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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검토하고 있는 전환사채(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수익률(YTM)이 모두 ‘0%’로 전해진다. 기존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SKIET 측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기고 있다. 다만 아직 이사회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는 조달 방식이 논의돼 내부적으로 불편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IET가 발행을 검토 중인 4000억원 규모 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수익률을 모두 0% 책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만기는 5년으로, 발행일로부터 2.5년 뒤 투자자들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다. 사실상 SKIET로서는 최소 2.5년, 최대 5년 무이자로 4000억원을 쓸 수 있는 구조다.
SKIET는 이달 말 9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24년 발행한 것으로 금리는 연 4.54%다. 이와 함께 약 500억원의 은행 차입금 만기도 예정돼 있다. 내년에도 연 4%대 금리의 회사채 1600억원 등이 차례로 만기도래한다. 현재 SKIET가 매년 지출하는 이자비용만 250억원으로, 이번 CB로 이자비용을 연간 수십억원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SK이노베이션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SKIET도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마쳐 지금 당장 유동성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며 “유동성이 급하더라도 주가 희석 가능성이 있는 메자닌(Mezzanine) 방식은 후순위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에서 표면이자율 0%, 만기 5년 등 우호적인 조달 조건을 제시해 이자비용 절감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환가액은 주가 대비 10% 안팎을 가산하는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다. SKIET의 분리막 사업이 전방 전기차 시장의 위축 속에서 전망이 밝지 않아, 전환가액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SKIET 주가도 2만5000원대를 맴돌면서 지난 2021년 상장 당시 공모가(10만5000원)를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조달 시점은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다만 아직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변동의 여지도 있다. 현행 상법 제513조는 CB 발행 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사회 소집이 이뤄지기도 전에 조달이 공론화된 점을 두고 SK그룹 내부에서 불편한 기류도 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회사채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대표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어 비교적 손쉽게 발행할 수 있지만, CB 등 메자닌은 위임 조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매 발행마다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며 “이사회 소집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CB 발행이 논의되는 현 상황에 대해 SK그룹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CB 등 메자닌 채권을 찾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SKIET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7월 EB(3767억원), 10월 CB(6000억원) 등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SKC도 EB 발행을 통해 지난해 6월(2600억원), 8월(1250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자금을 조달했다. 모두 표면이자율이 0%로 조달비용 부담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SKIET는 지난해 연결기준 24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2910억원)에 이어 2년째 적자였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구매 폐지 등에 따른 매출 감소 영향이 컸다는 게 SKIET 설명이다. SKIET는 고객사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제조 원가의 구조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도 올해 재무구조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면서 배당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