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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

2차전지 캐즘 여파…배터리 소재 크레딧 '흔들'

등급·아웃룩 하향 집중…재무구조 개선책 마련 '총력'

권순철 기자  2025-07-09 16:21:50

편집자주

2025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까지 업황과 실적을 고려해 신용등급 조정을 마쳤다. 석유화학·건설업을 중심으로 장기화된 업황 부진에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전반적으로 등급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2차전지 기업들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에 따른 신용도 하향 압박에 놓였다. 전기차 전환 시대에 대비해 그간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를 늘려왔지만 전기차 수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재무 부담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배터리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크레딧을 방어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SKC와 SK IET가 SK온 실적 감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가운데 지난해부터 자본 확충에 힘을 싣던 에코프로그룹도 등급 및 전망 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상반기 2차전지 5곳 크레딧 조정…배터리 소재 업체 위주

신용평가3사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정기 평가 결과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이 조정된 2차전지 섹터 기업은 SKC,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엔켐 등 5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SKC, 에코프로는 신용등급이 한 노치 강등된 케이스로 SK IET, 에코프로비엠, 엔켐은 아웃룩이 하향 조정됐다.

2024년부터 2차전지 섹터를 강타했던 캐즘 여파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배터리 밸류체인 내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에 대비해 설비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와 관련해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산업 전반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배터리 셀 업체보다는 배터리 소재 업체의 등급 하향 압박이 더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신평사 모두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빅3'의 신용도는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들 기업의 영업 환경도 우호적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AMPC(생산세액공제) 수혜 덕에 이익 볼륨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반면 상반기 정기 평정에서 신용도가 조정된 기업들은 모두 배터리 소재 섹터를 영위하는 곳으로 나타났다. 고객사 재고 조정과 더불어 판매 단가까지 하락하면서 수익성을 좀처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SKC와 SK IET도 캡티브 계열사인 SK온의 실적 부진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재무 개선 여력도 갈려…배터리 셀 '맑음' vs 배터리 소재 '흐림'

2차전지 기업들마다 재무 구조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신용도를 방어한다는 목적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선 배터리 셀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 대비 재무 펀더멘탈이 워낙 견고해 다양한 조달 패키지를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조단위 유상증자를 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AA0, 안정적'의 크레딧을 보유하고 있어 당초 회사채 발행으로도 충분히 조단위 금액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자본 확충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사상 첫 증자를 선택했고 그 결과 1조6549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재무 체력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탓에 쉽사리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 모양새다. 특히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부터 영구채 방식으로 조달 전선을 구축해 자본 확충에 무게를 실었지만 등급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한기평은 에코프로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따라서 하반기 신용등급 추이는 결국 업체별 재무 개선책의 효과가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따라 갈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대기업들의 경우 그룹 차원의 지원이 신용도 하방 압력 완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신평사들은 자체적인 캐시플로 회복이 동반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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