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구본욱 대표(
사진) 체제 아래서 매해 최대 순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구 대표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을 받아 부장에서 대표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은 파격 승진의 주인공이다. 이는 전임자의 준수한 성과와 조직 내 서열을 뛰어넘어 그를 낙점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절대적 신뢰가 뒷받침된 결과다.
구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 관리 전문가임에도 취임 일성으로 "관리형 CEO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숫자에 밝은 강점을 통제가 아닌 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토대로 삼아 경영 지표의 비약적인 상승을 견인했다. 양 회장의 경영 철학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조력자에서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승계자로 존재감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양 회장 IFRS17 대응 토대 마련에 핵심 역할 구본욱 KB손보 대표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복심으로 분류된다. 처음 대표로 내정됐을 때부터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적지 않았다. 전임자의 성적이 연임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준수했을 뿐만 아니라 상급자들을 제치고 대표이사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선임 당시 두 명의 부사장이 있었지만 전무였던 구 대표를 발탁했던 만큼 양종희 회장의 신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임기 첫해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입증했다. 전임 대표의 준수한 성과에도 매해 순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양 회장의 선구안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증명했다.
구 대표는 양 회장이 KB손보 대표였을 당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아 고속 승진 가도를 걸었다. 2015년 부장에서 2017년 상무, 2020년 전무로, 이후 2024년엔 대표로 발탁됐다. 부장에서 대표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구 대표는 양 회장이 신회계제도(IFRS17)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을 뒷받침했다. KB손보는 2015년 국내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IFRS17 도입 준비 마스터플랜에 착수했다. 구 대표는 이후 IFRS17이 도입되기 전까지 경영관리부장, 경영전략본부장, 경영관리부문장(CFO)로 부임하면서 대응 전략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구 대표는 대표 선임 당시 역설적으로 CFO로서의 재무관리 역량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관리형 CEO가 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에 대해 "관리형 CEO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사실 모르는 부분을 챙기지 아는 부분을 챙기지는 않는다"며 "잘 알고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으면 굳이 그 부분을 타이트하게 챙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무관리 자신감…양 회장 '현장 소통' 경영관 계승 구 대표가 숫자에 밝은 강점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을 지녔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재무관리 대신 강조한 점은 현장이다. 구 대표는 취임 직후 현장 직원들과 도시락 미팅을 당연시할 정도로 격식 없는 소통 행보를 선보였다. 이는 양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가치관을 이해하고 실제로 실천한 결과다.
구 대표가 현장만큼 강조하는 건 고객이다. 그가 매해 신년사를 통해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것도 고객 중심 경영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고객 경험의 차별화가 곧 성과로 이어진다는 데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객·상품·판매채널(CPC·Customer·Product·Channel) 혁신을 전사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다만 화려한 성적표 이면에 감춰진 수익 구조의 불균형은 구 대표의 핵심 과제다. 투자 영업 이익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보험 본연의 이익 체력을 얼마나 견고하게 다질 수 있느냐가 구 대표에 대한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결국 급증한 투자손익과 달리 이익 창출력이 떨어진 보험부문의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