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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민원 관리 '3층 구조'로 사전예방 고도화"

⑥박미라 KB손보 CCO "민원 처리 넘어 데이터로 인사이트 주는 조직될 것"

정태현 기자  2026-08-19 13:44:37

편집자주

보험사의 소비자보호 범위가 판매 현장을 넘어 계약 유지와 보험금 지급, 민원 관리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판매채널이 다변화하고 상품과 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소비자 권익을 지키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보험사들은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한다는 불명예를 지우기 위해 전사적으로 소비자보호 강화에 나섰다. 주요 보험사 CCO를 만나 상품 설계와 판매, 사후관리 전 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와 신뢰 회복 전략을 짚어본다.
KB손해보험이 인공지능(AI)을 소비자보호 업무 전반에 접목해 민원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민원 관리 방식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게 핵심 목표다. AI를 활용해 장기간 축적한 민원과 고객경험 데이터를 상품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조기경보 신호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박미라 KB손해보험 소비자보호본부장(CCO·상무)은 소비자보호 조직이 단순한 민원 처리 부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 목소리를 데이터로 읽어내고 현업에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KB손보도 이를 위해 상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소비자보호 조직의 참여를 넓히고 CCO 권한을 강화하며 소비자보호 조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원 응대에서 상품 점검까지 AI 전방위 활용

박미라 CCO(사진)는 KB손보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소비자보호 수준을 높이고 민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소비자보호 3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며 "소비자보호는 이제 규제 대응이나 민원 처리를 넘어 데이터를 재해석해 인사이트를 주는 역할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KB손해보험

이어 그는 "감지된 문제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와 사전 예방으로 연결하는 게 앞으로 소비자보호 조직이 가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원을 처리한 뒤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 데이터에서 위험 신호를 읽어 현업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스마트 소비자보호 3층 구조는 민원 대응의 속도를 높이는 1층, 상품 개발 전 단계에서 위험을 걸러내는 2층, 감독기관 대응의 일관성을 높이는 3층으로 구성된다. 1층은 콜센터 고객의 소리(VOC) 녹취를 음성 인식(STT)으로 텍스트 전환한 뒤 AI가 민원 유형과 처리 방향, 담당 부서를 제시한다. AI 민원 가이드인 셈이다. 지난해 말 구축을 마쳤고 올해는 민원 유형을 기존 39개에서 55개로 넓히는 방식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했다.

핵심은 2층인 상품 개발 단계 AI 사전 점검 체계다. 최근 3년 민원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새 상품이나 담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민원 사례를 찾아내고 상품 개발 부서에 참고 자료로 제공한다. 박 CCO는 "상품 개발 앞단에서 기존에 어떤 민원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3층은 감독기관 민원 답변서 작성 과정에 AI를 접목하는 단계다. 유사 민원 사례와 약관, 보상 기준, 관련 근거를 분석해 답변서의 기본 틀을 제시하는 구조다. KB손보는 이를 통해 민원 처리의 일관성과 신속성을 높이고 담당자별 업무 편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CO, 상품 시안부터 현업 의사결정 적극 참여

KB손보는 소비자보호 기준을 상품이 완성된 뒤 점검하는 절차가 아니라 상품을 설계하는 출발점부터 반영되는 구조로 바꾸는 데 집중한다. 상품심의회 직전에 자료를 검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상품 시안 작성과 검토 단계부터 소비자보호 조직이 참여하는 체계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정책파트와 소비자보호파트가 상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약관과 안내 자료, 가입제안서의 오인 가능성을 함께 살피는 구조다.

박 CCO는 "상품심의위원회에서 소비자보호 관점의 비토권(거부권)이 새롭게 부여됐다"며 "고객 안내 내용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표현을 수정하도록 하고 실제로 반영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심의 막판에 안건을 부결하기보다 그 이전 단계에서 소비자보호 관점의 의견을 반영해 조정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소비자보호 조직의 권한은 상품 심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보험금 분쟁 사안에서 CCO의 판단을 최종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핵심성과지표(KPI)를 결정할 때도 CCO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의견을 낼 수 있게 됐다. 영업과 보상, 상품 부문의 관리 기준에 소비자보호 요소를 반영할 여지가 커졌다.

박 CCO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KPI인데 그 결정 과정에서도 소비자보호 관점의 조정 절차가 생겼다"며 "특정 조직의 지표가 회사의 이익에만 치우쳐 있다면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가 선언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현업의 의사결정과 평가 구조에 스며드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현업 실행력 제고해 민원 3개월 새 15% 감축

KB손보는 현업 조직이 직접 원인을 찾고 개선책을 실행하는 방식에도 집중한다. 보상 단계에 민원이 집중되는 손해보험업권의 특성을 고려했다. 박 CCO는 "통계적으로 보면 민원의 65% 정도가 보상 관련 이슈"라며 "상품별로는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이 각각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보상과 자동차 사고 처리 과정에서 소비자 이견이 많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KB손보는 올해 각 사업 부문이 민원 발생 원인을 직접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영업과 장기보상, 자동차보상 등 현업 조직이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소비자보호본부가 이를 조율하는 구조다. 최고경영진의 소비자보호 의지와 현업 부문의 실행력을 함께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대응 이후 민원도 빠르게 줄었다. 3개월가량 만에 15%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KB손보는 단순 감축에 그치지 않고 현장 의견을 모아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에서 고쳐야 할 부분도 함께 점검했다. 이를 통해 7개 개선 과제를 선정하고 부문별로 실행 과정을 관리한다.

최고경영진의 소비자보호 의지도 현업 대응에 힘을 싣고 있다. 구본욱 KB손보 대표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 CCO는 "민원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고경영진의 의지"라고 말했다. 대표이사의 관심이 뒷받침되면서 각 사업 부문이 직접 전략을 세우고 민원 개선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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