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의 손해보험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소형 보험사를 자체 육성하려던 시도가 규모와 판매채널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중견사 인수를 통한 도약 필요성이 커졌다. 선제적으로 대형사를 인수한 KB금융은 인수형 성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우선 생명보험에 집중한 우리금융과 자력 성장을 추진해 온 농협금융도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주요 금융지주의 손보사 현황과 육성 과정, 향후 보험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을 짚어본다.
KB금융지주는 2015년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10여년간 금융지주 중 가장 탄탄한 손해보험업 기반을 다졌다. 소형 보험사를 인수해 장기간 육성한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이미 규모와 영업망을 갖춘 대형사를 품은 결과다. 희소한 매물에 과감하게 베팅한 선택이 손해보험 포트폴리오의 경쟁력 격차로 이어진 모습이다.
KB손해보험은 그룹의 손해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수익을 내는 비은행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LIG손보 인수를 주도한 양종희 회장이 KB손보 대표를 거쳐 지주 회장까지 오른 이력도 한층 높아진 회사의 위상을 보여준다.
◇M&A 연패 끊은 과감한 베팅, 대형사 단숨에 확보
KB금융은 지난 2014년 LIG손보 지분 인수를 위한 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롯데그룹과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KB금융은 지분 19.47%를 7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으로 사들이는 조건을 제시했다. 당시 주가와 비교해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오버페이 우려도 제기됐다.
출처: KB금융지주 경영 실적 발표 자료
KB금융이 높은 가격을 감수한 배경에는 대형 손보사의 희소성이 자리했다. LIG손보는 당시 업계 4위권 회사로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일반보험을 아우르는 상품 체계를 갖췄다. 전국 판매망과 보상 조직까지 보유해 인수 즉시 종합손보사 체급을 확보할 수 있는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KB금융에는 잇따른 인수합병(M&A) 무산을 끊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앞서 ING생명과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이 번번이 무산됐다. LIG손보 인수는 손보업 진출뿐 아니라 잇단 인수전 패배를 끊고 M&A 역량을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승부수에 가까웠다.
인수 이후에는 LIG손보의 기존 영업력을 유지하면서 KB금융의 색을 입히는 작업이 이어졌다. 사명을 KB손보로 바꾸고 은행·증권 등 그룹 계열사와 복합점포 및 공동 마케팅을 추진했다. 자동차보험과 카드·할부금융을 연계하며 그룹 고객 기반을 활용하는 시도도 이어갔다. KB손보 순이익은 2015년 1600억원 수준에서 2016년 3021억원, 2017년 3300억원으로 늘었다. 인수 성과가 초기부터 실적으로 나타났다.
인수 실무는 당시 KB금융 전략담당 임원이던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주도했다. 경쟁입찰과 실사 등 인수 실무를 총괄하며 대형 보험사를 그룹에 편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KB손보 대표로 이동해 그룹 협업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면서 인수의 성패를 직접 책임졌다.
◇종합보험 체급 지키며 그룹 내 독자 수익원 안착
KB금융은 인수와 동시에 장기보험 계약과 자동차보험 기반, 판매 조직과 보상 인프라를 한꺼번에 확보했다. 신규 법인을 설립하거나 소형사를 인수해 키웠다면 수년이 필요했을 사업 기반을 즉시 손에 넣은 셈이다. 이 같은 출발점은 다른 금융지주 계열 손보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기반이 됐다.
KB손보는 현재 그룹의 보험 계열사 구성을 완성하는 수준을 넘어 비은행 이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소형 손보사를 보유한 신한·하나금융과 달리 자체적인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을 통해 그룹 순이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손보사를 아직 수익화하지 못한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사업 기반과 이익 기여도에서 출발점이 다르다.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에는 장기 보장성보험의 수익성과 자본 효율을 함께 관리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수익성이 높은 장기 보장성보험을 선별적으로 확대하고 보험손익과 지급여력 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인수 당시 확보한 대형사 체급 위에 수익성 중심의 경영 체계를 덧입힌 것이다.
KB손보 대표 자리의 무게도 그룹 내 위상과 함께 커졌다. 양종희 회장은 2016년 KB손보 대표에 선임돼 인수 후 통합과 성장 전략을 이끌었다. 이후 지주 부회장을 거쳐 2023년 회장직에 올랐다. 지주 출신 핵심 인사에 이어 보험 현장에서 성장한 내부 인사도 KB손보 대표로 발탁됐다. KB손보 대표 자리가 그룹 전략과 보험 전문성을 함께 검증하는 보직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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