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분석
환원율 1% 그친 SK하이닉스, 실적 못 따라간 배당
②EB로 자사주 2000만주 소진, 배당성향 역대 최저…환원책 조기 확대
고진영 기자 2026-08-28 15:07:5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40조원 바이백(자사주 매입)이 발표되기 전까지 SK하이닉스의 최근 주주환원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짐 못했다. 상반기 자기주식이 대거 풀렸지만 환원과 무관한 교환사채 정산분이었고 배당성향은 역대 최저 수준을 찍었다. 주주환원책은 그대로인데 실적이 급증한 탓이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주주환원 확대를 단행한 배경으로 보인다.
◇2조 빚과 바꾼 자사주, 현재가치 34조
올 상반기 SK하이닉스가 처분한 자기주식은 938만3980주를 기록했다. 자기주식처분이익만 6조9950억원이다. 숫자만 보면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대거 시장에 푼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임직원 보상 등 통상적인 목적으로 처분된 물량은 45만1506주에 그친다. 나머지 약 893만주는 앞서 2023년 4월 발행했던 해외 교환사채(EB)의 교환물량이다. 사채의 교환대상이 신주가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등하자 사채권자들이 교환권을 행사했고 상반기 중 잔액이 전부 소진됐다.
발행 당시 회사 측은 17억달러를 조달했으며 교환가액은 주당 10만8811원, 표면이자율은 1.75%, 만기는 2030년 4월이었다. 이 사채가 전량 주식으로 바뀌면서 회사가 사채권자에게 넘긴 자기주식은 2056만302주다. 같은 주식을 이번 소각 결의 전일 종가(166만2000원)로 환산하면 34조1712억원으로 계산된다. 회사가 털어낸 빚(약 2조원)보다 15배 많은 가치가 주식으로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3조9771억원 규모의 파생상품거래손실을 공시했다. 교환권이라는 파생상품을 공정가치로 평가하면서 주가 상승분이 회계상 손실로 잡혔다. 실질적인 현금 유출은 없는 데다 자기주식처분이익과 상계되기 때문에 자본총계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타격은 소각 비용에서 드러난다. 회사가 이미 보유한 자기주식은 현금을 들이지 않고 없앨 수 있지만 EB 교환권 행사 탓에 그렇게 쓸 수 있었던 자기주식을 2000만주 넘게 무더기로 내줬다. 자기주식 잔량의 변화는 환원이라기보다는 3년 전 다운사이클에서 조달했던 2조원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자사주 소각을 통한 환원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배당 역시 실적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11월 이사회에서 2025~2027년 주당 1500원(분기 375원)을 고정배당으로 정했다. 당시 기준엔 충분한 결정이었으나 이후 실적이 급격히 점프했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134조1504억원, 지급이 결의된 반기 배당은 5400억원(주당 750원)이다.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0.4%로 계산된다. 2025년 4.9%, 2024년 7.7%에서 급락해 역대 최저 수준이고 반기 기준 현금배당수익률은 0.03%에 그쳤다. 여기에 2월 자사주 소각규모 8722억원을 더해도 상반기 실질 환원액은 약 1조4000억원, 반기 순이익의 1% 안팎이다.
물론 착시를 감안해야 한다. 순이익 134조원이 영업이익(98조1529억원)보다 큰 것은 금융수익 82조9152억원 덕이고 이 중 63조1790억원이 금융상품평가이익(장기투자자산 평가 증가분)이다. 실제 현금이 들어온 이익은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수익을 포함하지 않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잡아도 환원율은 1.4%에 불과했다. 주주환원 확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잉여현금 50% 이상 환원…바이백으로 조기 실행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달 19일 40조원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을 발표하면서 환원 기준 자체를 바꿨다. 기존 주주환원책은 2025~2027년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수준을 환원 총재원으로 잡고 있었다. 또 추가 환원은 정책 기간 종료 후 재무건전성 목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실행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하지만 바뀐 정책은 재원 기준을 누적 FCF의 ‘50% 이상’으로 바꿨다. 환원 규모의 상한이 아니라 최소 하한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시점도 정책기간 종료 후에서 올 8월로 앞당겼다. 회사 측은 "현 주주환원 정책은 재무건전성 목표 달성을 전제로 하며, 목표 달성 경로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유의미한 FCF 창출에 따라 조기 환원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추가 환원의 규모와 방식은 3분기 실적이 나온 후 공개된다. 관건은 환원 방식이다. 배당이 커지면 최대주주 SK스퀘어에 현금이 유입된다. 반면 자사주 소각을 늘리면 배당성향은 낮게 유지되지만 SK스퀘어의 하이닉스 지분율이 오른다. 그만큼 SK하이닉스의 신주 발행여력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배당가능이익 기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취득한도는 89조4480억원이다. 이번 40조원 바이백을 진행하고도 산술적으로 49조4000억원어치를 더 사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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