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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40조 태워 40조 조달…SK하이닉스 바이백에 숨은 포석

①SK스퀘어 지분율 20%에서 20.68%로…ADR 추가 발행 여력 확보

고진영 기자  2026-08-21 10:52:5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지 한 달 만에 바이백(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현금을 써 주식을 없애는 주주환원이지만 거의 사라졌던 신주 발행 여지를 되살리는 전략이기도 하다. 최대주주 SK스퀘어 지분율이 법정 하한의 턱밑에서 일부 회복되기 때문이다. 자사주 취득에 쓴 돈만큼을 다시 조달할 수 있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19일 이사회에서 40조43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을 결의했다.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보통주 2407만주(3.3%)를 장내매수하고 전량을 일괄 소각하는 방식이다. 다만 취득 기간 중 주가 변화에 따라 실제 소각 주식 수는 달라질 수 있다.

배당가능이익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소각이기 때문에 자본금은 변하지 않는다. 소각을 마치면 SK하이닉스의 발행주식총수는 7억3049만2365주에서 7억642만2365주로 감소할 전망이다.


따라서 SK스퀘어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율 역시 20.0002%(1억4610만주)에서 20.68%로 오르게 된다. 하이닉스가 돈을 태워 주식을 소각하면서 SK스퀘어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지분율을 일부 되찾을 수 있는 구조다.

더 실질적인 효과는 발행 여력에 있다. SK스퀘어는 공정거래법상 SK하이닉스 지분을 20% 이상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SK하이닉스의 발행주식총수가 7억3050만주를 넘을 수 없다. 현재 남은 신주 발행 여력은 7635주인데 비율로 0.001%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각이 끝나면 신주 발행여력은 2407만7635주로 확대된다. 소각한 수량만큼 신주를 찍을 자리가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원주 1주당 ADS(미국예탁주식) 10주이므로 ADS 기준으로는 2억4000만주 상당을 더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조달액으로 환산하면 규모가 뚜렷해진다. 그만큼을 20일 종가 수준으로 발행할 경우 조달 가능액은 단순 계산했을 때 약 40조원이다. 이번 소각에 쓰는 돈과 사실상 같다. 40조원을 태우는 대신 40조원을 다시 조달할 수 있는 카드를 쥐었다고 볼 수 있다.

애초 SK하이닉스의 발행여력이 빠듯해진 것은 한 달 전이다. 7월 ADR 유상증자에서 준비했던 신주 한도 1779만주를 전량 발행했고, 발행주식총수는 7억1270만2365주에서 7억3049만2365주로 늘었다. SK스퀘어의 보유주식은 그대로였으니 지분율은 20.50%에서 20.0002%로 내려앉았다.

당시 회사는 ADR을 일회성 조달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자기자본을 조달할 기반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SK스퀘어가 추가 출자나 장내매수로 보유 주식을 늘려주지 않는 한 하이닉스의 후속 신주 발행은 구조적으로 막혀 있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여력을 확보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올 2월에도 자사주 1530만주(장부가 8722억원)를 소각하면서 SK스퀘어 지분율이 20.07%에서 20.50%로 자동 상승했다. 덕분에 7월 ADR 신주 1779만주를 발행할 수 있었다. 올 초 소각으로 ADR 첫 발을 뗐다면 이번 40조원 소각은 다음 조달의 길을 열어뒀다고 볼 수 있다.

만약 40조원을 자사주 매입, 소각에 쓰지 않고 배당으로 돌릴 경우 SK스퀘어는 약 8조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실제로 SK스퀘어는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에서 배당금 3287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경우 지분율을 올릴 수 없고 하이닉스가 신주를 발행할 여력도 만들지 못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취득의 목적을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로 밝히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주가가 당사의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되찾은 발행 여력을 후속 ADR 발행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이닉스는 ADR 공모를 두고 단순 일회성 자금조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문제는 SK스퀘어의 지분율 하한이었는데 이번 소각으로 일부 해결한 셈이다. 회사 측은 공정공시를 통해 “정책 기간 내 자사주 취득·소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각이 이어질수록 추가 ADR을 위한 여유는 더 늘어난다.

자사주를 얼마나 더 활용할 수 있을까. 자사주 취득의 법적 상한은 배당가능이익이고 이번 결의 기준 취득한도는 89조4480억원에 이른다. 이번 취득 결정으로 그 44.7%를 소진했다. 산술적으로 49조4000억원어치를 더 사들일 수 있다. 현재 주가 기준 약 2924만주로 이번 소각 물량을 웃도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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