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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최악 면한' 최 회장, 9440억 재원마련 방안은

SK㈜ 주담대, 경영권 지분 담보설정 리스크…SK실트론 매각 부상

고설봉 기자  2026-07-27 14:18:50
9년을 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마지막 관문이었던 재산분할 재판 결과 최 회장으로선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특히 ‘노태우 비자금’이 배제되며 재산분할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최 회장에겐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약 1조원에 달하는 분할금을 마련하는 일은 부담이다.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를 비롯해 SK그룹 계열사 지분을 현금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경영권 지분을 매각할 수 없는 만큼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악은 면했다…재산부할금 1.5조서 9440억으로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 열린 두 사람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 기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양측간 팽팽하게 대치했던 몇가지 주장들을 정리했다. 우선 ‘노태우 비자금’을 배제하며 재산분할액이 크게 줄었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대로 300억원 비자금은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분할비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2심에서 노 관장의 재산분할액을 1조4808억원까지 끌어올렸던 핵심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다만 SK㈜ 주식은 분할대상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이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는 근거를 살렸다. 재판부는 혼인 중 형성·유지된 공동재산으로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이 주장했던 ‘주식은 특유재산’이란 점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분할 기준 시점에 대해선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가치 산정 시점을 파기환송심이 아니라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로 정했다. 최근 SK㈜ 주가 급등분은 원금 산정에는 반영하지 않고 분할비율에서만 참작했다.

재판부가 기존 기준(항소심 변론종결일)을 유지하면서 최 회장과 SK그룹은 한시름 덜어낸 모습이다. SK㈜ 주가 폭등분이 분할 원금에 그대로 반영됐다면 최 회장이 노 과장에 지급해야할 분할액은 2조84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었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분할해야 할 재산은 최종 9440억원으로 정리됐다. 2심의 1조 4808억 원보다 크게 줄었다. 다만 여전히 양측간 분쟁의 요소는 남았다. 1심은 재산분할액을 665억원으로 판결했다. 또 노 관장 측은 SK㈜ 주가가 크게 상승한 현재 시점으로 재산분할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이날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작년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되었고 오늘 재산분할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면서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하여 송구하다"고 밝혔다. 다만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양측 모두 이번 결과에 불복하면 재상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위자료·이혼 부분은 이미 확정됐고 쟁점이 좁혀진 만큼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공동취재단.
◇재원마련 수단 많지만, 부담 커지는 최 회장과 SK그룹

분할액이 9440억원으로 정해지면서 최 회장이 SK㈜ 지분을 대거 처분하거나 고액 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다만 1조원 가까운 현금을 일시에 지급해야 하는 부담은 남았다. 재계에선 주식 담보대출과 배당,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공개된 최 회장의 개인 재산은 SK㈜ 지분 17.9%와 SK실트론 지분 29.4%가 핵심이다. 이외 SK케미칼(우선주 3.21%)과 SK디스커버리(0.12%), SK텔레콤(303주), SK스퀘어(196주) 등이 있지만 가치는 30억원대에 그친다.

우선 가장 유력한 방안은 최 회장이 SK㈜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90%로 지난 23일 종가 기준 가치는 8조5200억원 수준이다. 이를 담보로 약 1조원을 대출받는 것은 사실상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경영권 지분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향후 지배구조 안정화 관점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전체가 보유하고 있는 SK㈜ 지분율은 25.41% 수준이다. 내년 1월 예정된 SK㈜의 자사주 20.1% 소각을 진행하면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1.9%로 상승한다. 경영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최저선(30%)를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일으키는 것은 향후 지배구조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영권 승계 등 중장기 리스크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향후 최 회장이 자녀 및 친인척 등에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SK㈜ 주식을 증여 및 상속할 때 천문학적 상속세가 필요하다. 이미 1조원 가까운 주담대가 쌓인다면 상속재원 마련을 위한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보유한 또 다른 핵심 자산인 SK실트론 지분은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높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최소 7500억원이다. 최 회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법원에서 감정한 금액이다.

시장에서 분석하는 실제 가치는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도체 경기 호황과 인공지능(AI) 웨이퍼 수요 급증으로 몸값이 뛰었다. 두산그룹과 매각가 협상 과정에서 거론된 SK실트론의 기업가치 약 5조원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마련하는게 쉽진 않겠지만 주담대나 배당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트론 매각은 회사 간 거래이기 때문에 이번 최 회장 개인의 재산분할 문제와는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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