를 감수하고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찾은 것도 자본이 바닥날 위기에 처한 것과 무관치 않다.
◇5년째 순손익 적자…울산피피도 지분법손실 SK어드밴스드는 5년째 연간 1000억원대 순손실을 내고 있다. 이 기간 쌓인 순손실 규모만 67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9월 말 기준으로 14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1173억원)보다 손해가 더 늘었다. 2월까지 예정됐던 가동 중단과 7~8월 긴급보수의 영향이 컸다.
부진의 근본적 원인은 업황 침체에 있다. SK어드밴스드가 영위하는 PDH(프로판탈수소화) 사업은 액화석유가스(LPG)인 프로판을 원료로 해서 플라스틱의 기초 소재인 프로필렌을 생산한다. 원료인 프로판 가격과 제품인 프로필렌 가격의 차이, 즉 스프레드에 수익성을 의존하는 구조다.
하지만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에서 쏟아져 나온 물량은 글로벌 수급 밸런스를 무너뜨렸고, 프로필렌 가격의 구조적 약세를 불러왔다. 반면 원재료인 프로판 가격은 국제 유가, 난방 수요와 연동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했던 합작회사 울산피피(UPP) 역시 부담이 되고 있다. SK어드밴스드는 프로필렌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폴리미래와 합작해 폴리프로필렌(PP) 생산 법인인 울산피피를 설립했다. 각각 지분 50%씩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전방 산업이 위축되면서 울산피피 역시 가동률 저하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울산피피의 실적 부진은 SK어드밴스드에도 고스란히 지분법 손실로 반영돼 당기순손실 규모를 키웠다. 그간 지분법 손실을 보면 2022년 232억원, 2023년 321억원, 2024년 191억원, 2025년 3분기 179억원 등 총 923억원이다.
◇자기자본 6400억→900억…잠식 '눈 앞' 계속된 순손실은 자본을 갉아먹고 있다. 애초 SK어드밴스드의 자기자본은 2021년까지 우상향하면서 6400억원까지 확대됐었다. 하지만 대규모 순손실이 시작된 2022년 이후 급격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894억원에 그쳤다. 5년간 5000억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차입규모는 급증했다. 매년 현금이 순유출되자 필요자금을 차입으로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5700억원 수준이다. 순자산은 줄고 빚은 늘면서 부채비율 역시 842%로 급등했다.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것 역시 회사채 차환이 여의치 않아진 데다, 자본확충과 유동성 확보가 동시에 필요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SK어드밴스드는 2025년 11월 1000억원, 12월 1000억원 등 총 2000억원어치 영구채를 찍었다. 최대주주인 SK가스가 자금보충약정을 서주면서 발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금보충약정에도 불구 금리는 높게 형성됐다. 1회차(1000억원)의 경우 고정금리 연 7.58%에 8개월 뒤(2026년 8월 24일)부터 콜옵션(조기상환)을 행사할 수 있다. 금리도 이때부터 9.58%로 연 2%가 스텝업(step-up)된다. 2회차(1000억원) 역시 같은 조건이지만 스텝업 시점은 발행 후 9개월이다. 높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8~9개월물 단기 조달로 볼 수 있다.
그간 발행한 회사채나 차입금 금리가 4~6%대였는데 이자율이 훌쩍 뛰었다. SK어드밴스드가 고금리를 무릅쓰고 영구채를 통해 자금을 끌어온 것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순자산규모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납입자본금이 340억원인데 9월 말 자기자본이 800억원대에 불과한 만큼, 자본잠식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SK어드밴스드가 지난해 분기 평균 476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통상적으로 연말에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구채 조달 없이는 연말 부분 잠식에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채를 통해 자본잠식 리스크를 피한 셈이다.
이밖에도 SK어드밴스드는 700억원을 단기차입으로 조달했다. 만기가 1년 내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이 작년 9월 말 기준 4700억원에 달했으니 유입된 자금 대부분은 상환에 쓰일 것으로 여겨진다. 영구채로 시간을 벌긴 했으나 자본확충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불리한 수급환경을 고려하면 현금 유출 기조가 쉽게 회복되긴 어렵다.
시장 관계자는 “공급 증설이 수요를 계속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급 문제가 해결되려면 2028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