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사 대표 인선의 키워드는 재무관리 역량이다. 주요 보험사 가운데 대표가 최고재무책임자(CFO) 경력을 가진 곳이 9곳으로 늘었다. 외형 확장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 규제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다.
최근 현실화된 예실차 리스크는 무분별한 영업이 되레 실적을 악화할 수 있음을 보인 대표 사례다.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도 과당 경쟁을 막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숫자를 통제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보험사 인사 핵심 키워드 '재무 DNA' 올해 주요 보험사 중 대표이사가 CFO 출신인 곳은 9곳에 달한다. 신한라이프는 CFO 출신 수장을 새로 세웠고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새로운 대표의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하나생명의 대표들은 연임했고 KB라이프와 iM라이프 대표들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태광그룹은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대표를 동시에 관리형 CEO로 교체했다. 김형표 흥국생명 대표 내정자와 김대현 흥국화재 대표 내정자는 이달 27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될 예정이다. 김형표 내정자와 김대현 내정자는 각각 흥국생명과 KB손해보험에서 CFO로 부임했다.
신한라이프 인선은 CFO 역량의 우선순위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천상영 대표는 보험업 현장 경험이 두드러지지 않는데도 전격 발탁됐다. 천 대표가 신한금융지주 CFO 경력을 살려 관리 체계를 정교화하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천 대표가 부임 후 가장 먼저 들여다 본 곳도 내부통제 체계다.
기존 CEO들의 연임도 재무적 역량에 기반했다. 구본욱 KB손보 대표는 역대 최대 실적을 연달아 경신해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업계 1위와의 순이익 격차를 바짝 좁혔다. 흑자 전환 성과를 낸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도 단임 관행을 깨고 연임했다. 이은호 롯데손보 대표도 연임 수순을 밟는다. 매각 기반 마련과 금융감독당국 대응과 같은 굵직한 과제를 이어 수행한다.
기존 대표 중엔 정문철 KB라이프 대표와 박경원 iM라이프 대표가 CFO 출신이다. 정문철 대표는 약점으로 꼽히던 건강보험에서 영업의 방향을 재정렬해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세를 구축했다. 박경원 대표는 '리뉴얼 iM라이프' 구호 아래 조직과 상품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요도 커진 언더라이팅, 지급관리 정교화 CFO 출신 대표들이 떠오른 건 감독 환경의 재편과 맞물려 있다. 올해는 금융감독당국의 사업비·손해율 관리 강화와 과당 경쟁 자제 기조가 겹치면서 외형 성장만으론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보험사들이 신계약을 판매하는 것보다 이익을 남기는 방식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어졌다.
금융당국은 보험대리점(GA) 수수료와 시책 경쟁, 과도한 사업비 투입, 단기 실적을 위한 가격 및 인수 경쟁을 표적으로 삼았다. 무리한 영업 드라이브가 곧장 리스크로 연결되는 구조를 경고했다. 판매 확대를 위해 비용을 쏟아붓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비와 손해율에 대한 가이드라인 강화는 숫자 규율을 한층 촘촘하게 만든다. 사업비 집행의 규율을 강화하고 손해율 관리와 인수 기준의 정교화가 요구된다. 무분별한 외형 확대의 부작용은 예실차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낙관적인 가정에 기반해 쌓아 올린 신계약들이 손해율 상승과 보험금 지급 증가로 이어져 보험손익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성장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원가와 손해를 통제하는 방식이 유리해졌다. 언더라이팅과 지급 관리의 정교화가 보험손익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이익 변동성을 제어하는 역량에 따라 보험사 간 실적 격차도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